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책을 만나다: 작고 멋진 발견

세계적인 완구기업 레고는 2,000년대 초반, 재정 위기로 파산을 걱정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시 기업의 모든 연구 데이터들은 향후 미래 세대에게는 컴퓨터 게임과 같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놀이가 대세를 이룰 것이며, 더 이상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레고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전세계 어린이들을 연구한 빅데이터 역시 레고에게 기존보다 훨씬 크고 단순한 블록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당시 레고의 마케터들은 각 도시를 돌며 어린이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찾은 아주 사소한 단서가 빅데이터가 주는 예측을 뒤엎었다.

인터뷰 중  만난 한 소년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닳을 대로 닳아버린 낡고 오래된 신발이었다. 그 소년은 스케이트보드 기술 연습을 하느라 한껏 낡아빠진 운동화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 운동화가 그 소년에게는 일종의 트로피이자 금메달이었던 것이다.

당시의 데이터는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어 같은 시간에 결과물을 빨리 얻고 싶어 하고, 즉각적인 만족감만 추가한다는 평균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마케터들은 소년으로부터 아이들이 놀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또래 집단에서 일종의 소셜 화폐를 얻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기술이 자신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레고 경영층은 빅데이터로부터 얻은 결론을 버리고 아예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크고 단순한 블록 대신 훨씬 작고 세밀한 블록 세트를 출시한 것이다. 당연히 블록을 완성하는 데 기존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들도록 설계하였다.

그 결과 레고는 블록을 완성하는 것 자체로 도전이자 기술과 통달의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층까지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즈니스 헛발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기획자와 의사결정자들은 "나는 고객을 잘 알고 있다" 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만나는 건 상상 속의 '책상 고객'은 아닐까? 이러한 착각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 대신 기업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존과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상품을 정의해 성장과 혁신의 돌파구를 찾아내고자 한다면, 진짜 고객이 있는 시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스스로 고객이 되어보고 고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살아 있는 혁신의 단서를 찾아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의 고객을 잘 알고 있습니까?"

"작고 멋진 발견" 에서 진짜 고객의 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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