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욕망 투영하는 거울…숨겨진 전략·의도·심리 통해 세상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 생겨”

[책만나] "바쁜 경영자들이 시간을 아껴 매일 짧은 기사를 통해 쉽게 책을 만날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진출처=예스24]

가격이란 어떤 상품에 담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라면 1000원짜리 빵이든 1만원짜리 옷이든, 혹은 10억짜리 부동산이든 저마다 ‘가격표’를 달고 있다. 현대사회의 시민들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최저가 품목을 찾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더 비싼 가방과 더 비싼 자동차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가격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면서도, 그 가격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정확한 구조는 모른다. 막연히 ‘생산 단가’나 ‘유통 비용’에 ‘이윤’을 더한 정도라고 추측할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노동정의 2018년 저서인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은 저자가 7년간 100여 곳이 넘는 기업과 다수의 경제학자·사회학자, 그리고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드러나진 않지만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선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가격’이란 주제에 대해 끈질기게 취해한 결과 나온 책이다. 저자는 경제신문 증권부·유통부를 거치면서 ‘비행기 1등석은 어떻게 운영될까’, ‘수입맥주는 왜 4캔에 만원일까’ 같은 호기심을 풀어가면서 결정적으로 그 뒤에 ‘가격’의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가격은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가격에는 대상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소비자의 의도, 인간의 심리와 욕망이 깃들어 있다”고 밝힌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을 ‘여러 나라 국민의 부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 이라고 정의했지만, 저자는 경제학을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가격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학이자 인문학”이라고 주장한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비유에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여러 장님들이 지혜를 모아 자신이 만진 부분이라도 묘사해 이를 합해서 전체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가격을 분석해 가는 과정에서도 시장경제의 각 주체인 소비자·기업·정부의 가격을 보는 관점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기업들은 왜 그 제품을 그 가격에 내놓았는지, 그리고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거나 왜곡시킨 가격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경제학은 결국 심리학…‘명품 사재기’·‘미끼상품’ 등에 담긴 인간욕망 분석해 기업전술로 삼아

 

경제학이 결국 ‘심리’라는 주장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현상은 ‘사재기’다. 지난 2012년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이 최고 인기 제품인 ‘클래식’ 모델의 가격을 10%나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졌다. 이 소문은 곧장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거쳐 빠르게 널리 퍼져나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보의 진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명품을 사야 한다’는 논리로 샤넬 상품들을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롯데백화점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소문이 퍼진 달에만 사넬 매출이 전년대비 90%나 올랐다고 한다.

중국의 명품 사재기 열풍 현장 [화면=연합뉴스 화면캡쳐]

이처럼 이 책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가격은 대부분 원재료나 품질의 가치보다 소비자가 만족하고 느끼는 가치가 가격의 구성을 이룬다. 물론 경제학의 전통적인 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사재기의 원리처럼 경제학은 심리학적 요소가 강하며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도 매우 복잡하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의 심리학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생존 전술로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의 1등석은 자리가 다 차지 않으면 싸게 재고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비운채로 놔두고 비행기를 띄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1등석을 싸게라도 팔면 당장은 이익이 되지만, 1등석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미끼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네슈퍼 사장님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아이스크림 ‘대할인’ 전략을 펼친다. 처음엔 10% 할인으로 시작했다가 손님이 줄면 20%, 30%, 50% 이상 파격적인 할인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결국 “가격은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 임을 말하고 있다. 가격표에는 결국 제품의 내재 가치뿐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전략과 의도·심리·욕망이 모두 녹아들어 가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말한다. 

“가격 속에는 이처럼 복잡한 방정식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 가격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긴다.” 

오늘 우리기업 상품의 가격, 내가 자주 구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통해 비즈니스 세계와 세상을 탐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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