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언어라면 ‘사야하는 이유’ 설득하고, ‘갖고 싶은 욕구’ 불러 일으켜야”

[책만나] "바쁜 경영자들이 시간을 아껴 매일 짧은 기사를 통해 쉽게 책을 만날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미지=예스24]

“심플하고 임팩트 있는 이름, 새로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이름, 다양한 맛으로 확장 가능한 이름, 그럼에도 커피다움을 잃지 않은 이름. 뭔가 과감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카노’가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커피가 아니다(No Ordinary Coffee)’라는 의미를 축약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커피, New Cafe’를 떠올렸다. 그리고 ‘New Cafe’의 어순을 바꿔 ‘Cafe New(카페뉴)’를 만들었고, 다시 이것을 축약해 ‘카누(KANU)’로 완성했다. 큰 이견 없이 ‘카누’가 선택된 것은 이 이름의 음성학적 매력 덕이다.”

 

지난 25년간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국내 최고 브랜드 언어 전문가 민은정의 첫 저서 ’브랜드;짓다-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에서는 국내 유명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인 ’카누‘ 이름의 탄생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책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것이 ’이름‘”이라며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감성과 디자인이 뛰어나도 이름이 그저 그렇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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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의 이름은 브랜드의 ‘첫인상’이다. 그렇다면 귀에 쏙 들어오는 브랜드 이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태어날까. 브랜드·슬로건·콘셉트·스토리 등 모든 언어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가인 ‘브랜드 버벌리스트’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언어부터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바꿔야 한다”며 “성공한 브랜드 이름에는 알고 보면 고도로 계산된 네이밍 법칙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생소한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무성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책은 설명한다. 무성음은 거칠게 들리지만 이 거친 느낌이 없으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1년 출시 이후 타 먹는 원두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식품의 브랜드 카누는, ‘커피’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 ‘카페’에서 비롯됐고, 강한 맛을 표현하는 ‘카’에 유성음인 ‘누’가 따라붙어 부드러운 맛을 어감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브랜드명을 영문으로 표현할 때는 알파벳 ‘C’와 ‘K’중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는 K를 선택해 ‘KANU’가 되었다.

 

“브랜드는 읽는 사람 마음 움직일 수 있어야”…슬로건·콘셉트·스토리 등 받쳐줘야 계속 뜬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브랜드 스토리가 아니다. 글자를 읽었으되,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브랜드 스토리가 아니다. 흥미와 공감을 일으키고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는 이야기, 그래서 결국 그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여야 한다. 이런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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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브랜드가 이름의 첫인상이지만, 이름 하나 잘 지었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조언한다. 뛰어난 이름을 붙였다 해도 이를 보완하거나 강조하는 다른 요소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브랜드 슬로건’은 이름과 함께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낸다.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브랜드 스토리’다. 공감할 만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 또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드 콘텐츠’는 고객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 저자는 “첫인상이 좋아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관계는 곧 끊어지게 마련”이라며 “메시지와 콘텐츠는 브랜드의 매력을 촘촘하게 완성하고 고객과의 관계가 지속되도록 만든다”고 설명한다.

 

사랑받는 브랜드,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름, 슬로건, 콘셉트, 스토리, 메시지 등 모든 브랜드 언어가 동일한 맥락과 선상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저자는 익숙한 영어 단어로 전혀 다른 느낌을 부여한 커피 브랜드 ‘티.오.피’, 산업화를 상징하는 건물에서 시민의 공간이 된 ‘서울스퀘어’, ‘자연은 토마토’·‘자연은 알로에’ 등 열린 결말 덕분에 매력적이라 평가받아온 주스 브랜드 ‘자연은’, 등 현재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는 다채로운 브랜딩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또한 금융업 특유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변모한 신한·국민·하나은행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과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Pa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도 사례로 설명한다. 삼성 디스플레이 아몰레드,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샴푸 ‘려’ 등의 사례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라면 상당한 인싸이트를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가장 중요한 딱 한가지에 집중하라”…슬로건 통해 ‘업’ 재정의 하고, 의외성 담긴 브랜드 언어 찾아야

 

“현대의 슬로건은 과거의 슬로건과 다르다. 과거의 슬로건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아온 계명처럼 조사 하나 바꾸지 않고 모든 타깃, 목적, 채널에서 똑같이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슬로건은 그렇지 않다. ‘잘 다듬은 완성된 문장’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개념, 나만의 언어’를 소유하는 것이다. 슬로건과 만나는 접점도 인쇄 매체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변형 가능한 디지털 매체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래서 슬로건을 개발할 때는 다양한 목적에서 어떻게 변형해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즉 확장성(expandability)과 유연성(flexibility)이 우선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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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결론적으로 브랜드 언어라면 ‘사야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과 ‘갖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둘다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름에 모든 것을 다 담고자 하면 정작 이름이 조잡하거나 두루뭉술해진다”며 “가장 중요한 딱 한가지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슬로건에 대해서도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며 “‘업’을 재정의해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슬로건이 나온다”고 말하면서도 “지나치게 맥락에 들어맞는 말은 재미가 없다”며 “의외성이 담긴 브랜드 언어를 찾아라”고 말한다.

 

회사이름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네이밍과 브랜드전략은 기업경영의 결정적인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 ‘브랜드;짓다’를 통해,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새롭게 지어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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