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연속성장으로 매출 7배, 시가총액 40배가 된 LG생활건강의 경영시스템 혁신 전략
“고정비를 줄이고, 소통능력 키워 스피드를 높이고, 사업분야 다각화해 리스크 대비하고 성장을 꾀하라!”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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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생건식 체질개선의 뿌리가 ‘소비자 중심’이라면,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스피드’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 입사한 사람들이 엘지생건에서 가장 먼저 실감하는 것도 다름 아닌 휘몰아치는 업무속도다. “이렇게 빠른 회사는 처음 본다”는 말을 누구나 한다. 그만큼 엘지생건의 의사결정은 빠르다. 차 부회장도 의사결정을 빨리 해주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물론 빠르다고 다 정답은 아니지만, 의사결정을 미루고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실패를 하더라도 빨리 결정해서 빨리 실패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게 차 부회장의 지론이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이자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 홍성태가 15년간 연속성장을 기록한 유래없는 기업인 LG생활건강의 비결을 밝히며 올해 7월 출간한 책 ‘그로잉 업(Growing Up)’은 회사 혁신의 중심인 차석용 부회장의 전략 중 ‘속도’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웬만한 사안은 보고하는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난다. 당장 결정하기에 정보가 부족하다 싶으면 즉석에서 컨퍼런스 콜을 한다. 곧바로 관련 부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고 의견을 구한 다음 “그럼 이렇게 합시다” 하고, 대부분 결론을 내려버린다“고 회사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엘지생건의 구성원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적시성’이며, 그 기반이 이처럼 빠른 의사결정이다. 경영에서는 얼마나 타이밍을 잘 맞추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의사결정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덕분에 액션이 경쟁사보다 한발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이래 해마다 5%씩 매출이 줄어들어 구조조정 이야기 나왔던 LG생활건강은 이같은 혁신적 경영전략으로 이후 15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연속 성장으로 지금은 매출 7배, 시가총액 40배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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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이기려면 ‘90분 안에’ 골을 넣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고 쉴 때 쉬라는 것이다. 시간 안에 성과를 내라는 것이니 하루가 얼마나 치밀하고 치열하겠나. 엘지생건은 10년 이상 쌓였던 문화를 이어서 주52시간 근무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 밖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동시휴가를 실시해 전사가 쉬게 하고, 영업직에 스마트 스테이션을 실시하는 등 워라밸에 대해 오래전부터 신경 써오고 있다. 리프레시(refresh) 시간이 충분해야 더 생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페이퍼 작업이 적으니 회사의 평소 메시지와도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책은 이처럼 LG생활건강의 일하는 문화 등이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기본’을 중시함으로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반드시 기본을 지켜서 성장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외부와의 교류를 자제하며 내부 업무에만 집중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기본’은 ‘내진설계 전략’에 따라 일하는 방식과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가 추진한 내진설계는 크게 3가지로, ▲고정비를 줄이고 ▲소통능력을 키워 스피드를 높이고 ▲사업분야를 다각화해 리스크를 대비하고 성장을 꾀하는 것 이다.

 

“매출보다 먼저 시스템 제대로 잡아라”…불필요한 회의?문서 없애고 막힘없는 소통으로 1만2천명 대기업을 벤처기업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신제품 내놓고 거둬들이는 성장체질로 만들어

 

“엘지생건도 코카콜라를 인수하고 월말 매출 쏠림을 근절하자 첫 분기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매출은 영업활동의 결과이지, 매출이 영업활동은 아니다”라며 매출목표 달성에 연연하지 않았다. 차 부회장은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질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면 “왜 그런가? 진열이 잘못됐는가, 머천다이징은 괜찮은가?” 등 원인을 점검하고 지적하지,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를 질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가 요구한 것은 시스템을 제대로 잡으라는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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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책에서는 우리가 LG생활건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단순히 수치적 성과보다는 ‘경영시스템을 개선하여 성장의 토대를 만든 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방향성을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은 불필요한 회의와 문서를 없애고 위아래 막힘없는 소통 또한 시도했다. 1만 2000명 규모의 거대기업임에도 벤처기업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신제품을 내놓고 거둬들이며 성장체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 확장과 해외시장 개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일례로 중국 사드 사태가 터지고 면세점과 방문판매로 LG생활건강의 제품을 구매하는 루트가 끊겨 실수요자에게 갈 길이 백화점 외에는 막혀버린 위기 상황에서도 차 부회장은 ‘수요가 있는 곳에는 공급을 해야 한다’는 ‘기본’을 잃지 않았다. 수요자들에게 도달하는 채널이 끊겼다면, 해법은 면세점 외의 ‘다른 채널을 어떻게 다시 잇느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참에 면세점을 통해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던 사람들과 직접 연결해보기로 했다. 방법은 하나, 발로 뛰는 것뿐이었다. 중국법인의 직원들이 홍콩으로, 선전으로, 위하이로 뛰며 후 브랜드를 취급했던 판매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 다시 거래선을 엮어냈다.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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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환경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매체의 다양성이다. 매체의 영향력이 계속 옮겨 다니고 있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특히 리더의 감각이 중요하다. 차 부회장의 퇴근시간은 항상 오후 4시다. 퇴근 후에는 회사 사람은 물론 업계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대신 어디든 돌아다닌다. 매장이든 백화점이든 길거리든, 소비자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패션 아이템도 유심히 본다.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나리타공항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한다. 사람들의 취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고서로 받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실감하려는 노력이다.”

 

이처럼 LG생활건강의 혁신과 성장에는 ‘마케팅의 고수’ 차석용 부회장의 ‘한 방’이 아닌 브랜드를 키우고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가 중심에 있다. KO펀치가 아니라 잽이다. 화려한 카피나 대단한 광고보다는 경영을 위한 체질개선, 기본을 지키는 ‘정도경영’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단박에 떠오르는 대박 카피나 광고가 없다. 책에 따르면 결국 지속가능한 경영은 반드시 ‘기본’을 지켜 성장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저성장 시대에 경영자와 직원들이 ‘위대한 유산’를 남기는 기업으로 자라나길 바란다면, LG생활건강의 체질개선, 원칙 수립, 문화 형성을 짚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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