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건강하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 조건
한 나라가 국가로서 존재하려면 주권, 국민, 영토가 존재해야 한다. 주권이 있다는 것은 독립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헌법을 제정하며 통치의 명분을 갖는다는 것이다. 국민이 있다는 것은 통치의 대상이자 소통과 가르침, 국가의 주체로서 구성원을 갖는다는 것이다. 

영토가 있다는 것은 구체적인 행위의 공간으로서 터전을 갖는다는 것이다. 국가 공동체나 단체, 기업, 가정 공동체 역시 가치와 인재, 그리고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세가지가 필요하다. 국가 공동체로서 기원전 300여 년에 일어났던 이스라엘 공동체의 회복의 과정은 공동체가 회복되는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회복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로니아 제국에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역사를 공동체의 회복 관점에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민족적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와 다시 동족끼리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들이 한 일은 무엇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적 정체성이 강한 민족으로 알려진 유대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성전을 건축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할 신앙이었다. 그룹 바벨에 의한 성전 건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후에는 에스라에 의해 율법이 회복되었다. 유대인들은 율법이 신앙이며 동시에 삶이었다. 율법을 이마와 팔, 그리고 문 틀에 새기며 살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율법의 회복이었다. 에스라에 의한 율법의 재발견과 선포, 가르침은 이스라엘 공동체를 회복하고 삶의 질서와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보호, 울타리의 기능을 하는 성벽을 수축했다. 성벽을 수축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완성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경계와 안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느헤미야에 의한 성벽이 건축된 것이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회복되고 다시 민족적 정체성을 갖기까지 세 가지가 회복된 것이다. 가장 먼저는 성전이 건축되어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는 율법이 재발견되고 백성들에게 가르침으로 전달된 것이다. 셋째는 성벽이 수축되어 공동체의 안전과 울타리를 갖게 된 것이다. 

성전의 재건 
“할아버지! 우리가 제사 지내는 신은 어떤 분이예요?” 
“얘야! 우리가 모시는 신은 단순한 한 민족의 신이 아니란다. 바벨론에서 보았던 그런 형상을 하고 있지도 않단다. 우리가 모시는 신은 천지를 창조한 유일한 분이란다.” 

성전 어느 어귀에 앉아 손자와 대화하는 할아버지가 있었을 것이다. 
성전이 재건되었다는 것은 한 민족 공동체에게 신앙적/정신적 정체성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민족 공동체는 성전을 중심으로 예배하고 음식을 나누며 자신들이 어떤 민족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자신들의 조상들이 어떤 신을 섬겼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역사를 이야기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이다. 

성전의 재건은 제사의 회복이었다. 고대 사회의 제사는 공간을 중심으로 행해졌으며 성전이 없다는 것은 제사를 드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다시 찾은 제사의 장소로서 성전은 그들에게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는 제사를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삶을 새롭게 하고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그런 공간이다. 

개인의 삶이 의미 있고 행복한 삶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전이 회복되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는 마음의 공간이 무엇인가 찾아야 한다. 자신의 삶이 어떠할 때 자신이 힘을 얻고 영적인 가치를 갖게 되는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마음의 성전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 본 사람은 알고 있다. 인생에서 행복이 무엇인가를 이루고, 돈이나 명예를 얻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생에서 행복은 ‘내가 나 다워질 때’ 오는 것이다. 현재의 자리에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래서 더욱더 나다워지는 것이 인생에서 참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이다. 마음의 성전을 회복하는 것은 ‘나 다워 짐’에 대한 묵상과 나눔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꾸준히 찾고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마음의 성전에 두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중요한 통찰이었지만 피곤했다. 하지만 최근에 ‘주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라고 재정의하고 나서 삶에 보다 큰 행복이 찾아왔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존재 목적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해서 어떤 결과를 내든, 혹은 내지 못하든 내 삶의 행복의 기준은 마음속 성전에 제사를 드렸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살아있는 제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구성원들이 존재에 충실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성전은 기업의 핵심가치로 나타난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성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구성원의 헌신을 숭고하게 하며, 일을 일 이상의 가치로 만든다. 구성원들이 새롭게 힘을 얻는 원동력이 되며, 심지어는 구성원을 확보하거나 퇴출시키는 정당성이 되기도 한다. 조직이 아무리 성과를 내고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결과를 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직의 성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이 일시적인 부와 명예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만족과 행복을 얻기는 어렵다. 핵심가치가 없는 성과는 최악의 경우 분배와 공헌에 대한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조직이 가진 성전은 조직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당신들은 왜 모였고, 여기서 무슨 일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성이다.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조직은 모인 이유가 명확하다. 조직 성전에 모여 할 일이 명확한 것이다. 조직의 중심이 되는 정체성 앞에서 일의 의미와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경영자의 리더십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람은 그 의미에 목숨을 거는 존재이다. 직원들을 보상에 의해 시간을 제공하는 노동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의미와 가치를 함께 이룰 동역자로 만들 것인가는 조직의 성전에 무엇을 둘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정체성을 분명히 한 조직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요트 디자인을 하는 아트핸즈의 김석칠 대표은 요트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조직 성전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디자인에 관한 수상을 휩쓸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당연히 일하는 직원들 역시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내놓는다. 2015년 아트핸즈가 내놓은 투명 요트는 전시회와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행복은 보상이나 복지에 있기보다는 ‘최고 수준의 요트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그 자체가 그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광주에 기반을 둔 유기농 야채수 전문 브랜드 참든건강과학의 심재근 대표은 저온숙성 100% 야채수만을 고집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이 분야에 로열티 고객을 확보해 왔다. 참든의 공장을 방문해 보면 곳곳에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요소가 많다. 재배하는 농작물이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을 경작했는지까지 따져보고 야채를 구매할 정도로 철저하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가 이런 철저함에 몰입되어 있다. 사소한 온도의 차이에도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고 문제를 해결한 후에 다시 가동을 시작한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지역 지자체가 뽑은 ‘일하고 싶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TED강연 중인 사이먼 사이 넥

 

테드 강연과 “왜 일하는가”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사이먼 사이 넥은 인간 행동의 중심에는 결국 “WHY”가 있으며 “왜?”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영감을 얻고 자발적으로 일하며 그 일을 통해서 행복을 얻는다는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보면 자신의 삶의 이유와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이 활동적이며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존재 목적과 의미가 분명해야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 

율법의 선포 
“얘야! 우리가 6일을 일하면 7일째는 쉬되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소비활동도 쉬어야 한단다.” 
“할아버지 왜 그래요? 쉬는 날에는 먹을 것도 있어야 하고, 놀 곳도 가야 하는데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쉴 수가 없는 것이고 다른 날에 쉬어야 할 텐데 그러면 우리 공동체가 예배할 때 만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날 쉬고 같은 날 예배드릴 수 있도록 쉬는 날에는 소비 활동도 안 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쉬는 것이란다.” 
“그렇군요!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랑 대화하는 것도 좋아요!” 

율법이 회복된 것은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삶의 방식과 세대를 넘는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과정이 되었을 것이다. 삶의 원리와 지식들이 부모와 랍비, 스승으로부터 전수되는 과정이 있었다. 성경에 보면 그들은 몇 날 며칠을 모여 율법을 낭송하고 들으며 엎드려서 따를 것을 맹세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율법을 직접 들은 사람들 외에도 그것을 전수하고 가정과 지역에 돌아가서 가르침을 재생산 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이스라엘 공동체가 그렇게 강력한 민족 정체성을 갖게 된 데에는 이런 가르침의 재생산이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마음속 성전의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배움을 지속해가야 한다. 자신의 성품을 개발하고 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가야 하는지 정하고 학습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수년 전에 이랜드그룹에서 중국 주재원을 사내에서 선발할 때 많은 직원들이 중국에 비전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자원했었다. 하지만 막상 중국을 위해서 지금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주재원으로 선발되어 간 사람은 중국어를 꾸준히 연습했거나 중국에 대한 학습의 근거를 가지고 있던 직원들이었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 얼마 전 어떤 책에서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면 우주의 뉴 인력이 그것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식의 메시지를 준 적이 있다. 세상의 일이 어디 그렇던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를 얻는 것을 알려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막연한 긍정은 필연적인 결과에 항상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부터 할 일은 그 일을 배워가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직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직의 값 지불을 해야 한다. 정직하기 위한 배움의 값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목적과 일의 의미가 분명하다고 해서 그 조직이 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르침과 선포, 그리고 지속적인 배움이 필요하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GE의 젝 웰치 회장은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직원들에게 700번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지나다가 회장을 만나면 ‘제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말해 볼까요?’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이 말을 하고 다녔는지 알만하다. 

조직 내에서는 가르침이 일어나야 한다. 직원을 성장시킬 수 있어야 경영이다. 이미 성장한 사람을 채용해서 일하는 것은 동업이다. 함께 일을 하되 직원의 성장에 관심이 없는 것은 막노동이다. 경영은 ‘가능성’ 있는 사람을 채용해서 ‘가능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매력이 있다. 어떤 공동체든 조직의 가치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가르치고 전수해야 한다. 조직의 율법과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공동체의 건강함과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이다. 


가르침이 있는 조직들 
여행과 레저 분야에 콘텐츠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하마씨 그룹의 송재철 대표은 이 분야에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사내에 ‘가인지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2년간 직원들과 여행/레저 분야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여행/레저 가인지센터’를 열어서 자신이 경험한 가인지 경영의 성공 노하우를 다른 여행사와 스타트업 기업에게 전수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내의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가르치기 위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사내에서 진행하는 것과 다른 기업을 가르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초지반건설사업을 하는 반석기초이앤씨의 문형록 대표은 보이지 않는 지반공사에서 정직한 기업으로 남기로 선포하고 직원들 모두가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후에 직원들의 실력과 성품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사내에 독서 문화와 피드백을 적용하여 직접적인 사내 문화를 형성해갔고, 3P 바인더 문화를 도입해서 개개인의 시간관리와 목표관리의 도구를 제공해 주고 현장을 스스로 관리하는 직원들로 양성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기술비전회의’라는 이름의 피드백 미팅을 신설해서 경영자가 가진 지식뿐 아니라 각 현장 소장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기초건설 분야에서 이 회사는 전년도에 50%가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직원들 스스로가 현장에서 품질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절감하는 수많은 지식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조직의 삶에서 율법이 선포되었다는 것은 가르침과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회복될 때 모든 백성들이 모여 율법을 듣고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삶의 지혜를 얻은 것처럼 개인과 조직의 삶에도 자신의 비전과 목적에 맞는 지식이 전수되고 재생산되어야 한다. 



성벽의 재건 
“할아버지! 저기 성벽을 쌓는 많은 분들은 누구예요?” 
“응. 우리 공동체가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고 안심하고 성장하려면 저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힘을 모아야 성벽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 모두 기술자들이예요?” 
“그렇지 모두들 자기 분야에서는 다들 전문가들이지. 저기 줄을 내리고 있는 아저씨가 보이지? 저건 다림줄이라는 건데 저걸로 성벽이 얼마나 바르게 올라가는지를 재보고 있는 거란다. 저기 돌을 다루는 사람은 정확하게 돌을 깨서 성벽에 딱 맞게 올라가도록 하는 거란다. 물론 돌을 열심히 나르는 사람도 필요하단다. 그분들도 그 분야에서 기술자들이지” 

이스라엘 공동체 회복의 마지막 단계는 성벽을 재건되는 것이었다. 느헤미야는 에스라와 더불어서 민족 공동체의 부흥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와 지식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일꾼들을 소집해서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성벽을 쌓는 작업을 했다. 고대사회에서 성벽은 안정감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성벽이 없다는 것은 언제든지 침략에 의해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존재하기 위한 마지막 기초가 성벽이었다. 성벽을 쌓는 일은 일방적으로 리더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신의 재능과 역량, 에너지를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성벽의 문을 만드는 일, 주춧돌을 세우는 일, 마무리를 하는 일, 돌을 구해 오는 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이 필요했고 성벽을 쌓는 구역마다 리더들이 세워져야 했다.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개개인들의 강점과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을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각자의 재능이 발현될 때 공동체는 건강해지고 시너지가 난다. 

개인도 그렇다. 실행해 보아야 자신의 강점이 드러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잘 훈련되고 개발된 한 개인은 성벽이 튼튼한 사람과 같다. 그 사람은 지식 전문가로서 상당한 안정감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살아간다.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한 사람의 전문가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성과가 상당한 차이를 가져온다. 개인의 삶에서 성벽을 건축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서 성벽을 쌓듯이 하나하나 돌을 쌓아 가는 것이다. 교육에 관심이 있고 교육을 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속 성전이며, 교육을 배우고자 한다면 실제로 교육을 해 보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벽을 쌓듯이 하나하나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간호사가 되려면 마음의 중심에 간호사의 업무 자체가 즐겁고 인생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또한 간호사가 되기 위한 제반 지식을 배우고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면서 간호사로서 어떤 지식들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실행해가면서 진정한 간호사로서 공헌이 가능한 사람이 된다. 실천 지식을 쌓아야 한다. 기독경영 컨설팅을 하는 우리 회사에는 수많은 입사지원서가 접수되고 있다. 모두들 우수한 지원자들이다. 이 일이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성전이 되었다는 점과 이 일을 위해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고 있느냐 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검증되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6단계의 채용 절차를 모두 통과한 지원자만이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인턴 과정을 거쳐 검증이 확정되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비전이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는 병원이라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어야 환자를 받을 수 있다. 상담과 접수창구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를 편안하게 안내하는 것인지 지식을 발견해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어떤 환경과 장비를 갖추고 의사가 맞이하고 대화하고 진찰해야 하는지, 검사실과 치료실은 어떤 관계와 소통 속에서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 입원실과 간호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치료제와 도구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제공되어야 하는지, 접수와 수납/예약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 모든 각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직이 가진 존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식화되어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조직이 된다. 그 조직 속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각자의 재능과 지식을 최대한 발휘하여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치 우리 몸이 그렇듯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처럼 지체가 되는 것이다. 

조직의 각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각자 맡은 영역의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 이것을 우리는 지식경영이라고 부른다. 마치 이스라엘 공동체의 마지막 단계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성벽을 쌓아 연결하여 완성시켰던 것처럼 구성원 모두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는 지식의 성벽을 쌓는 것이다. 잘 싸여진 성벽이 공동체에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영역별로 최상의 지식들로 채워진 조직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는다. 

 

구성원의 지식으로 일하는 조직들 
뷰티플휴먼의 판매 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김성자 본부장은 침장, 가구, 주방, 선물 등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인 ‘모던하우스’와 ‘버터’의 전국 각 매장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판매를 통해서 상품의 가치를 더해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상품의 입고, 관리, 진열, 판매, 고객 관리, 상품의 관리 방법 등 물류와 판매에 관한 섬세한 지식을 발견해 가고 있다. 각 단계별로 책임자를 선정하고 담당자는 직접 현장에서 실행하면서 최적의 방법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된 지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전국 매장으로 빠르게 확산한다. 한 매장에서 발견된 진열 방법은 순식간에 전국 매장으로 확산되어 베스트 프랙티스로 정착된다. 이렇게 쌓인 지식이 수만 건이다. 뷰티플휴먼의 판매 서비스 파트에서 일하는 천여 명의 판매사원들은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자신이 발견한 지식을 회사의 인트라넷에 등록하고 또한 등록된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뷰티플휴먼이 관리하는 판매 현장은 서비스 수준과 판매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고객사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지식은 뷰티플휴먼의 든든한 지식의 성벽이 되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떠받쳐 주고 있다. 

 

출처 : http://biblia.co.il/ 느헤미야의 성벽재건

지식의 성벽은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서로가 서로를 지식을 발견해가는 동료로 여기고 공동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지식을 추구하는 조직은 단순히 선임자의 지시나 명령에 의존하여 일하지 않고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지식을 발견해가는 주최자로서 일할 수 있다. 성벽을 수축하는 일은 다양한 현장의 작은 지식들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 최초로 대중화된 피부과 치료기인 IPL 기기를 국산화한 제이시스의 강동환 대표은 국 내외에 지부와 지사를 두고 의료기기를 제조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본부에서 관장을 해 왔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본부에서 모든 지식을 가르치고 통제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조직 내에 실행과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 부서와 팀, 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피드백하고 발견한 지식을 공유하도록 했다. 매 년 지식 페스티벌을 통해 우수한 지식에 대해서는 포상을 해서 보다 즐겁게 지식을 발견해 가도록 돕고 있다. 2016년부터는 매월 월간 피드백 미팅을 통해 각 부서에서 발견한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제이시스에서 지식경영은 의료기기의 특성답게 기기별 국가별 법적인 요건이나 전문 병원 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각 부서와 개인들의 자발적이며 주체적인 노력과 검증이 필수인 상황에서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식경영을 한다는 것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서 지식경영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일을 수행해 가는 것이다. 시키는 데로 정해진 방식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서 보다 더 잘할 방법과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을 조직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에게는 그러한 활동을 촉진하고 그들의 재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회복은 스룹 바벨에 의한 성전 건축, 에스라의 율법 선포, 그리고 느헤미야의 성벽이 재건되면서 완성되었다. 수백 년간 민족적 정체성을 상실한 체 살아가던 유대인들이 다시 모여했던 이 세 가지 작업은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워가고자 하는 모든 리더들에게 좋은 모범이 된다. 유대인들의 성전 건축을 통한 존재의 이유를 확립한 것은 가치경영의 좋은 모델이 된다. 에스라에 의해 율법이 선포되고 유대 백성들을 가르쳤던 것은 인재경영의 좋은 모델이다. 느헤미야가 성벽을 건축하고 민족의 안정감을 추구한 것은 지식경영의 좋은 모델이다. 그러므로 가인지 경영 관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회복의 과정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 모습 자체가 매우 훌륭한 가인지 경영의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가인지 경영은 공동체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조직의 성전에서 예배의식을 갖는 것
조직의 율법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
조직의 성벽에서 지식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조직의 가치와 인재, 그리고 지식경영을 굳건하게 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순서이다.

가인지 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성전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왜 모여 있고, 또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를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양한 제사의식을 통해서 그것을 분명히 했다. 다음에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는 가르침이 일어나야 한다. 조직에서 옳고 그름이 있어야 하고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 일하는 방법과 성품과 역량의 증가가 일어나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율법과 선조들의 가르침을 회복하면서 빠르게 그들의 지식을 향상시켜 갔다. 마지막으로 경영자는 지식을 통해서 성과를 내고 구성원들의 실행을 지식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완성이 각 영역에서 성벽의 재건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조직의 안정감과 지속 가능성 역시 각 구성원들의 지식에 의해 가능하다. 

 

글 김경민『BH컨설팅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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