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이래야 한다는 말은 차고 넘치고... 브랜드 관리는 더욱더 갈피를 잡기 어렵기만 하다. 정말 프레임이 완전히 바뀐 걸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모나미 153 한정판 (사진출처=Flickr)


모나미 153 :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모나미Monami 153'이 어떤 브랜드인지 기억하고 있다. 볼펜 자체가 흔치 않던 시절부터 국민 볼펜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랜 시간 필기와 업무의 '좋은 친구'(Mon Ami: 불어로 내 친구라는 의미의 브랜드)로 우리 곁에 조용히 존재해 왔던 브랜드다. 날씬하고 하얀 몸통에 새 부리 모양의 선축, 딸깍딸깍 누르며 습관적으로 모나미 볼펜을 뱅글뱅글 돌리던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 모나미가 2000년대 들어서며 최악의 경영난과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마침내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의미심장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그들의 '오리진origin'으로 돌아간 것이다."

"모나미는 가장 친숙하고 오래된 모델인 '모나미 153'의 1만 개 한정판을 선보였다. 금속 니켈과 크롬을 도금해 만든 황동생 몸체에 레이저로 '모나미 153'을 새겨넣고 품질 좋은 독일제 잉크와 금속 볼펜심을 넣어 정성을 다했다. 5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정판은 품귀 현상을 빚었고, 온라인에서 경매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시도는 소비자들이 '모나미가 이런 브랜드였나? 할 정도로 브랜드 자체를 다시 보게 한 계기가 됐다."

『어바웃 브랜딩』의 저자인 정지원 브랜드 컨설턴트는 "변화된 기술과 달라진 고객, 정교화된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지 못한 채 단지 커뮤니케이션 테크닉에만 집중하면, 화려한 등장으로 잠깐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강렬한 인상을 던져주더라도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를 압박하는 신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SNS의 다각적 활용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보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브랜드의 본질에 관련된 질문을 해야 한다. 여기에 바로 '대체 브랜딩이 뭐길래?'에 대한 단순하고도 명료한 답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3송이에 2000엔 짜리 바나나는 어떤 스토리텔링이 필요한가 [사진=구글이미지]


일본의 행복한 바나나 : 브랜딩은 하나의 기회를 여는 '새로운 열쇠'

"자, 여기에 어떤 바나나가 있다. 바나나 생육의 한계 고도를 뛰어넘은 1000미터 고지에서, 일반 바나나보다 1.5배나 긴 재배 기간을 들여 키운 바나나이다. 이 바나나는 세심한 수송 과정과 남다른 숙성 절차를 거쳐 마침내 백화점 식품 매장에 도착해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판매자는 이 바나나에 들인 비용과 노력만큼 상품을 비싼 가격에 많이 팔고 싶어 한다. 이 바나나는 당도와 크기, 식감이 다른 바나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그 품질을 믿고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면 될까? 놀랍도록 뛰어난 품질만으로도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 바나나는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구가 키운 행복한 바나나(지큐 소다치 시아와세 바나나)'라는 이름의 이 바나나는 3개짜리 한 송이에 무려 2000엔이나 한다. 그럼에도 '행복'이라는 화두가 담긴 독특한 네이밍과 두 겹으로 겹친 스티커를 붙여 껍질을 벗겨 내듯 윗부분을 떼어내면 바나나가 화자가 되어 직접 메시지를 건네게 한 재미있는 패키지, 펼치면 바나나 잎 모양이 되는 쇼핑백 뒷면에 이 바나나가 얼마나 특별한 환경에서 얼마나 좋은 사람들에게 키워졌는지에 대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야말로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정 컨설턴트는 "이 바나나의 판매자는 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그들은 재능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이 바나나의 실체를 가장 적합한 언어에 담았고, 상품의 본질을 직접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구현했으며, 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에 연결하여 고객과의 작은 접점을 마련해 짧은 소비 시나리오 안에 알차게 구성해 넣었다. 즉, 브랜딩에 성공한 것이다"고 결론을 짓는다.

정 컨설턴트는 브랜딩을 하나의 기회를 여는 '새로운 열쇠'라고 말한다. "수많은 제품 사이에서 내 브랜드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기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시장의 룰을 나에게 유리하게 재규정할 기회, 단지 소비하는 대상에서 교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화할 기회, 도태의 흐름을 이겨내고 새로운 존재가치를 부여할 기회... 브랜딩은 하나의 기회를 여는 '새로운 열쇠'로 보는 것이 좋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 성공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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