기업, 사례를 만나다: 동방박사

기자가 파주시 오도동에 위치한 기독교 쇼핑몰 동방박사에 방문하였을 때의 첫 느낌은 ‘넓고 상쾌함’이었다. 1,000평 규모의 정방형 대지 위에 ‘ㄷ’자 형태로 본관과 물류센터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잔잔한 바람이 탁 트인 공간 사이로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2017년 동방박사는 파주시 오도동에 위치한 1000평 부지로 이전하였다.

동방박사는 박은철 대표가 창업한지 35년 되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4천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의 90%는 동방박사 쇼핑몰을 통해서, 나머지 10% 정도는 교회, 선교기관, NGO 단체, 대학교 등 오프라인 거래처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박 대표는 82년도 대구에 동방박사를 시작하였다. 당시는 철필, 마스터인쇄가 사용되던 시기였다. 박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인쇄 쪽 사업이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는 성장하였고, 취급하는 상품은 점차 많아졌다. 팬시 제품, 리빙 아트, 교회 용품, 티셔츠 등 상품의 종류를 점차 세분화, 다양화 하였다. 89년도에는 기독교 최초로 ‘아롬이, 바롬이’ 캐릭터를 출시하여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 기독교 최초의 캐릭터 ‘바롬이’ (사진제공=동방박사)

동방박사의 비즈니스는 기독교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업 활동이 기독교 문화를 만들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일에 가치를 두고 헌신하는 일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성경적인 내용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으며, 훌륭한 기독교 문화의 창작과 발표를 후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이란 주제로 많은 상품들을 만들었다. 80년대 말부터 이미 캘리 그래피를 적용하여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였다. 88년도 신동호 화백의 작품, 연탄길 작가의 그림을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였다. 89년도에는 ‘나는 예수님이 좋아요’라는 주제로 티셔츠, 가방, 뱃지 등을 만들어 보급하였다.


동방박사는 지속적으로 티셔츠의 종류와 디자인, 품질을 발전시켜왔다. (사진제공=동방박사)

창업 이후 견실하게 성장하던 동방박사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1992년에 사세를 무리하게 확장하느라 일시적으로 자금의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당시 동방박사 프랜차이즈로 기독교 백화점 지점을 42개 오픈한 상황이었다. 기업을 흑자로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어음을 결재하지 못해 17억 흑자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당시 박 대표의 사람됨과 동방박사의 견실한 재정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채권자들이 박 대표를 신뢰하고 상품을 계속 공급해 주었다. 협력업체의 신뢰와 도움으로 오래지 않아 박 대표는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동방박사에는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기독교 문화를 성장시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어떤 전문 영역에서는 ‘기독교 회사’에서 일한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교육을 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업무에서 전문가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직원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완벽하게 업무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박 대표와 직원들은 4천 가지 제품을 아웃소싱하면서 값진 시행착오을 많이 겪었다. 지금은 재료의 물성에 따라 어떤 하자가 생길지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직원들이 성장하였다. 신제품 개발 시 ‘공정 과정에서 크랙이 생길 것이다. 본드가 떨어질 것이다. 변색이나 악취, 독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측한다. 전직원이 문제 예방 능력이 뛰어나게 되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직원들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내부 투표를 반드시 거친다. 박 대표가 직원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즈니스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언제였습니까?”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지금’이라고 하였다. 박 대표는 “지금은 기독교 문화가 위기를 맞은 상황입니다. 기독교 문화 자체가 심각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회의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교회에서 주일학교도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서 달란트 시장이나 성경학교에서 시상하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단체 티셔츠를 입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점점 줄어들고 있구요. 교회 현수막이나 단기선교도 절반 가까이나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가대도 점차 사라지고 있구요. 목사 가운, 장로 가운, 예식 가운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CCM은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고, 성찬식도 점점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십자가 목걸이나 신앙과 관련된 악세사리, 차량용 물고기 스티커가 없어지고 있지요. 심지어 성경책도 안 들고 다니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동방박사는 세계 선교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동방박사)

동방박사는 이러한 문화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첫째는 기독교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동방박사가 함께 합니다’, ‘동방박사가 응원합니다’ 라는 카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방박사는 최인혁 콘서트, 동방현주 콘서트, 아발론 월드투어 인 코리아, 커크 플랭클린, 힐송 한국공연, 밥피츠 워쉽, 파주포크 페스티벌, CCM ROOKIE 빅 오디션, 마이클 W 스미스 내한공연, 뮤지컬 더 프라미스, Love CCM, 내쉬빌 뮤직 컨퍼런스, ONEVOICE 워십 콘서트, 씨씨디 빅 오디션 점프 등 수 많은 예술가들과 단체와 행사들을 응원해왔다. 박 대표는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창업 이후 35년간 한결같이 헌신해 왔다.


동방박사는 기독교 문화를 활성화 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동방박사)

둘째는 상품의 고급화, 세분화,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말씀 액자’의 경우 한 공간에서 말씀이 효과적으로 선포되도록 주제별, 상황별, 공간별로 세분화하여 만들었다. 주일학교, 중고등부실, 성가대실, 목양실, 친교실 등 교회 안의 다양한 공간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었다. 요식업소, 커피 전문점, 교회 로비, 거실, 화장실, 사무실, 가게 등에 걸 수 있도록 공간별로 주제별로 상품을 개발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래픽, 포토, 캘리 그래픽, 수채화기법 등 다양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동방박사는 주제별, 상황별, 공간별, 디자인별로 다양한 말씀 액자를 판매하고 있다.

‘교패’의 경우 80년대 이미지의 디자인으로부터 탈피하여 세련되고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하였다. 전통적으로 출석하는 교회를 표시하는 방식의 교회 중심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성도의 가정 중심적인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개념을 변화시켜 많은 교회와 성도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또 제품의 재료를 아크릴 뿐만 아니라 메탈수지, 메탈금속 등을 적용한 프리미엄 교패를 생산하여 다양한 필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동방박사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탈수지 교패 상품들

동방박사는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프리미엄 리빙아트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 텀블러, 보틀 등 행사 용품, 가성비 좋은 제품군을 개발하여 제품을 통해서 복음을 전파하고, 한국 교계를 통 크게 섬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해외 시장 개척이다. 부활절 관련해서 미국에서만 7조 시장의 기회가 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4천 가지 상품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 납품 받거나 판매한 경험을 통하여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판매처를 확장할 계획을 실행 중이다. 현재 LA 뉴욕에 총판과 매장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넷째는 기독교 내부에서 외부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동방박사는 기독교 내부 만의 제품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이란 주제로 만들어진 옷들은 초등학교 체육복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동방박사는 자일리톨, 커피 믹스 등 대중적인 제품에 말씀을 새긴 전도용품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하여 예수님을 믿지 않는 친구에게 복음 관련 제품을 선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다이소,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도 계획 중이다.

“동방박사가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저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뛰어난 품질의 디자인과 그 저작권이지요. 천만 카피를 판매한 디자인이 여럿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아롬이 바롬이 캐릭터’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방박사는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 정확한 납기가 강점입니다. 동방박사 상품들은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높습니다. 그래서 대중성이 있지요. 전도 건빵 같은 제품은 한 달에 20만개 정도 판매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달에 20만개씩 팔리고 있는 전도 건빵 (사진제공=동방박사)

마지막으로 사업 철학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는 “’제 날짜에 월급 주자. 거래처에 진상 소리 듣지 말라’입니다. 제게 사업 철학은 직원과 거래처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의 사업 철학을 통해서 동방박사와 함께하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협력업체를 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주어진 환경, 시간, 재화 모든 것을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쓰임을 받고 싶습니다. 눈이 살아 있는 노인, 하얗게 다 타버린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의 자세로 살아왔기에 박 대표는 척박한 기독교 문화를 지키고 살리는 일에 헌신하며 35년을 한결같이 버텨올 수 있었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