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최에스더 미러리스트 대표
소개책 :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비밀 집공부 /손지숙/봄풀

독서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 스타트독서법, 간단하게 'S.T.A.R.T 독서법' : S는 Subject(주제읽기-핵심), T는 Thinking(생각쓰기) A는 Action(읽고서 삶과 업무에 적용) R은 Rereading(재독하기) T는Text(창작하기)을 의미합니다. START는 시작이란 의미로, 독서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발을 땔 수 있도록 구체화 해 주는 실용적인 독서법 입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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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라는 속담이 있다.

 

꺼리고 싫어하는 대상을 피할 수 없는 곳에서 공교롭게 만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내 학창시절의 원수는 ‘수학’이었다. 나는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였다. 중학교 시절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잠깐 수학에 흥미를 느낀 적이 있었지만 그때를 제외하면 나는 언제나 ‘수학포기자’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공부해야만 하는 수학 수업은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학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수학문제를 설명할 때마다 교실에 남아있는 것은 나의 육신뿐, 나의 정신은 저 멀리 날아가고 없었다.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수학이었다. 다른 과목들로 성적을 높여 놓아도 수학 때문에 평균 점수가 낮아졌다. 수학은 그야말로 내 성적표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였다. 그래도 다행히 내 인생까지 좀먹지는 않았다. 나는 음악을 전공해서 수학을 못했던 과거 따위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으니까.

 

음악대학을 나온 뒤 공연단체에 들어가 공연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27살이 되던 해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고 다시 공부해서 대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누가 봐도 무모한 선택이었기에 혹시 지인들의 설득에 마음이 변할까 걱정되어 모든 연락을 끊고 홀로 수능 준비를 시작했다. 이렇듯 호기롭게 시작했고 나름 자신이 있었다. ‘수학’의 존재를 의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학창 시절의 원수를 다시 대면해야 했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꿈이 생겼는데 수학 때문에 포기한다면 내 인생에 또 다른 변명이 될 것 같아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이렇듯 단호하게 시작했지만 마음과 달리 여전히 수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른이 된 지 오래인데도 수학책만 펴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속이 미식거리기까지 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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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아 인터넷 강좌로 독학을 했는데 아무리 동영상 강좌를 보아도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역시나 수학머리는 따로 있구나.’, ‘이 나이에 무슨 수능이냐 하던 음악이나 다시 할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칠 때면 마음은 한없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음악을 그만 두고 다시 대학에 들어갈 거라고 당차게 공언한 터라 고작 수학 하나 때문에 무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러자 ‘질문을 던지는 자만이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말처럼 하나씩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수학 공부법에 관한 책들을 읽는 것이었다. 여러 공부법 책을 탐독한 뒤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수학은 계단식 학문이기에 이전 과정을 모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였다. 그래서 나는 보고 있던 고등수학책을 덮고 이전 단계로 역주행 공부를 시작했다. 역시나 고등학교 수학은 내가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중학교 수준으로 넘어갔다. 중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설마... 초등학교 4학년! 그렇다. 내 ‘수포자 인생’의 서막이 오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때 멈춘 수학실력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려니 이해가 될 리가 만무했다. 나는 겸허히 내 수준을 받아들이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과정이 담겨 있는 책을 구매해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두 번째로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은 수학에 대한 감정적인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감정적으로 수학을 좋아하게 될까 고민하면서 수학 울렁증과 관련된 심리서적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역발상으로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야기로 서술되어 있는 역사나 세계사를 좋아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과목과 연결해서 수학에 대한 인식을 바꿔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시 ‘수학에 대한 역사책도 있을까?’ 도서관에 가니 수학과 다른 영역을 결합한 책들이 꽤 많았다. 수학과 철학, 수학과 음악, 수학과 미술 등 수학과 다른 학문이 결합된 책들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연결된 수학과 수학자의 삶이 담긴 책을 읽으며 감정적으로 멀었던 수학이 점점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며 마침내 고등수학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수학 동영상 강좌를 보다가 눈물이 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동영상 속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푼 것도 아닌데 단지 이해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스러웠다. 학창 시절에 포기했던 수학을 독학으로 여기까지 공부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공교육이 비판받는 것은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자신의 힘으로 문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능력 얻을 수 있어

생각해 보면 혼자 수능을 준비했던 이 시기가 시험이 끝나면 사라져 버리는 얕은 암기가 아닌 평생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삶의 근육'을 만들어 주었다. 첫 번째는 문제 해결력이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나는 나쁜 수학 성적을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처럼 여겼다. 내 머리 탓을 하거나 선생님이 잘 가르치지 못했다며 남 탓으로 돌렸다. 문제해결력을 키우려면 가장 먼저 문제의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문제를 풀 능력이 생긴다.

 

두 번째는 자기 효능감이다. 자기 효능감이란 쉽게 말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하는 마음이다. 새로운 일에 직면할 때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해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이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전자에 속한다. 수학을 독학하면서 나는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은 훗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세 번째는 수학 지식을 넘어 '수학 사고력'을 키운 것이다. ‘수학은 다양한 현상에 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예술’이라는 말처럼 수학적 사고력은 사물의 본질을 보는 힘, 바로 추상화 능력을 키워준다. 예를 들어 당신 앞에 동전, 접시, 컵이 있다고 하자. 각각은 물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추상화 능력이 있으면 앞선 세 가지 물건의 공통점인 ‘원’을 볼 수 있다. 즉 추상화 능력이란 복잡한 것을 간결하게 보는 힘인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관’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학교 공부가 주입식 교육이라 비판받는 것은 과목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다시 말해 공부의 과정보다는 공부의 결과인 성적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 말이다. 아이가 성적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과정을 밟아나가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우게 하려면 부모의 교육철학이 중요하다.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비밀 집공부》의 손지숙 저자는 ‘방임과 방목’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방목은 원칙이 있는 허용을 말하고, 방임은 원칙 없이 무조건 내버려 두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 숙제는 오늘 안에 하기’라는 큰 틀을 세워두고 몇 시에 숙제를 하든 개입하지 않는다면 방목이다. 반면, 숙제를 하든 말든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방임이다. 아이의 생활에서 큰 틀(원칙)을 잡아준 후 그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방목이다. 자기주도력은 방임이 아닌 방목하는 환경에서 키워진다.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비밀 집공부 /손지숙 저 /봄풀 | 2019년 04월[이미지출처=교보문고]

아이들의 성적을 생각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 것까지 부모가 대신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손지숙 저자는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아주 잘했다는 아이들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혼자 과제를 하면 어쩔 줄 모르고 헤매곤 하는데 이는 문제를 혼자 생각하고 해결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능력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오직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결과중심적인 공부를 하는 아이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스스로 세운 목표가 아닌 부모가 세운 목표에 따라 공부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너무나 안타깝다. 아이들이 어디로 나아가느냐는 부모가 세운 방향성에 달렸다.

 

손지숙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주도학습을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해서 사교육을 무조건 배제하는 게 아니다.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깨달아 사교육을 활용한다면 자기주도적인 것이며, 사교육을 안 받아도 부모에게 이끌려 억지로 공부한다면 ‘자기주도적’이 아닌 ‘부모주도학습’인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을 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 하나가 아이 스스로 달성코자 하는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에 한 대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자녀를 걱정한 부모의 부탁으로 시작한 상담이었다. 1대1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만의 소신도 있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도 부모는 혹시 자녀가 잘못될까 봐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많은 참견을 하고 있었다. 자녀는 스스로 날갯짓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부모가 대신 안고 날아가려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적당한 물은 식물에게 활력을 주지만 넘치는 물은 오히려 해가 되듯이 부모도 자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한다.

 

‘탈레스(Thales, BC 624년 ~ BC 545년 철학자, '철학의 아버지'로 불림)에게 중요했던 것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아느냐' 였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무엇을 줄까, 무엇을 하게 할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스스로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다. 세월이 지나면 지식은 사라지지만 자신의 힘으로 얻은 경험은 오래 남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근육이 된다.

 

 

 

필진 : 최에스더 미러리스트 대표

-START 독서법 개발

-기업독서경영 100회 이상 진행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 기획 및 강의 제작

-출판기획전문 (주)엔터스코리아 콜라보 책 쓰기 강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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