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애소미 부띠크’ 이다소미 대표 “과거 디자이너 의상실에서 옷 이야기 하며 직접 디자인?생산 하던 시기 재현하고 싶어”

이다소미 디엘컴퍼니 대표(가운데)가 국내 한 행사에서 자사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디엘컴퍼니 제공]
이다소미 디엘컴퍼니 대표(가운데)가 국내 한 행사에서 자사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디엘컴퍼니 제공]

“평생 만든 브랜드를 헐값에 넘기거나 경영 악화로 문 닫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보면서 속이 상했어요. 한국 사람에게 잘 맞는 ‘한국 디자이너 모피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했습니다.”

 

모피 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직접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핸들링하며 1대1 고객응대 방식으로 운영 중인 모피 디자이너 브랜드, 디애소미 부띠크의 이다소미 대표는 지난 5일 사례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생소한 모피 디자인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저는 국내 몇 없는 모피 디자이너로써 이 산업은 규모는 작으나 조심스럽게 잘 가꾸어 누군가는 자긍심을 갖고 지켜나가야 산업”이라며 “전 세계에서 한국 디자이너, 한국 아티스트에 열광하는 이 멋진 시대에 누군가는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 나는 그 길을 택했다.”고 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다소미 디엘컴퍼니 대표.
이다소미 디엘컴퍼니 대표. [사진=디엘컴퍼니 제공]

지난 2015년 설립된 디엘 컴퍼니의 모피 브랜드 디애소미 부띠크는 이다소미 대표와 본사 샵 마스터, 그리고 30년간 모피 봉제만 해온 공장 선생님들과 함께 오직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들과 산학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한해 10여명의 패션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이 취업 실습을 나오는 ‘모피 디자인 사관학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디애소미 부띠크는 무조건 외국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한국 디자이너가 한국 사람에게 잘 맞게 만든 토종 한국 모피 브랜드를 만든다는 가치를 갖고 있다”며 “브랜드명에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부띠크’를 붙여 고객들이 디자이너 의상실에서 옷 이야기를 하며 직접 디자인, 생산을 하던 시기를 재현하고 싶었다” 고 밝혔다.

디엘컴퍼니의 국내 한 기획전 당시 모습들. [사진=디엘컴퍼니 제공]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하고 직접 만들고 고쳐 입기를 즐겼던 이 대표는 누가 봐도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달랐던 것은 ‘디자이너 자체가 브랜딩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재학 시절부터 중국시장에 눈을 돌려 중국에 가서 언어를 배우고 상해에서 모피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이 대표는 디자이너로 7년간 일한 후 ‘디애소미 부띠크’ 라는 모피 브랜드를 런칭, 동시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어릴 적부터 모피, 가죽 등, 겨울 소재에 흥미를 느꼈어요. 재학시절에도 과제와 졸업 작품을 가죽, 벨벳, 모피 등을 주로 다뤘어요. 그건 그냥 운명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모피가 사양 산업이며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이 시기에 이 길을 10년째 가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데, 모피는 무조건 새 것을 팔아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에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게 해주는 고객 인생의 일부입니다.”

이다소미 대표(맨 오른쪽)는 디애소미 부띠끄 브랜드가 고객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되기를 원한다. [사진=디엘컴퍼니 제공]

이렇게 모피 산업에 대해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해오고 있는 이 대표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낄때는 간소화되는 혼수 문화에서 적은 예산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색다른 디자인의 혼수 모피를 통해 만족해 하는 고객을 볼 때, 디자인 실습을 하고 졸업한 대학생 제자들이 경력을 바탕삼아 좋은 브랜드에 취업해서 나갈 때, 뉴욕에 사는 교포손님이 할머님께 받은 유품인 밍크코트를 리폼하기 위해 귀국 몇개월 전부터 연락을 하시고 직접 들고 오셨을 때, 40년 된 시어머니의 모피를 물려받은 고객이 리폼 후 행복해하며 시어머니와 함께 리폼 된 모피를 나눠 입으셨을 때 등이다.

 

미국?중국서 ‘디자이너 아이덴티티’로 상품성 인정받아 브랜딩을 하는 모습 보고 자극 받아… “물건 더 좋게 만들되 시장에 없는 물건 디자인 해 내는 것이 디애소미 부띠끄의 가치”

 

"저는 항상 패션 디자이너는 왜 사장님이 아니고 ‘옷집 언니’, ‘미스 리’만 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미국과 중국에서 공부하고 바닥부터 실무를 경험하며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아이템으로 보고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의 상품성을 가치로 인정받아 브랜딩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것이 국가 창업지원 사업으로 인정받아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죠."

 

이 대표도 이제 국내에서 국가 창업 지원금을 받은 최초의 모피 디자이너가 됐다. 그녀는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인터넷 쇼핑몰, 프리마켓 등 소자본 창업을 알아보거나 자본력 있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완사입을 해서 브랜드를 만든다”며 “저 또한 20대 때 몇 번의 창업을 시도했고 시장 분석과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실패한 것이 큰 자산이 되었어요”라고 회상한다.

[이미지 제공=디엘컴퍼니]

한국의 많은 국가 창업지원제도를 두드리던 이 대표는 대부분 서류전형에서 떨어졌고 운 좋게 서류전형에 붙어도 “디자이너가 MBA 왜 했냐?” 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함께 지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앱 기술자, IT 제조 및 3D 프린팅 관련 사업이 선발 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어야 했다. 그녀에게 오는 질문은 늘 정해져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이런 창업 지원 사업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그녀는 참 많이 울었다.

 

국내에 이렇게 자신의 브랜드를 사업화 시키는 디자이너가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앞섰던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지금도 대학 산학 협력을 통해 패션 디자인 취업 실습프로그램을 매년 진행 중이다. 어느덧 10년차 모피 디자이너인 그녀는 “경영자는 좁고 외로운 길을 혼자 간다”,“결국 자긍심을 갖고 묵묵히 가는 방법 밖에 없다. 단순 이윤 창출 목적 외에 자기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의 품질과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고수하며 시장에 있는 물건은 더 좋게 만들되 시장에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디자인 해 내는 것이 디애소미 부띠크를 찾는 고객들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고객님들이 대부분 저보다 연세가 많으시지만 한 길만 걸어온 전문성을 믿어 주시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제가 직접 챙기는 성실성을 알아봐 주세요.”

 

장삿속과 저가 전략으로 바닥을 친 모피 시장에서 전문성? 합리성? 진실성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 대표는 디애소미 부띠크를 “과거 유명 브랜드 자체를 입던 시대에서 벗어나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더 중요시 되는 젊은 시대에 맞는 모피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역삼동 디애소미 부띠크 쇼룸
강남구 역삼동 디애소미 부띠크 쇼룸 [사진=디엘컴퍼니 제공]

디애소미 부띠크는 올해도 강남구 역삼동 쇼룸과 현대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등 전국 유명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만날 계획이다. 또한 “2020년 중국 쇼룸 오픈을 준비 중”이라며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언제든지 마음과 시간을 열어 줄 수 있는 업계 선배이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저도 아직은 배울 것이 많은 경영자입니다. 하지만 저의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도전했기에 이 자리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모피 디자이너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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