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이전시대 주인들은 과감히 기존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 칼럼 : 박창규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학장(화학공학부 교수)
혁명의 본질은 ‘주인’을 바꾼다는 것이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자급자족 시대의 주인이었던 ‘개인’ 혹은 ‘가내수공업’을 자본가에 의해 설립된 ‘기업’으로 바꾸었다. 기계가 설치된 공장이 지어지고, 세상의 주도권은 공급자인 기업으로 넘어갔다. 사람이 집에서 천을 짜고, 대장간에서 철 기구를 만들던 일상의 일들이 사라지고, 사람은 공장의 근로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시의 상공업자들에게 자본이 집중되면서 신흥 부르주아 계급은 귀족계급을 대신하여 정치?경제의 지배계급으로 등장했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의 발달은 절대왕권을 무너트리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19세기 중반에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전기기계’들은 대량생산과 운송수단을 혁신하며 본격적인 산업화를 진행하였다. 전기에너지가 주로 석유화합물에서 추출되면서 듀폰(DuPont)같은 화학기업들이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전기 자체를 다루는 GE, Coca-Cola 같은 음료, Bayer 같은 제약, P&G, 3M 같은 생활용품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대에 주인으로 등장한 기업들이다. 플라스틱이나 나일론 같은 화학섬유가 등장하고,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라디오, 축음기 및 영사기가 개발되면서 대중들과 각종 미디어, 방송국, Disney 같은 매체들도 문화의 주체로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과잉 생산된 제품들은 생산비용의 감소와 브랜드화와 함께 일반 대중화되었고, 이때 자동차 분야의 Ford, GM, 의류 분야에서 Gap, Nike, 유통분야의 WalMart, Hilton 호텔 등과 같은 각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량생산으로 인한 생산의 확대는 장기불황과 신제국주의로 이어져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20세기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디지털의 등장이다. 이 시대의 새로운 주인은 누가 뭐래도 IT 기업들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 디지털 영토 전쟁을 벌이며, 각각 기업가치가 수 백조 원에 달할 정도로 새로이 등장한 진정한 디지털 세상의 주인들이다. Apple, MS, Google 등 IT 기업들과 Facebook, YouTube, Netflix 등 SNS 및 콘텐츠 기업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의 절대강자로 WalMart를 제친 Amazon, 기업가치에서 이미 Hilton 호텔을 넘어선 AirBnB, 택시를 위협하는 Uber, Benetton이나 Nike 등 기존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Zara, H&M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디지털 돈의 세상을 지배하는 Visa, Master 등의 신용카드 기업, 디지털 음성으로 성장한 Telecom 기업 등도 이 시대에 등장한 주인들이다.
매 산업혁명을 거치며 등장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미지의 세상에 대한 확신과 과감한 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밀려오면 기존에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주인들은 그 자리를 새 주인에게 내주곤 했다는 것이다. WalMart가 Amazon이 되지 못한 것도, Hilton이 AirBnB를 하지 못한 것도, Nike가 Zara가 되지 못한 것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새로운 혁명적 변화의 시대에 대한 정보부족이나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주인들은 새 시대를 맞아 과감히 기존의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혁명은 당시 무명이었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다.
이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로 무장한 4차 산업혁명도 역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주인은 지금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결단과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는 자들의 몫이다. 우리는 지난 산업혁명 시대에 주인이었던 적이 없다. 이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이다. 수많은 개인 스타트업들과 국내 기업들은 미지의 대륙을 향한 배를 띄워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소비만 하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는 신이 준 선물이다.
필진 : 박창규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학장 / 화학공학부 교수
'세계 3대 인명사전인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세계 100대 공학자(TOP 100 ENGINEERS 2012/2017)' 선정
베스트셀러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2018) 저자
전) 조지아공대 섬유공학과 방문연구원
전 )서울대학교 신소재공동연구소 특별연구원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섬유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한국의류산업학회 회장
ICT 융합네트워크 이사//정보화정책 편집위원
ISO TC38/SC2, TC133/WG2, TC137/WG4 의장
국방 군수정책 자문위원 / 공군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