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대리급 2명 중 1명이 이직시도... '재직자 행복도'가 MZ세대 이직률에 영향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서 '블라인드 지수(재직자 행복도)' 조사... 최상위 10개 기업 워라밸 높지 않아
'업무 의미감, 상사 관계 지수, 윤리지수'가 직장인 '행복하게' 만들어... 직무만족도・조직몰입도 높이고 스트레스 줄인다

'대퇴사의 시대', 이젠 직원이 기업 선택한다... '블라인드 지수(직장내 행복도)' 주목

미국 경제 금융 전문 채널 CNBC는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가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업이 직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MZ세대의 이직 시도율이 높아지고 있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직장인 2명 중 1명(50.4%)이 최근 1년 내 이직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직 시도율은 1-4년차 사원급에서 62.4%, 5-8년차 대리급에서 64.4%로 특히 높았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원・대리급 이직 시도율이 각각 62.4%, 64.4%로 특히 높았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실무를 담당하는 사원・대리급 이직 시도율이 각각 62.4%, 64.4%로 특히 높았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는 매년 ‘재직자 행복도 조사’, 일명 ‘블라인드 지수’를 조사한다.

블라인드 가입자는 2022년 기준 국내 500만 명, 가입자들의 재직 회사 수는 7만 개 이상이다. 국내 재직자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85% 이상이 블라인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블라인드가 조사한 ‘직장내 행복도’ 결과로 MZ세대 직장인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블라인드 가입자 54%가 Z세대와 후기 밀레니얼이며, 이들의 체류 시간은 하루 평균 40분이다. 유튜브 이용 평균 시간인 46분과 비슷하다.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는 매년 재직자 행복도 지수를 조사한다. (사진=블라인드)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는 매년 재직자 행복도 지수를 조사한다. (사진=블라인드)

'블라인드 지수' 기획・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배재경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기업 행복도 지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시대적 요구에 빠르게 대처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유연 근무제 도입 등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복지 제도를 개편한 조직이 특히 매년 행복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MZ세대 이직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 워라밸 아냐... 핵심은 '업무 의미감, 상사 관계 지수, 윤리 지수'

2021 ‘블라인드 지수’ 최상위 10개 기업으로 구글코리아, 네이버웹툰, 대학내일, 메드트로닉코리아, 부산교통공사, 비바리퍼블리카, 신한카드, 한국가스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수출입은행, SK텔레콤이 선정됐다. 

'블라인드 조사'는 업무자율성, 업무의미감, 워라밸, 복지 등 11가지 항목으로 재직자 행복도를 측정한다. (사진출처=블라인드)
'블라인드 조사'는 업무자율성, 업무의미감, 워라밸, 복지 등 11가지 항목으로 재직자 행복도를 측정한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이들 기업은 오히려 ‘워라밸 만족도’가 중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워라밸이나 연봉과 같은 도구적 가치들은 직장인 개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연구팀은 ‘평가자의 행복 지수’와 ‘기업 문화’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블라인드 지수가 가장 높았던 기업들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1. 높은 ‘업무 의미감’

업무 의미감이란 ‘회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인생의 방향과 일치한다고 느끼는 정도’다. 업무 의미감이 높을수록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고 느낀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업무 의미감은 워라밸 대비 두 배 이상, 복지 대비 세 배 이상 직장내 행복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무 의미감이 직장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 (사진출처=블라인드)

업무 의미감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 역시 높았다. 반대로 스트레스는 적었다. 회사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느낄수록 근무 시간이 길더라도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네이버웹툰’과 ‘비바리퍼블리카’의 업무 의미감 지수는 한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워라밸 만족도는 한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그만큼 개인이 성장한다고 느끼기에 행복도가 올라갔다.

'네이버웹툰'과 '비바리퍼블리카'의 워라밸과 업무의미감 지수 (사진출처=블라인드)
'네이버웹툰'과 '비바리퍼블리카'의 워라밸과 업무의미감 지수 (사진출처=블라인드)

 

2. 타 기업 보다 높은 ‘상사 관계 지수’

상사 관계 지수는 ‘나의 상위자가 나의 일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정도’다. 리더가 업무상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고 느낄수록 상사 관계 지수가 높아진다.

블라인드 연구팀은 “직장내 관계 가운데 ‘동료 간 관계’가 아닌 ‘상사와의 관계’가 직장인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상사에게 업무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느낄수록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감 역시 높았다.

동료 보다 상사와의 관계가 직무 만족, 조직 몰입, 스트레스 감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사진출처=블라인드)
동료 보다 상사와의 관계가 직무 만족, 조직 몰입, 스트레스 감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사진출처=블라인드)

한국능률협회와 블라인드가 실시한 ‘가장 선호하는 리더십 유형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가장 선호하는 리더십으로 ‘코치형 리더십(32%)’을 꼽았다. ‘공감형 리더십(29%)’과 ‘보상형 리더십(23%)’보다 일을 잘 도와주는 리더가 좋다는 것이다.

구글 코리아는 2020년 상사 관계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구글 코리아 민혜경 리더는 당시 블라인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사 관계 만족도 비결은 리더가 주는 활발한 피드백이다. 구글에서는 ‘Feedback is a gift’라고 이야기한다. 구글 직원들은 피드백이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 느낀다.”

“피드백을 하는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이 일을 잘 하게 도와주기 위함이다. 비판이 아닌 계발을 위한 것이다. 이를 리더도 후배도 인정하고 있다.”

직장인 32%가 코치형 리더십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사진출처=블라인드, 한국능률협회)
직장인 32%가 코치형 리더십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사진출처=블라인드, 한국능률협회)

 

3. 한국 평균보다 높은 '윤리 지수'

윤리 지수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회사가 문제 상황을 공정하게 처리해줄 것이라는 믿음의 정도다.

2년 연속 블라인드 지수 10위 안에 들었던 ‘대학내일’은 특히 ‘윤리’ 영역에 대한 재직자 만족도가 높았다. 작년 대학내일 윤리 지수는 91%, 한국 평균인 39.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대학내일 측은 블라인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내 문제를 팀 상황이나 개인 성향에 따라 다양한 채널에서 쉽게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윤리 지수가 높다”고 답했다.

'대학내일' 윤리 영역 재직자 만족도(91%)는 한국 평균(39.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사진출처=블라인드)
'대학내일' 윤리 영역 재직자 만족도(91%)는 한국 평균(39.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사진출처=블라인드)

대학내일에는 ‘직원평의회’가 있다. 대표와 리더를 제외한 전 직원 대표 자치기구다.

직원 평의회에서는 1년에 한 번 사업・직무별로 20명 내외 직원대표를 선출한다. 직원대표들은 정기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정기 간담회에서 공론화된 의제들은 경영위원회와 팀장회의를 거쳐 제도화된다.

직원 평의회는 대표와 리더를 견제함과 동시에 리더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함께 푸는 역할이다. '30분 단위 휴가 사용 제도'는 '야근이 너무 많다'는 직원들의 항변에 대해 직원평의회가 제시한 해결방안이다.

대학내일에는 문제 상황을 쉽게 공론화하고 대처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사진=대학내일)
대학내일에는 문제 상황을 쉽게 공론화하고 대처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사진=대학내일)

또 대학내일 직원이라면 누구나 '대학내일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대표이사에게 익명으로 질문할 수 있다.

대표는 어떤 질문이든 무조건 답변해야 한다. 모든 답변은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된다. 직원들은 몇 개의 질문을 받았고 몇 개의 답변이 완료되었는지 현황을 볼 수 있다.

대학내일에는 위험요소, 회사의 대처 방법 및 결과를 사내 인트라넷 등 시스템에 투명하게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론화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 회사도 그 채널을 통해 대처 방법을 상세히 공유한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