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강화하고 스트레스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더 인간답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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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어린 시절 기억이나 청소년기에 가장 뿌듯했던 기억, 혹은 어른이 되어 얻은 첫 직장의 첫 출근 날을 떠올려보자. 기억을 떠올릴 때 관련 사건만 떠올랐는가? 그럴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함께 있던 사람들, 그때 본 장면, 들었던 소리, 당시 느낀 촉감 등 물리적 장소와 공간에 녹아 있는 여러 기억이 같이 떠올랐을 것이다. 자전적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그 일이 발생했던 ‘공간에 대한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동반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관련 내용을 배웠던 교실에서 시험을 보면 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평론가인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그가 하버드 디자인스쿨 교수직을 내려놓고 7년간의 탐구 끝에 완성한 2019년 저서 ‘공간 혁명’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건축 환경과 건축 환경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심지어 건축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사람에게 중립적인 공간이란 없다”며 “지금 머무는 공간은 우리에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반드시 영향을 준다. 두 경우 모두 건축물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자원은 비슷하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대개 ‘공간 디자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 최초 수직숲 빌딩 '보스코 베르티칼레'( Bosco Verticale). [이미지=스테파노 보에리 건축 제공]

그렇다면 과연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살아갈 장소, 우리의 행복과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를 형성할 곳으로 건축 환경을 평가한다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 투자 가치와 건물 면적 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책은 “개인이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기억들은 모두 장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우리가 건축한 환경이 우리의 감정과 기억, 건강한 정서와 행복감의 형성에도 깊이 관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건축 세계를 생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새로운 개념 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약 40년 전 저자는 가족들과 함께 ‘피렌체’를 방문한다. 거기서 호텔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길을 헤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저자는 호텔을 빠져나와 하릴없이 걷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보이는 풍경에 그동안 짓눌렸던 나쁜 감정이 해소되면서 전혀 새로운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저자는 “우리도 매일 이런 경험을 한다”며 “대체로 우연으로 치부해 넘기곤 하지만 이런 무심결에 일어나는 경험들이야말로 체화된 마음, 비인지적 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한다.

피렌체 전경. [이미지=네이버포스트 줌줌투어]
피렌체 전경. [이미지=네이버포스트 줌줌투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휴가지로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고르는 이유,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정서가 좋은 이유, 천장이 높은 곳에서 창의력이 샘솟는 이유, 수업을 받았던 교실에서 시험을 보면 결과가 나오는 이유 등 그동안 ‘은연중에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확인된다. 그러면서 책은 “인간이 건축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한 사람의 성격과 감정, 더 나아가 자존감과 역량까지 좌우한다”는 주장을 명백하게 증명한다.

 

“우리가 사는 ‘장소’가 우리를 만들어…건축환경과 인간관계 재설정 통해 삶의 많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

 

“수술 후 녹지가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가 벽돌이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보다 고통을 덜 느끼고 더 빠르게 회복한다는 사실은 앞서 설명했다. 자연이 미치는 영향력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3분에서 5분만 지나도 환자들(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이 그 효과를 체감한다. 자연이 주는 유익한 생리적 효과는 자연과 접한 지 ‘20초’가 채 지나기 전부터 측정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처럼 책은 과거에는 디자인과 건축을 직관이나 취향이 아닌 보편적인 말로 설명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를 디자인하는 데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UX디자인), 촉각이 사람의 판단을 좌우한다는 ‘햅틱’ 이론 같은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는 사례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바커는 1947년, 캔자스 대학 동료들과 함께 미국 중서부 심리학 연구기지를 설립하고 30년 가까이 해당 지역 주민의 행동을 연구했다. 이들은 아침에 집을 나선 아이들의 조회 시간과 수업 시간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식당, 놀이터, 교실, 음료수 가게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따라다녔다. 예상대로 아이들의 행동은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졌다. 하지만 바커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아이들의 행동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 특정 시간에 ‘머무른 장소’와 ‘그 장소의 형태’였다.”

 

책은 이같은 행동연구 사례 결과들을 제시하며 “우리가 수십 년간 경험할 건축 환경에 인간 경험 중심 디자인을 반영하는 일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건축은 느리지만 그렇기에 더 빨라야 한다”며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복잡하고 어지럽게 개발된 건물들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책은 우리가 인간과 건축 환경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 세워진 애니시 커푸어의 110t짜리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비추면서 개인과 주변 환경을 연결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출처=게티 이미지]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 세워진 애니시 커푸어의 110t짜리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비추면서 개인과 주변 환경을 연결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출처=게티 이미지]

“이런 광범위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그것도 들쭉날쭉하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한 단계 한 단계는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하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는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할 때 일 년 가운데 가장 해가 짧은 동지에도 직사광선이 최소 3시간 이상 집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전 세계가 이 한 가지 법규만이라도 제대로 지킨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겠는가.”

 

저자는 이처럼 앞으로의 공간 디자인이 전 세계에 끼칠 영향과 전망을 내 놓으며 “건축 환경은 우리의 외적 세계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형성한다. 즉 우리가 사는 장소가 우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꾸로 건축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삶의 많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앞에는 무수한 건축물이 놓여 있고, 이것은 세상을 더 좋은 장소로 만들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오늘, 우리가 일하는 경영현장과 일터의 ‘공간 디자인’의 변화를 통해 개개인 직원들의 삶과 조직의 운명을 더 발전적으로, 혁신적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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