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결국 가격을 정하는 게임…“가격에 함축된 ‘고객가치’를 파악하라”

[책만나] "바쁜 경영자들이 시간을 아껴 매일 짧은 기사를 통해 쉽게 책을 만날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진출처=가인지북스]

아마존이 출시한 ‘프라임’ 회원권을 사게 되면 약 2000만 가지 상품을 배송비 없이 이틀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프라임 회원권에는 또한 4만여 개의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 서비스와 50만여 권의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킨들 오너스 렌딩 라이브러리’가 부가서비스로 함께 포함돼 있다.

오늘 기자가 추천할 책 ‘프라이싱’에서는 이처럼 카드나 가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방식 등을 ‘가격 혁신화 방법’의 사례로 소개 하고 있다. 아마존의 사례는 회사 입장에서 고객을 확보할 뿐 아니라 고정비를 받으면서 고객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마케팅인 것이다. ‘프라이싱’은 “이는 고객 충성도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이 사례를 분석했다.

2017년 출간된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은 경영에 있어 가격에 관련된 교과서나 매뉴얼로 불릴만한 책이다. 저자 헤르만 지몬은 그의 세계적인 경영 베스트셀러인 ‘히든 챔피언’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 불리며, 경영학계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독일이 낳은 초일류 경영학자다.

저자는 책에서 “가격 결정은 비즈니스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가격 자체만으로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고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고객이 떠날 수도 있다는 것. 책은 가격 자체를 고객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뿐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

경영은 결국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런던 올림픽·독일 철도카드 등 사례가 중요성 증명해

이 책은 기본적으로 경영을 ‘가격을 정하는 행위의 메커니즘’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훌륭한 경영’= ‘훌륭한 가격 결정’ 이라는 이론이 성립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 책에서는 ▲최적의 각격 포지셔닝 ▲가격차별 아이디어 ▲가격 혁신화 방법의 세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합리적인 소비자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사려고 한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값싼 물건을 살때 조차 각종 인터넷 정보나 SNS에 올라온 체험 후기를 꼼꼼히 살펴 제품 구매를 결정한다”며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이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더 이상 기업들이 매력적인 마케팅이나 품질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합당한 가격을 기업이 결정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사례를 보면 가격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은 런던 올림픽 티켓 가격을 수익 창출의 효과적 유인으로 뿐 아니라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다. 2012라는 숫자는 당시 올림픽 게임을 의미했는데, 가장 낮은 기본 가격이 20, 12 파운드였고, 가장 비싼 티켓 가격은 2012파운드로 가격을 맞췄다. 지불 방식도 특이 했다.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는 ‘나이 만큼 지불하기'방식을 적용했고, 노년층 역시 더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당시 할인 정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 또한 또 다른 요점으로, 가격을 통해 “경기와 경기의 티켓은 그 가격 값을 한다”는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호를 소비자들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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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가격결정을 통한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독일의 철도카드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독일은 철도카드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정가의 반값에 기자표를 살 수 있게 해 줬다. 당시 기차 여행의 변동비를 km당 8센트로 줄여줬는데, 전형적인 자동차 운전 비용인 km당 10센트보다 낮은 비용이었다. 결국 당시 독일 철도카드는 히트를 쳤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당시로는 파격적인 가격결정 활용 사례로 꼽힌다.

품격·플라시보 효과 등 신비로운 가격 결정의 심리학…‘사용한만큼 지불하기’ 등 혁신이 필요

가격결정은 경영학의 영역이지만 심리학적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가격의 품격 효과’란 가격이 지위와 사회적 위신을 상징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사치재의 경우 가격은 그 자체로 제품의 품질이나 고급스러움의 지표가 된다. 즉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칙과 달리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다.

실제로 벨기에의 명품 핸드백 제조사인 델보는 브랜드의 지위를 재조정하기 위해 가격을 전면적으로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고객들은 뎁보 백을 명품인 루이비통 핸드백과 동급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델보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헤르만 지몬은 “프리미엄 상품이나 사치재의 경우 이 같은 품격효과가 존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높은 가격대를 향해 조금씩 가격을 인상하며 수요 곡선을 더듬어보길 추천한다”고 권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 또한 가격결정에서 크게 작용하는 심리학적 영역이다. 플라시보 효과란 환자에게 의학적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약을 처방했음에도 환자의 증상이 개선된 사례로 알려진 것으로, 환자들은 같은 진통제를 다른 가격으로 제공했을 때 “높은 가격의 약이 약효과 좋았다”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가격 차이가 상당한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실제적인 가격결정 방법에서도 혁신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시간·수량·단위 등 요소를 잘 고려해 획기적인 가격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사용한만큼 지불하기’ 전략이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케이블 TV를 고정 월별 요금 대신 실제 시청한 양만큼의 요금을 부과하는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버젯그룹의 자동차 셰어링 산업 ‘집카’의 경우 주행거리와 시간대를 기준으로 주행요금을 받는다.

[사진출처=가인지북스]

헤르만 지몬은 “전통적인 구조는 구매한 후에 사용하지만 이제는 필요 지향적 관점이 가격 결정의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한다”며 “소비자들은 때때로 물건을 소유할 필요가 없으며 그보다는 물건의 성능이나 혜택, 혹은 물건을 사용해서 이룰 수 있는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기업은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게 되는 셈”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생산물 산업에서보다 훨씬 큰 수익을 올릴 가능성 또한 열린 셈이다”고 해석했다.

‘가격 결정’은 결국 CEO가 해야 할 주요 역할…“가치의 창출·수량화·소통을 가격을 통해 하라”

책은 결론적으로 CEO가 해야 하는 주요역할 중에 하나가 ‘가격 결정’ 임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세계적인 선도기업인 히든 챔피언들 또한 CEO가 가격결정에 깊이 참여한다”며 “히든 챔피언 기업들의 CEO는 자신의 사업을 모두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며,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귀띰했다.

구체적으로 책에서는 CEO 참여가 높은 기업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네가지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결정력은 35 %더 높았다. ▲가격인상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확률은 18% 더 높았다. ▲ 가격인상 후 매출이익률은 26% 더 높았다(이는 고객에게 원가 상승분을 전가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30%의 기업이 가격결정 전담 부서를 운영했으며, 이에 따라 이익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라이싱 저자의 당부를 정리해 본다.

“훌륭한 가격 결정에는 3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를 수량화하며, 가치를 소통하는 일이죠.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받을 만한 가격,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가격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무엇보다도 가격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출처 = 가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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