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주제를 만나다: 피드백토크

SK하이닉스는 왜 실패사례를 공모했을까? (이미지출처=Pixabay)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 부회장)에서 재미있는 제목의 공모전을 4월 12일 개최했다. 제목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Cul, Culture(문화)를 뜻함)'이었다. 대회의 타이틀처럼 R&D 과정에서 미리 알았으면 도움이 될 만한 '실패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은 3월부터 한 달 간 무려 250여 건의 실패 경험을 등록했고, 우수 실패자(?)들은 두둑한 포상금도 받았다.

실리콘밸리에는 페일콘(FailCon=실패 콘퍼런스)이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사업 성공률은 1%에 불과하기에, 시행착오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거치게 되는 과정이다. 페일콘에서 사례를 공유받는 스타트업들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힌트(hint)'를 얻게 된다.
 

 

도공상노지 매트릭스 (자료제공=가인지캠퍼스)


성공/실패 비결 정리는 '도공상노지'로

성공 혹은 실패한 비결을 정리할 때는 AAR의 세번째 질문을 활용하면 된다. "얻고자 한 것과 실제로 얻은 것의 차이는 무엇이고,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차이의 원인이 곧 지식이고, 이 지식이 있으면, 다음에 성공을 반복하거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비결을 정리하려고 보면, '그냥 열심히 해서 된 것이지, 딱히 비결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무언가 바꿨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진 것임에도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도공상노지'를 활용하면 조금더 빠르게 비결을 찾아볼 수 있다. '도공상노지'는 도구, 공정, 상품, 노동, 지식의 앞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oo을 바꿔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면을 저울에 올리지 않고도, 1인분을 측정할 수 있다.


도구를 바꿔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스파게티면 1인분을 측정할 때,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할 수 있을까. 보통 저울에 면을 올리고 무게를 측정하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1인분에 해당하는 구멍에 면을 넣어서 측정하면 더 빠르게 1인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미리 면을 여러 묶음으로 꽂아두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양을 재지 않아도 된다.
 

질문 하나만 추가해도, 예약부도율을 낮출 수 있다.


공정을 바꿔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공정이란 '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하나하나의 작업 단계'를 말한다. '어떻게 하면 자리를 예약한 손님들이 약속을 지키게 할 수 있을까?' 예약 손님을 위해 자리를 미리 비워두는 식당의 주인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어떤 식당에서는 예약을 받을 때, 질문을 한 가지 추가한 것으로, 예약 부도율을 30%에서 10%로로 낮추었다고 한다. "못 오시게 될 경우, 전화를 주시겠습니까?" '예약을 받는 공정'에 질문을 추가하여 원하는 결과를 낸 것이다.
 

접을 때, 옷에 빗물이 닿지 않게 만든 우산


상품을 바꿔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상품의 기능이나 디자인이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바뀌면 고객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거꾸로 펴고 접는 우산'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우산은 접을 때, 우산의 안쪽면이 바깥으로 향하게 되어, 빗물이 옷에 묻는 것을 막게끔 설계가 되어 있다. 기능에 변화를 주는 것 외에도 디자인만 바꾸어 고객의 사랑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 벚꽃 시즌이 다가오면, 편의점에서 분홍빛 포장을 입은 상품들(내용물에는 변화가 없는)을 보게 되는데, 이 경우도 상품이 바뀐 경우이다.
 

쿠팡맨이 배송한 박스에는 감동스런 편지가 적혀 있을 때가 있다.


노동을 바꿔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상품이 유형에 가깝다면, 노동은 무형에 가깝다. 쿠팡맨은 물건을 배송할 때,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친절'을 베푸는 것으로 유명하다. 쿠팡맨이 전달하는 박스를 받은 사람은 그냥 박스가 아니라 감동스런 문구가 적힌 박스를 받을 수 있다. 쿠팡이 고객만족을 위해 '노동'을 바꾼 것이다.

 

LA다저스는 선수 선발의 공식을 가지고 있다.


지식을 바꿔서(적용해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사실, 앞의 네가지(도구, 공정, 상품, 노동)가 모두 지식의 종류들이다. 지식이란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 모두를 가리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공상노지'의 '지'에 해당하는 '지식'은 성공의 공식에 가까운 것이다. 2013년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류현진을 스카우트했다. 메이저리그는 100년이 넘는 프로야구의 역사 속에서 어떤 선수가 구단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인지 가늠할 수 통계와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과학적인 스카우트를 할 수 있다. 즉, 이런 스펙의 선수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공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 비결은 '도공상노지' 중에 무엇에 있는가? 이 질문은 우리 몸에서 어디까지가 팔이고, 어디부터가 어깨인지를 구분하는 것처럼 애매한 부분이 조금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도구, 공정, 상품, 노동, 지식 중에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서 결과가 달라진 것인지 답을 해본다면, 비결을 정리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한 비결의 공유는 동료에게 나침반이 된다. SK하이닉스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이나 실리콘밸리의 '페일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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