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속에 숨겨진 '구매동기'와 '소비욕망'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지 출처=미국주식에 미치다 페이스북]
[이미지 출처=미국주식에 미치다 페이스북]

“어느 상표의 콜라를 마시는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한 테스트에서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는 모두 뇌의 같은 영역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특히 보상처리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그런데 음료수를 주면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상표를 보여주자 뇌 스캐너의 이미지는 급변했다. 코카콜라를 마셨을 때는 중뇌와 대뇌의 다른 영역이 번쩍거렸지만, 펩시콜라를 마실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피험자들이 상표를 알고 있었을 때는 압도적으로 코카콜라를 선호했다. 이 뇌 영역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코카콜라 편을 들고 있다. 바로 대뇌가 그 장본인이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 [사진출처=조선비즈]

독일의 유명 경제학자로 뇌과학?마케팅?경제학을 접목한 신경마케팅 분야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은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 위와 같은 예를 들며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뇌 속에 숨겨진 구매동기와 소비욕망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가치 있는 정보를 분석해내며 과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일례로 최근 ‘갤럭시 폴드’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업계에 따르면 구매자 성별 비중은 남성 90%, 여성 10%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60%), 40대(22%), 50대(5%) 순이었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2030 남성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했다는 얘기다. 도대체 2030 남성들은 왜 이 제품에 매력을 느꼈으며 그들의 구매패턴과 동기는 무엇일까?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에 따르면 ‘인간의 뇌 속에 숨겨진 구매욕망’에 그 답이 있다.

 

“커피가 왜 세상에서 가장 선호하는 음료이지 기호식품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멀티 동기성’ 때문이다. 커피 및 커피에 자극받은 동기는 LimbicR 맵의 거의 모든 공간에 걸쳐져 있다. 우선 커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다양한 품종과 레시피로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서 광범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향유동기).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커피는 활력을 불어넣고 생기를 돋게 한다(활성화동기). 어떤 사람들에게 커피는 경쟁자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마시는 각성제가 되기도 한다(관철동기). 어떤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은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휴식을 의미하기도 한다(균형동기).”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호이젤이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 주장하는 핵심 개념은 소비자의 감정과 동기를 이해하는 신경마케팅 모델인 ‘림빅R 맵’(LimbicR Map)이다. 15년간의 뇌 연구와 시장조사를 통해 개발한 동기모형 도구인 림빅R 맵은 인간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 매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키 포인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세 가지 감정 시스템, 즉 ‘빅 3’(Big 3)다. 빅 3에는 균형 시스템(안전에 대한 욕구), 자극 시스템(새로운 것, 체험에 대한 욕구), 지배 시스템(권력에 대한 욕구)이 있으며, 이 세 가지 욕구가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서로 충돌, 타협, 결합하며 경제활동을 통제하거나 자극한다.

 

호이젤은 “빅 3라는 감정·동기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게 얽힌 인간 심리가 어떻게 이성을 속이고 갈등하며 구매까지 이르게 하는지 그 과정을 해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과 소비자들이 무슨 이유로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용한 도서관 서비스로 여성 투숙객 비율 몇 배나 늘린 윈덤 ? 콘플레이크 고유의 ‘바삭’ 소리에 특허 낸 켈로그…성별?나이 등 고객 유형별 구매 유도의 효과적 방법을 찾다

미국의 호텔 체인 '윈덤' 내부 모습. [이미지 출처=네이버 포스트]
미국의 호텔 체인 '윈덤' 내부 모습. [이미지 출처=네이버 포스트]

“미국의 호텔 체인 윈덤은 여성 친화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면 서 여성 투숙객의 비율을 몇 배나 늘렸다. 그 호텔을 찾은 여성 고객은 호텔 바에서 유혹에 시달리는 대신 조용한 도서관에서 커피나 가벼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도서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잡지와 여성들의 주요 관심 분야 서적도 구비되어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라면 여성 고객이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보닛을 열고 엔진 성능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안전과 환경 친화적인 측면, 자재의 특징, 운전자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간단한 조작 방법 등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시리얼 제조회사 켈로그도 체험영역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켈로그는 콘플레이크 고유의 바삭거리는 소리에 특허를 냈다(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삭거리는 소리를 만드는 제조 공법에 특허를 냈다). ‘바삭’ 하는 소리라 해도 목표그룹마다 선호하는 소리에 차이가 있다. 젊은 층의 고객들은 짧고 크런치하며 경쾌한 바삭 소리를 좋아하는 반면, 연령이 높은 고객들은 약하고 부드러운 바삭 소리를 좋아했다”

콘 플레이크.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콘 플레이크.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는 이처럼 림빅R 맵을 따라가며 소비자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들이 지닌 감정의 무게중심에 따라 7가지 유형(전통주의자, 조화론자, 개방주의자, 쾌락주의자, 모험가, 실행가, 규율숭배자)으로 나눈다. 그리고 유형별로 구분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과정과 이유, 성별과 나이에 따라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 브랜드 형성과정 등 매니지먼트부터 매장 배치와 상품 진열까지 추적하며 찾아낸 마케팅 및 매출 상승 전략에 관한 실용적 지식을 알려준다.

 

호이젤은 “림빅R 맵을 알면 가구나 주거 스타일에 따라 디자인의 감정 언어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독일의 유명 가구업체는 림빅R 맵을 활용해 매출을 향상시켰다. 균형 시스템이 강한 고객에게 적합한 디자인과 형태 언어는 따뜻한 색상, 천연 목재, 작은 액세서리 장식이다. 자극 시스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고객의 경우 디자인 색채와 형태는 기이해지고 사용되는 재료 또한 독특해진다. 즉 목표그룹에 따라 형태 언어 전략을 바꿈으로써 성공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매출 상승을 원한다면 먼저 매장 입구에 신경 써라. 매장 입구가 고객에게 친절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POS가 되어야 한다. 깔끔하고 꾸밈없는 안내, 정확하게 전체를 살필 수 있는 원거리 안내 시스템, 체계적인 공간 분배는 고객이 물건 구매를 위해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균형 시스템이 작동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심해진다”

 

“구글 웹 사이트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답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다른 성공 이유가 있다. 구글은 우리의 자극 시스템을 건드려, 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잠깐의 ‘아하’ 모멘트를 통해 웹 사이트에 긍정적 이미지가 실리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림빅R 맵을 활용해 목표그룹에 따라 형태 언어 전략을 바꿈으로써 매출을 향상시킨 사례는 여성의 뇌활성화 부위에 맞춰 병 모양을 디자인해 시장을 주도하게 된 푀스라우어의 마케팅 전략, 평범한 UHT 우유를 고급 제품으로 만든 큐 매니지먼트 전략 등을 비롯해 니베아, 포르쉐와 폭스바겐, 카멜 담배, 이케아 등의 브랜드가 실시한 마케팅 전략 등 수도 없이 많다. 오늘, 우리 기업도 소비자의 뇌를 어떻게 다루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는지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의 마케팅 현장에 직접 적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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