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신무연 기율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이미지 제공=롯데제과]
[이미지 제공=롯데제과]

대법원은 지난 2001년 1월 12일 동양제과가 롯데제과의 '초코파이' 상표등록을 취소해 달라며 낸 상표등록무효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초코파이’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상표라고 판결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가지고 있던 동양제과에게는 브랜드의 사형선고와도 같았을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초코파이를 생산한 동양제과는 1974년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출원을 해 1976년 상표등록을 받았으나, 79년 롯데제과가 '롯데 초코파이'라는 상표로 등록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롯데 초코파이가 성장하여 경쟁상대로 떠오르자, 1997년이 되어서야 롯데측의 상표등록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심판과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한 것이다.

 

위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초코파이'가 상표로서 인식되고 있다기 보다는 일반수요자의 사이에서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쉬맬로우를 넣고 초코렛을 바른 과자류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며, ‘초코파이’가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표장이 돼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내린 원심을 지지했다.

동양제과의 초코파이 [이미지 출처=BIG HIP]
동양제과의 초코파이 [이미지 출처=BIG HIP]

당시 재판부는 “초코파이는 상표로서 인식되고 있다기 보다 둥근모야의 과자에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지칭하는 명칭”이라며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이 돼 식품의 식별력을 상실했다”면서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즉, 동양제과가 ‘오리온 초코파이’라고 최초에 상표출원하였을 때나 등록결정시에는 ‘초코파이’ 부분이 조어상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희석화되어 특정인이나 특정회사의 출처를 가리키는 표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동양제과는 ‘초코파이’라는 브랜드를 상실했고, 수천억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었다. 롯데제과는 이후 쵸코파이의 가격을 올리면서 제품명을 일반명사가 된 초코파이로 바꿨다.

 

왜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동양제과가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상표로 상표출원한 점이 아쉽다. 상표를 출원했을 당시에만 하더라도 ‘초코파이’가 어떠한 것인지 수요자들은 잘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수요자들은 ‘초코파이’가 원형 빵과자에 마쉬멜로우를 넣고 초코렛을 바른 과자류의 보통명칭으로 인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때 ‘초코파이’로서 상표출원을 했다면 ‘초코파이’라는 명칭으로서 가장 넓은 권리를 획득했을 것이다. 누구나가 ‘초코파이’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리온 초코파이’로서 상표등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초코파이’를 포함해 상표출원을 하거나 ‘초코파이’를 사용하는 업체들을 유사상표로 제제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롯데 초코파이’가 출원된 것을 알았다면 정보제공이나 이의신청을 해서 등록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그리고 ‘롯데 초코파이’라는 단어에서 ‘초코파이’를 삭제하고 사용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동양제과는 20년이 다 되어서야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출시 초기의 빼빼로의 모습. [이미지 출처= 트위터 foodnjoy]
출시 초기의 빼빼로의 모습. [이미지 출처= 트위터 foodnjoy]

특허법원은 롯데제과 측이 주 모(46·경기 양주시) 씨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무효 소송에서 ‘빼빼로’라는 상품명은 1983년부터 롯데제과가 사용해 온 현저히 인식된 ‘주지상표’이므로 타인이 과자류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의 명칭에 사용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즉, ‘빼빼로’라는 상표는 보통명칭에 해당하지 않고, 현저히 인식된 주지상표이므로, 타인은 과자류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의 명칭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위의 ‘초코파이’와 ‘빼빼로’의 경우는 서로 비슷하게 대상제품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아주 유명한 명칭이다. 그렇지만, 그 효과에 있어서 그 둘은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유는 ‘초코파이’는 보통명칭으로 인정된 것이다, ‘빼빼로’는 저명상표로 인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표는 유명해질수록 ‘특정인의 출처로 인식된 표장’->’주지상표’->’저명상표’->’보통명칭’의 순서로 간다.예를 들어, 내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는데, 동네에서 유명해지는 수준이면 ‘특정인의 출처로 인식된 표장이고’,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관련 수요자들에게 유명해진다면 ‘주지상표’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해당 제품의 수요자들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알 정도면 ‘저명상표’가 된다. 저명상표의 예는 앞서 말한 ‘빼빼로’나 ‘삼성’같은 명칭이다. 저명상표가 되면 동종업계 뿐만 아니라 이종업계에서도 그 명칭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더 나아가, 수요자들이 그 제품을 제품명으로서 부르지 않고 상표명으로서 지칭하게 된다면 ‘보통명칭’이 된다. 스테이플러, 호빵, 초코파이 등이 그 예이다. 보통명칭이 되면 상표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천억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던 상표도 그 가치가 0으로 수렴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저명상표가 보통명칭화되는 것을 기업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우선 새로운 조어상표를 개발했다면, 상표등록은 가급적 조어상표 자체로 등록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오리온 초코파이’가 아니라 ‘초코파이’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록이후 내 상표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면, 그 다음부터는 보통명칭화가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즉, 내 상표가 해당제품의 보통명칭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미지 출처=인노빅]
[이미지 출처=인노빅]

™, R 과 같은 기호가 상표옆에 지속적으로 붙는 것을 보았는가? 그리고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에서 ‘ㅇㅇㅇ’는 제품의 상표입니다. 라는 문구를 쓰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상표를 다른 회사에서 쓰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내 상표가 포함된 다른 상표가 등록받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작업들을 상표관리라고 한다.

 

‘코카콜라’는 전세계적인 저명상표이나, 이러한 상표관리를 통해 아직도 보통명칭화 되지 않았고, 지금 최강의 브랜드가치를 가지고 있다. <교훈 : 출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록 후에도 상표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필진 : 신무연 변리사

'특허는 전략이다' 저자  

기율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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