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배민' 대표, 100억 기부…“더 많은 분들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환경 만들어져야”

최근 '100억기부 공약'을 실천한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이미지=유투브 화면캡쳐]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라는 말 때문에 기부는 조용히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고요. 그런데 빌 게이츠나 마크 저그버그, 유일한박사님 같은 분들이 알리지 않고 했다면 저는 그들에게 어떤 영향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 1일 김봉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대표는 자신이 2017년 10월 직접 발표했던 ‘100억 기부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한 소감을 페이스북에 글로 이같이 표현했다. 김 대표는 이달 중순 배민 뿐 아니라 모든 외식 배달업 종사자 중에 누구든 사고가 날 경우, 의료비·생계비로 지원해주라며 20억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이 돈을 끝으로 그는 100억 기부 약속을 1년 6개월만에 모두 지켰다.

“저의 기부소식으로 인해 신병철박사님(중간계 캠퍼스 원장), 김상헌대표님(전 네이버 대표이사), 김지만대표님(쏘카 창업자) 등이 거액을 기부하게 되셨고, 많은 기업인들의 문의도 오고, 후배 기업인들도 자신도 언젠간 하겠다며 약속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자신의 기부 알림 효과로 ‘기부에 의한 기부’가 많이 늘어난 것을 예로 들며 “이것이 기부를 널리 알리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에 빌게이츠?마크 저커버크 같은 기부자 안 나오는 건 ‘세금폭탄’ 등 기부 환경 탓…‘차등의결권’ 도입 등으로 사회기여 기회 열어줘야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거액 기부자가 국내서 안나오는 이유는 한국 기업가의 탐욕보다 '세금 폭탄' 같은 기부 환경 탓이 더 큽니다. 성공한 벤처 선배들이 왜 은둔형으로 사는지 기부를 직접 해보고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미국의 '기부왕' 빌게이츠. 미국은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로 인해 기업가들의 기부문화가 활발하다. [이미지=구글]

김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도 기부금 마련이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는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는데 주주들이 반발했다”며 “‘경영권이 약해진다, 회사를 더 키운 뒤에 나중에 해도 되는 일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처럼 창업자에게 1주당 1표 이상을 주는 제도가 있다면 보유 주식을 팔아도 경영권 약화 걱정을 안해도 됩니다. 그러면 기부 뿐 아니라, 후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 사회 문제 해결 위한 사회적 기업 설립 등 가치 있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차등의결권’은 1주당 1의결권이 아닌 창업자등 특정인에게 1주당 몇배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의 실리콘벨리에서는 이 제도를 활용해 선배 기업가들이 후배기업가들을 지원하는 투자가 활발하다. 

김 대표는 다만 차등의결권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주주가 동의하에 창업자에게만 주어지고 증여나 상속시 효력이 없어지는 것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회에는 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도 많은 상황이다. 

4차산업혁명 혁신기업들 가치는 경영권방어 위해서 아닌 더 크게 사용돼야…“나보다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이 진정 불평등 해소하는 방법”

“4차산업혁명으로 혁신적 기업들이 나타나고 세상의 부의 재분배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젊은 부자들은 4차산업혁명을 통해 기업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가치는 회사의 경영권방어를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픽사베이]

김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문화를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업들의 역할과도 관련시키며 “기부 뿐 아니라 후배기업에 대한 투자,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적기업, 재단 설립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 중 나보다 나은 사람을 낮춰서 평등하게 하는 방법이 있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 평등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후자가 진정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모두는 ‘누구’보다는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는 부자입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하며 “세상이 좀 더 좋아지려면 많이 번 사람이 많이 나누는 것이 우리가 배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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