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전 기업 가치관인 ‘핵심가치’부터 세워…이후 가치에 맞는 ‘파력’이란 아이템 선정해

지난 27일 사례뉴스와 인터뷰 후 회사 앞에 선 성용준 인진 대표. ⓒ사례뉴스

“8년간 다니던 대기업에서 사표내고 나와서 중소기업에서 2년2개월 배우면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2012년 5월에 중소기업에 나와서 창업할 기업의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정체성)부터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회사가 되고자 하는지, 어떤 가치관으로 경영을 할건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창업 이후 그걸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는데 힘이 됐습니다. 그때 저희 회사의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사람과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기여한다’로 정했는데, 파력이란 사업 아이템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미션' 때문입니다.”

 

파력발전 기업인 ㈜인진의 성용준 대표는 지난 27일 사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기업의 뼈대인 ‘핵심가치’ 부분을 먼저 세우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대기업 나올 때부터 아이템을 확정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며 “물론 아이디어는 3가지 정도 있었지만 뭘 할지 정하지 않았었고, CI부터 정한 후 창업한 다음 2012년 말에 가서야 회사 파력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로 주력 사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그가 ‘핵심가치’부터 정한 기업인 ‘인진’은 사람인의 ‘人’과 엔지니어링의 ‘진’을 합치고, 스코틀랜드어로 ‘인진’이 ‘독창성?창의성’ 등을 뜻하는데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대학 졸업후 국내 굴지의 화학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했었던 성 대표의 꿈은 원래 대기업 계열사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대기업 사장이 되어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회사를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 대기업의 ‘핵심가치’에도 분명 그가 동의하고 원하는 가치들이 적시 돼 있었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만들고 싶은 ‘핵심가치’를 4장 정도로 정리해 지금의 ‘인진’ CI를 만들었다.

파력발전 연구기업 인진의 홈페이지.

그렇게 만들어진 인진의 CI는 크게 3가지로 ▲회사의 목적 : “우리는 일류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창출하여 고객, 주주, 구성원, 나아가 인류의 행보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경영자원 : “우리는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이 일류의 사람, 일류의 기술, 일류의 기업문화라 믿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경영원칙 : “우리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이 고객, 주주, 구성원, 사회, 나아가 인류로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우호적인 지지를 얻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로 명시 돼 있다.

 

성 대표가 회사 CI를 이렇게 정한 것은 그의 근본적인 창업동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바람직한 ‘회사상’이 실제로 작동되면 그 회사는 ‘잘 될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었고, 그걸 직접 테스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 대표는 “실제로 그런 사례가 나올경우 그 기업이 하나의 제안(suggestion)이 될 것이고, 그 제안이 이 사회가 더 나아지게 될 것이라는 기여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기업이 잘 되걸라는 믿음이 바로 제 창업동기다”고 진지하게 털어놨다.

 

건강한 핵심가치로 성실하게 일하면 ‘굶어죽기는 어려울 것’이란 결론 이르러…‘핵심가치’가 경영에 실제 구현될 수 있도록 회사 정관 통해 ‘시스템화’

 

성 대표는 이상적인 CI만 가지고 무턱대고 창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는 창업하기 전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봤다. 그 결과 이런 ‘핵심가치’를 가치고 기업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다면, ‘굶어죽기는 어려울 것이다’란 결론에 이르렀다. 성 대표는 “보통 회사가 망하는 경우는 굶어 죽는 것보다 병들어 죽어나 사고나서 죽거나 그런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결국 회사가 병들지 않고, 사고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질문했고 그것에 대한 답이 CI(핵심가치)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건강하고 안전한 기업의 ‘뼈대를 세워나가기 위해’ 인진은 CI에 구체적인 내용들을 넣었다. 몇가지 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기업의 목적 중 ‘좋은 일터’ 항목에서 “좋은 일터란 회사가 생존과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항상 유지하며, 구성원이 일을 통해 만족을 얻고, 일 이외의 비생산적인 스트레스로부터 보호 받으며, 본인의 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끼는 일터”라고 설명한다.

 

또 경영자원 항목에서 직원들을 ‘일류의 사람’으로 정의하며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며, 일의 목표를 일류로 세우고, 일의 결과를 일류로 만들기 우해 이류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경영원칙 중 ‘신뢰’에 대해서는 “신뢰라 함은 고객·주주·구성원·사회, 나아가 인류로부터 믿음을 받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직할 것이며, 원칙을 지키며, 보편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진은 이러한 회사 ‘핵심가치’가 경영에 실제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회사 정관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시스템화’ 했다. 일례로 정관에 “회사가 주주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초과수익을 냈을 때 그 초과수익의 30%는 주주에게, 30%는 구성원, 30%는 회사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사회에 창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사용한다”고 명시해 봤다. 성 대표는 “아직까지 회사 CI 원론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그것에 가까워지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크리스천인 성용준 대표는 그의 핵심가치 경영이 그의 신앙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통해 삶의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뉴스

크리스천인 성 대표의 이러한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은 그의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도 연관 돼 있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기도를 적는 와중에 하나님께서 ‘나쁜 습관들을 다스리라’는 마음을 주셨고, 그해 10월 술을 완전히 끊게 됐다고 한다. “그해 3월말에 성경을 1독 하라는 마음을 주셨는데 성경이 정말 막 ‘읽혔’어요” 그러면서 성경1독 끝날 때 쯤 회개의 은혜가 임했다. 원래 눈물을 잘 안 흘리는 성 대표는 성경1독이 끝나갈 무렵 읽는데 눈물이 많이 났다고 한다.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대한 말씀을 읽는데 그 순간 회사 내의 사건 하나와 오버랩 되면서, 그 진노하심이 이해가 됐어요. 회사에서 직원들이 주권을 거스를 때 저는 화가 나는데, 조그만 회사에서 주권 거스리는 것도 화가 나는데 창조주 하나님이 내가 보기 좋은데로, 내가 보기 옳은데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그 본성자체가 정말 죄인 이라는게 깨달아졌습니다. 한참 울고 회개가 임하고 나니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됐고 그후 기도 응답도 달라졌습니다.”

 

“핵심가치는 기업의 뼈대이자 갈등 순간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기준…조직이 가진 ‘스피릿’이자 다른 조직과 차별화되는 신념?문화적 차이”

 

㈜인진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핵심가치’는 조직에서 무엇이 옳은 행동이고, 그른 행동인지를 분별해 주는 역할을 해서 가치를 지탱시키는 ‘기업의 뼈대’와 같다. 일례로 만약 경영자가 ‘우리의 핵심가치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이익을 위해서 고객을 속이는 견적서를 작성하고 있다면 구성원에게 ‘우리 회사는 이익을 위해서 고객을 속이는 것은 문제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실 가치는 욕구에 의해서 쉽게 좌절된다. 정직을 가치로 삼는 사람도 눈 앞의 작은 욕구에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 오랫동안 수행을 해 온 인격자라 할지라도 유혹에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개인도 자신의 삶의 가치가 욕구에 좌절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핵심가치’필요하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직원을 선발하고 승진시키며, 때로는 해고하고,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하는 수많은 의사결정들 이면에 작동하는 원리가 된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직원을 선발하고 승진시키며, 때로는 해고하고,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하는 수많은 의사결정들 이면에 작동하는 원리가 된다. 사진은 국내 모 기업의 핵심가치 [이미지출처=해당기업 홈페이지]

김경민 바른경영실천연합 대표는 “핵심가치는 갈등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핵심가치가 명확한 기업은 수많은 행동규범을 대체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중국식 샤브샤브 브랜드인 ‘하이디라’는 고객과 직원들이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 회사의 핵심가치는 ‘직원이 행복하게 일하고 고객에게 즐거움을 전한다’는 것이다. 매장에 가보면 직원들의 표정과 일하는 모습이 밝은 이유를 직접 알 수 있다.

 

성용준 인진 대표가 대기업 근무시절 고민과 경험을 통해 핵심가치를 만들어 낸 예처럼, 핵심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가 평소에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양보할 수 없는 어떤 가치가 있다. 창업 때부터 꾸준히 지켜오는 어떤 원칙이 있다면 그것이 핵심가치와 맞닿아 있을 수 있다. 김경민 바른경영실천연합 대표는 “핵심가치는 조직이 가긴 ‘스피릿’이자 다른 조직과 차별화되는 신념이나 문화적인 차이”라며 “인재를 영입할 때 ‘특별히 보는 어떤 요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물론 기업에 따라 핵심가치가 분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경영자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우리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있는 토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해 왔던 우리의 의사결정의 이면에서 작동하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보는 것이다. 선택한 이유가 있고 포기한 이유가 있다면 왜 그러했었는지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 핵심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 ‘돈 때문’ 이라는 결론이 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돈이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 이면에 있는 선택이나 포기의 기준점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김경민 바른경영실천연합 대표는 “만약 돈을 버는 것이 조직이 가진 최고의 가치라고 한다면, 돈 때문에 퇴사하겠다는 직원이나 돈 때문에 부정을 저지른 직원, 혹은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를 속인 다른 경쟁자나 협력사에 대해서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형성되는 비즈니스 관계를 퇴행적 관계라고 한다. 가치경영의 본질은 퇴행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발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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