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우아한형제들 상무 “브랜드에 대한 집착, 문화적 자산에 대한 이해가 ‘색깔 있는’ 경영 돕고, 그 경영이 그 색깔에 확신을 더하는 ‘선순환 관계’가 첫 단추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죠”

카톡의 민족 :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한명수 상무와 사례뉴스 곽성규 기자의 '재기발랄' 인사이트 넘치는 실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칼럼화 한 컨텐츠입니다.

'배달의민족' 창의적 혁신가로 불리는 한명수 (주)우아한형제들 이사(왼쪽) 사례뉴스의 '재간둥이' 곽성규 기자(오른쪽) ⓒ사례뉴스

몇 달 전 '배달의 민족' 한명수 상무의 '즐겁게 일하는 방법' 주제에 대한 외부강연을 듣고, 기업의 ‘수익과 즐거움 사이에서의 균형’에 대한 부분에 궁금증이 생긴 곽기자는 한 상무에게 카톡으로 질문을 한다.

 

곽성규 기자 : 박명수보다 재미있고 까스활명수 보다 더 시원한 한명수 이사님, 수치적인 이윤과 수익이 기업경영에 중요한데, 우아한형제들은 기업의 이윤이 안정적으로 나면서부터 즐거운 시도들을 할수가 있게 된 것인가요? 아니면 즐겁게 일 했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오게 된 것인가요? 

한명수 상무 : '즐거운 시도'라 하면 여러 '브랜딩 마케팅 (예, 치믈리에 / 배민신춘문예 / 배민문방구 / 배민폰트 등) 관련 말씀인거죠?? 이익과 수익에 상관없이 창업초반부터 적자투성이 회사임에도 김봉진 CEO는 했더랍니다. (재밌고 놀라운 지점이죠 ㅋ)

 

회사를 시작할 때 '좋은 브랜드' 를 갖고 싶다는 욕심. 열망. 그것이 이유일 터이고 디자이너 출신의 경영자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본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숫자만으로는 크리에이터는 늘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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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만들고 있는 배민의 '다 때가 있다' [이미지출처=배달의 민족]

한명수 상무 : 돈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은 참 많습니다. 이벤트 상품을 구상할 때도 양말30켤레 (빨지말고 한달 하루 신으라고), 눈올때는 '넉가래'(누가 쓴다고 ㅋ), 여럿한테 나눠주라고 부채묶음 1500원, 200원짜리 멋진 종이 포스터 (살찌는건 죄가 아니다. 씻고자자 등의 메세지)들은 서비스 출시와 함께 시작되었고 '다 때가 있다' 때수건은 8년째 만들고 있고....돈이 안 돼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놀라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문화적 자산' 에 대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집착, 눈에 안보이는 문화적 자산에 대한 이해(ART를 사랑하는가)가 색깔있는 경영을 돕고 그 경영이 그 색깔에 확신을 더하는 서로 교묘하게 선순환 관계가 첫단추부터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의도적으로 브랜딩을 할 때 무척 부자연스럽고 '구린 것'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CEO들을 도왔고 많은 회사를 전전하면서 저도 그런 ‘시다바리 역할’을 많이 해봐서 잘 압니다. 음하하하.

 

 

김봉진 대표 “경쟁자 의식하지 말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만들어 가며 ‘작게 꾸준하게’, 실패를 경험하고 실패에서 배워보라”

위의 내용으로 카톡을 주고 받던 한명수 상무는 지난 2018년 7월18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소개 했다. 제목은 ‘배민 브랜딩 8년의 회고.’ 아래는 그 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출처=비즈니스포스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미지출처=비즈니스포스트]

페북에 담기엔 좀 긴 글입니다. 8년동안의 브랜딩 활동을 회고해 보며, 사업하시는 분, 마케팅이나 브랜딩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주변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더 많지만 현 시점에서 한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기에도 좋을 거 같습니다.

 

1) 자기다움. “다른 경쟁자를 의식하지 말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만들어보세요.”

 

수많은 산업분야에서 서로 경쟁을 하면서 차별화를 찾다보면 각 경쟁자마다 유니크한 무엇인가 나올 거 같지만 결국 다 비슷해져 버립니다. 브랜드전략에서 첫번째는 경쟁자를 의식하는 것이 아닌 내 안에서 찾은 이야기로 시작해야합니다. 그래야 결국 차별화가 가능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유행만 따라다니다 없어져 버리거나 가격경쟁만 하는 서비스가 되 버릴수 있습니다.

 

2) “작게 꾸준하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하고 실패에서 배워보세요.”

 

2014년 류승룡 배우님을 내세웠던 <우리가 어떤민족입니까> 캠페인은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지만 이 후 광고회사 및 우리 스스로도 이 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무엇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다음 광고모델은 누구냐?', '계속 그런 B급 코드를 유지할거냐?' 등 많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2014년 화제를 배우 유승룡을 내세우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배민의 광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미지출처=키뉴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성공에 갇혀버리게 된 셈이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더 많은 시도를 했고 더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 팀웍을 다지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용 가능할 정도로 작은 예산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우리의 성공률은 20%도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방향성은 처음 설정했던 B급 패러디 코드로 잡고 약간의 변화들을 실험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배민신춘문예, 치믈리에자격시험,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캠페인, 00도 우리 민족이였어 캠페인, 치슐랭가이드, 매거진F, 배민 폰트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름 성공한 캠페인만 열거 했구요. 실패한 것은 조용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완벽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으며 계획은 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란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3) 강도와 빈도

 

한번에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찾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할 때 강도와 빈도를 생각해 보세요. 강도는 잦은 빈도가 채워졌을 때 넘치는 것입니다. 빈도가 없는 강도는 한순간 유행으로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작게 자주 노출하면서 (작은 캠페인들)모였다 싶을 때 센 목소리(매스 미디어 캠페인)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도는 빈도들을 다시 한번 모아서 크게 만들어 줍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라는 반응이 있어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강도와 빈도를 예산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적절히 활용해야 합니다.

 

4) “재무적 성과와 브랜딩의 평가 시차를 인정하세요”

 

사업하시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데요. '그래서 매출에 도움이 돼?'라는 질문입니다.전 도움이 된다고, 그것도 아주 많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이미 기업경영은 정량적인 방법들, 베스트 프랙티스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비슷하게 사용하는 전략이죠.

 

브랜딩이 평가를 잘 받기 어려운 부분은 분기, 반기, 년 실적 평가에 브랜딩 비용이 고스란히 녹여 해당 기간의 ROI로 계산 되어버립니다. 한 예로 우리가 만든 한나체는 6년전 1천만원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지금 이 폰트의 가치는 수십억원 이상일 거라는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그럼 이 폰트의 가치 평가는 2012년 하반기 실적과 연동해야 할까요. 2018년 상반기 실적과 연동해야할까요. 답은 없습니다.

6년전 1천만원으로 만들었지만 현재 수십억 이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배민의 '한나체' [이미지출처=배달의 민족]

브랜드는 최소 3~5년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효과가 서서히 나타납니다. 하지만 한번 잘 구축된 브랜드는 매 분기마다 돈이 크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반기로 보면 비싸지만 5년으로 보면 엄청 저렴한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습니다. 때문에 훌륭한 마케터,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이 시차를 이해하고 인정해야합니다

 

5) “제아무리 좋은 브랜딩 전략이라도 탁월한 품질이 바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배민도 서비스측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가끔 서버가 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서비스 품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리뷰관리, 제품확장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전보다는 더 나은 제품으로 커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이커머스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만한 수준인 시간당 최대 10만건 이상의 주문 처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를 위한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인사 쪽에서는 엔니지어 충원에 가장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딩보다 더 우선인 제품의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탁월한 제품없이 쌓은 브랜드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사기'에 가깝습니다

 

6) “디자인은 예술이 산업에 준 큰 선물이다.”

 

왜 이렇게 배민은 브랜딩에 집착하고 있을까요. 바로 저 때문입니다. 제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이죠. 창업자의 생각이 회사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철학자가 이야기 했습니다. '디자인은 예술이 산업에 준 큰 선물이다' 만약 디자인이 순수 미술에서 분리되어 산업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얼마나 투박하고 불편했을까요? 애플의 미려한 제품들도 만날 수 없었겠지요.

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의 디자인.
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의 디자인. [이미지=픽사베이]

쓰기 편하고 예쁜 제품을 넘어서 브랜드는 꼭 필요한 소비욕만 충족시켜주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줍니다. '나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사람이야.','나는 스마트하고 센치한 사람이지.','나는 터프하고 상남자같은 사람이야.'라고 이야기 할 때 말로 하는 것이 아닌 해당 브랜드를 소유하고 사용함으로서 자신을 알려줍니다.

 

저는 이것이 사람들에게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만 소비하는 사람은 좀 평면적입니다. 인간의 내면은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배민은 이런 여러 브랜드들과 함께 조합되어 '난 우아하기도 하고 센스도 있는 사람이야.','난 스마트하고 센치하지만 유머있기도 하지.',' 난 터프하고 상남자같지만 허당이기도 해~'같은 식의 더 풍성한 브랜드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게 제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로서도 즐겁게 기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요^^

 

ps. '그래서 실적은 좋아?' 라고 물어본다면 작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실적이 70% 성장했고, 4년 연속 매년 7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훌륭한 브랜드도 결국 재무재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깊숙이 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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