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형제들 한명수 이사, "회사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CC컨퍼런스의 두 번째 강사는 우아한 형제들 한명수 이사였다. 배달의 민족은 한 이사가 다닌 회사 중에서 9번째 회사였다. 자신의 신앙 간증을 시작으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다음은 한 이사의 강의를 요약한 내용이다.

㈜우아한 형제들 한명수 이사가 배달의 민족 사례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사진=가인지캠퍼스]

나는 어릴 때부터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답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CC 컨퍼런스에 강의요청을 받고 질문이 생겼다. “크리스천이란 말이 붙으면 뭔가 다른가? 선교적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이야기인가? 실력에 영성을 더하자는 이야기인가? 그냥 스타트업과 크리스천 스타트업은 어떻게 다른가?” 나에게는 질문이 많았다.

우리 회사의 본질은 앱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다. 캐시 카우는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 민족은 다운로드 3,400만, 월간 주문량 1,800만, 월간순방문자 650만, 등록업소수 22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돈을 버는 것 이외에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에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 앱만 잘 만들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본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이러한 비본질적인 일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효자손, 때수건을 만들어 판매한다. 비본질적이고, 쓸 데 없어 보이는 일을 한다. 그냥 재미있어서 한다. 우리 회사를 설립한 김봉진 대표는 음식점 찌라시 스캔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잡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재미있는 포스터로 회사를 시작하였다. 스타트업은 재미로 시작해야 한다.

2011년에 내가 다니던 회사를 돌아다니다 엄숙한 장면에서 사진을 찍었다. CEO는 저래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진은 2015년에 찍은 사진이다. CEO랑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내가 섬겼던 CEO들이다. 교회를 다녀도 이상한 분들도 많았다. 주일날 대표 본인은 예배 가면서 직원들에게는 일을 엄청 시키고 가는 분도 계셨다. 내가 본 CEO들은 각양 각색이었다.

다음은 배달의 민족이 했던 웃기고 잘 팔렸던 카피들이다.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씻고 자자”, “빨리 감자”, “이빨 청춘”, “갓김치가 타고 있어요” 이런 카피가 좋다. 본질은 같지만 포장을 다르게 하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만들면 잘 팔린다. 콜라보를 하자는 요청을 많이 받아서 치약, 치솔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다른 기업과 콜라보 상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 회사에는 라이더가 있다. 배달하는 분들인데 4대 보험이나 월급보다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비즈니스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뭔가 일을 할 때 변수가 너무 많았다. 대기업들은 이런 일을 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결국 조폭같은 매니저를 구해서 해결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광고를 통해서 본질은 바뀌지 않았는데 인식의 차이로 잘 팔렸다. ‘1인 1닭’, ‘지은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이런 내용과 디자인으로 광고했다. 이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주문을 많이 했다.

2015년에 나는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를 만났다. 회사에 갔더니 직원들이 자유롭고 밝고 인사를 잘 했다. 이 회사에서 인센티브 없이 영업직은 처음 보았다. 콜센터 직원들이 표정이 밝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회사를 배달의 민족으로 옮길까 말까 고민했다. 아내가 ‘그런데 왜 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와중에 배달의 민족 수수료 0%를 선언했다. 매출이 뚝 떨어졌다. ‘이상한데? 망하려고 그러나?’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진짜 같기도 하고, 가짜 같기도 했다. 김봉진 대표와 카톡을 주고 받다가 자신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예술과 경제 두 가지를 융합한 존 러스킨의 논문 세 권을 엮은 책이다. 김봉진 대표가 이 책을 읽고 회사에 적용을 하고 있었다. ‘정직은 종교나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 때문에 하라. 작은 일을 잘 해라’ 등 통찰력을 주는 내용이 가득하다.

나는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해서 신입 직원들 옆 자리에 앉아서 일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2주 정도 지나자 익숙해 졌다. 직원들과 깔깔 웃으면서 함께 일하는 환경이 재미있었다. 한 번은 여러 직원들이 회사 법인 카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결국 내가 디자인한 ‘복 카드’가 선택되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퇴근할 때 느끼는 독특한 감정이 있다. 상사의 눈치를 본다. 상사조차도 먼저 퇴근하면 아랫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 퇴근할 때 인사를 하지 말자는 문화를 만들었다. 인사하지 말고 기체처럼 사라지자는 운동을 했다. 쓸 모 없는 감정이 생산성을 낮춘다. 쓸 데 없는 감정이 사라지니 일을 더 잘 하게 되었다. 함께 식사하고 간식 먹으면서 친해 지려고 노력했다. 리더들이 구성원들에게 밥을 해 먹이고, 밥을 해 먹이고, 또 밥을 해 먹이면서 친해졌다.

‘쉽고, 명확하고, 위트 있게’, ‘이번 고비가 지나면 다음 고비가 온다’, ‘서로 아끼고 힘이 되어 사람을 남기자’, ‘휴가엔 사유가 없습니다’,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 멋진 카피들이다. 우리 회사의 카피에는 은혜로운 말이 없다. 명쾌한 말만 있다. 회사 곳곳에 카피를 붙였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 모두가 알지만 쉽지 않다. 우리는 처음 입사한 직원들에게 사원증을 만들어 준다. 외부에는 우아한 형제들이 특별한 회사라고, 뭔가가 넘쳐나는 회사라고 소문이 나서 신입 사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 기대감을 사원증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부터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보통 회사에서는 증명 사진을 가져오라고 해서 사원증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끝난다. 우리는 먼저 “당신은 어떻게 보이길 원해요?”라고 질문한다. 본인의 컨셉대로 디자이너, 포토, 피플팀 직원 3명이 붙어서 작업해 준다. “사랑꾼처럼 보이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그렇게 찍어 준다.

사원증 뒤에는 가족, 반려 동물 등 가장 소중한 사진을 가져오라고 해서 넣었다.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상대방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였다. 사원증이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하는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소프트웨어가 좋으면 하드웨어는 따라 간다. 회사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사원증에서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 이름보다 직원 이름을 더 크게 인쇄한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할 때는 무섭게 잘 한다. 직원들끼리 수다를 많이 떨면서 중요한 일을 한다. 소통이 매끄러우니 성과가 극대화 된다.

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하여 ‘송파구에서 일을 잘 하는 방법 11가지’ 등을 써서 곳곳에 붙여 두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으로.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 나눈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개발자가 개발만 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휴가 가거나 퇴근 시 눈치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팩트에 기반한 보고만 한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신입 사원은 처음에 수직적으로 대응하다가 6개월만 지나면 수평적인 문화에 익숙해 진다.

구성원들은 작은 질문에 대답을 안 해 주면 큰 질문을 하지 않는다. 불만은 얘기하도록 해야 한다. 어두움 속에서 나오는 불만과 투명한 곳에서 나오는 불만은 다르다. 감정을 절제하면 의도가 사라진다. 그러면 의도가 사라진 명령만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게 된다.

일은 힘들게 하지 않으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일은 일부러 힘들게 어렵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성이 늘어난다. 쉽게 일하는 사람은 전문성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이다. 즐거움을 회복하면 일은 어떻든 상관이 없다. 노동의 기쁨을 느껴야 한다.  

처음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냈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아이디어를 준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수육했어 오늘도” 똑 같은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의 힘듦이 있다. 새롭게 하는 것은 쉽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으로 2018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통합미디어 부문(IMC) 캠페인 전략 금상을 받았다. 1교시에 치킨 필기를, 2교시에 치킨 실기를 치렀는데, 500명이 참석했다. 의도적으로 행사에 아이돌 가수를 부르지 않았고, 권위 있는 시험의 느낌을 주려고 애썼다. 시험 결과 118명이 합격했다. 모든 합격자들에게는 합격증을 발부하였다. 1등 그랑프리를 수상한 합격자에게는 축하 현수막을 걸어 주었다. ‘안양의 자랑 김.미.정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수석 합격’. 이것이 배달의 민족 스타일이다. 우리 회사는 쓸데 없어 보이는 일을 많이 한다. 옷도 만들고, 문구류도 만든다. 폰트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였다. 실패도 많이 하고 성공도 많이 했다.

조직은 덩치가 커지면 어두워진다. 속도가 느려지고 둔해 진다. 관료제 기업으로 변해 간다. 조직의 덩치가 커져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나는 배달의 민족에 동참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다. 누구는 말라 비틀어 져서 없어진다. 누구는 꽃 피우고 어마어마한 나무가 된다. 놀라운 일이다. 창의력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작년 코엑스 디자인 페스티벌에 부스를 만들어 참석하여 배달의 민족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렸다. 우리는 생각이 나는 대로 실행해 본다.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면 된다. 창의적인 디자인은 프로세스가 아니라 문화이다. 직원들이 함께 일하며 즐기는 것이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아무도 무시하지 않고 “ㅋㅋㅋ”라며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 준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의견을 낸다.

한 달에 한 번씩 요리, 육아, 등산, 자동차, 국회의원, 웨딩, 디자이너, 개발자, 카이스트 잡지 등 각 계층의 잡지를 보면서 카피를 쓴다.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은 쓰러질 수 밖에 없는 무언가를 싣는다. 회사의 이러한 문화는 공기와 같다. 언어가 통하면 민족이 된다. 감성을 건드리지 않으면 소통할 수가 없다.

창조적 사고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입사할 때도 거창한 것을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것을 잘 하는 사람을 뽑는다. “회사 들어오면 뭐 할래?” “아침마다 쓰레기를 버리겠습니다.” 이런 사람을 뽑는다.

겉 느낌, 형식이 주는 느낌을 베껴도 속 내용, 본질은 베낄 수 없다. 어떤 친구가 질문을 했다. “저는 사회에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세상이 너무 어두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그 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요? 계속해서 공부하세요. 계속해서 질문하세요. 그러면 밝음과 어두움이 같이 보이고, 손이 더러워질 수 밖에 없어요. 손이 더러워지면 기도할 수 밖에 없어요.”

빛과 어두움이 만나는 곳에 하나님께서 임재 하신다. 왜냐하면 엄청난 충돌이 있기 때문이다. 빛을 보면 감흥이 없다. 어두움을 봐도 감흥이 없다. 하지만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면 우리는 안다.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더럽히는 일들에 뛰어 들어야 한다.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내면에서 온전한 빛이 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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