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타트업, 애자일 방식으로 해야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 '린스타트업', '애자일'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을 '린스타트업'이라고 한다. 린스타트업은 만들기, 측정, 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해 나가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00년대 초에 대두된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인 '애자일(agile)'도 린스타트업과 유사하다. 애자일 방식에서는 짧은 개발 주기가 여러 번 반복되며, 요구사항이 자주 추가되거나 변경된다. 결과적으로 개발자는 고객에게 좀 더 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고, 고객의 피드백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는 빠른 실행과 빠른 피드백을 강조한다. [사진= 교보문고]


스타트업으로 홈런을 치고, 지금도 많은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는 자신의 저서인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에서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고 상품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빠르게 시작하고, 빠르게 피드백하라"고 말하고 있다. 린스타트업, 애자일 방식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이다.

이런 방식은 스타트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나 ING생명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14일, 계절밥상에서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CJ푸드빌]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계절밥상... 우리 조직에는 빠른 '린스타트업' 현장이 있는가?

지난 8월, 산지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 계절밥이 ‘테이크아웃(Take out)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계절밥상 아이스크림은 매장에서 인기 높은 디저트 메뉴로, 정식 제품으로 출시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쇄도해 테이크아웃 제품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이번 제품은 보성녹차, 바닐라빈과 기능성 유산균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과 차별화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보성녹차 중에서도 빛을 보지 않고 키우는 차광재배 녹차만을 사용하고, 녹차 함량을 높여 진한 향과 맛을 냈다. ‘바닐라빈 아이스크림’은 인공향이 아닌 바닐라빈으로 깊은 풍미를 더했다.

계절밥상에서 출시하는 메뉴는 고객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만나게 된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즐겨 찾는 메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메뉴도 있다. 어떤 고객은 매장에서 먹어본 메뉴를 별도로 판매하는지 묻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절밥상의 매니저는 메뉴에 대한 피드백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받게 된다. 14일 출시한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은 이런 피드백 과정을 거쳐 별도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출시가 된 것이다.

계절밥상 매장에 있는 '밥상'은 어떤 의미에서는 CJ푸드빌의 '린스타트업' 현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절밥상 매장의 고객들은 즐거운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고, 결재를 하면서, CJ푸드빌의 다음 상품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에 소속된 ING생명 직원들이 Daily stand-up meeting을 하면서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ING생명]


ING생명, 애자일 조직 100일째... 우리 조직에 '애자일 방식'이 필요한 팀, 프로젝트가 있는가?

7월 17일, ING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Agile) 조직을 도입한지 100일만에 일하는 방식에서 혁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ING생명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그룹의 ‘Squad(분대)’를 꾸려 업무에 대한 전 권한을 부여했다. 임원-부서장-중간 관리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철폐하고 모든 업무를 직급 고하가 아니라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 ‘고객 시각’에서만 판단하도록 했다.

‘PO(Product Owner)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데요?’ 입사 6개월 차의 신입사원이 PO(단위조직의 코디네이터)에게 날카롭게 반문한다. 과제를 놓고 팀원들 간 끝장토론이 벌어진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국내 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요즘 ING생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애자일 조직 도입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매 2주 단위로 목표를 점검하고 작업 목록을 작성해 일을 나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은 매일 오전 9시 모두 일어선 채로 간단히 각자 진행하는 업무계획과 진행상황, 어려운 점, 필요 지원사항 등을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상사의 지시는 일체 없다. 경영진은 전략 목표나 방향(What)을 제시할 뿐, 과제들을 어떻게(How) 실행할지는 직원들이 모두 결정한다.

기능에 따라 부서로 나뉘었던 조직이 업무 과제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한 팀 내에서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의사결정 후 실행하며 실패해도 빠르게 새로운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마치 스타트업 직원처럼 일하는 것이다. 권한이 주어지고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니 의견 개진도 활발해졌다. 분기별로 성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 등의 절차는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 결과 중심으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신상품 준비기간이 짧아진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한 부서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그 결과물을 다른 부서가 차례대로 넘겨받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약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초기단계로 돌아가 완성품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업무처리가 더딜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 때를 놓친 상품을 출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과거 2개월 가량 걸리던 신상품 준비기간은 애자일 도입 이후 3~4주로 대폭 단축됐다. 상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언더라이팅·보험금심사 등 여러 유관 부서가 참여해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고객관점의 문제해결도 나타나고 있다. ING생명은 그간 FC채널 계약유지율 향상을 위해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 개편으로 영업·운영·고객전략 등 부서 간 업무 융합이 일어났고 새로운 개선책 도출에 성공, 이를 시범 시행한 결과 FC채널의 4회차 계약유지율이 직전 3개월 대비 평균 2% 포인트 향상됐다. ING생명은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곧 전체 지점 대상으로 유지율 개선책의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업무에 즉각 반영되니 조직원들의 생각 역시 한층 유연해졌다. 그간 업계에서 휴면고객은 더 이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주요 판촉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그러나 ING생명은 이러한 선입견에서 탈피해 자사 일부 휴면고객에게 접촉, 그중 3%의 고객으로부터 신계약을 창출해냈다.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실행 결과 직원들의 책임감과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며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달라진 근로 환경에서 애자일 방식은 훌륭한 대안이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 애자일 조직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중심으로 스스로 혁신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