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가진 데이터만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기업이 존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자체는 속담으로 비유하면, 구슬이다. 일단 구슬의 종류와 양은 많을수록 좋고, 그 구슬들을 담을 수 있는 자루와 공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엔 꿰어야 보배가 된다. 구슬을 꿴 보배의 모양은 기업마다 또는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목걸이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팔찌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착용할 사람, 시기, 장소가 모두 다르다. 구슬을 잘 꿸 수 있는 장인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디자인 감각과 세공 기술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나 쉽게 만질 수 있는 구슬이 있는가 하면, 장인만이 손댈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1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스타벅스의 수많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설계했던 차현나 소비자심리학 박사는 그녀의 책, [데이터 읽기의 기술]에서 ‘데이터’의 속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다. 차현나 박사는 “데이터의 이런 조건들을 모두 간과한 채, 데이터 자체가 많으면 끝인 양,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장비를 사면 끝인 양, 그 데이터를 다룰 사람이 누구라도 상관없는 양, 무조건 ‘왜 보배를 만들지 못하느냐’라고 채근하는 기업이 많다”고 현재 업계의 데이터마케팅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차 박사는 “데이터의 목적은 소비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단서를 찾는 데 있다”며 “명확한 목적 없이 오로지 ‘빅데이터’라는 허상을 좇기 위해 무작위로 데이터를 모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즉, 목적을 가진 데이터만이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며,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그로 인해 기업이 존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그녀는 “사람을 위해 데이터가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를 모으고 다루는 사람의 몫”이라고 전한다.
사실 전문가만이 데이터를 찾고 모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깝게는 하루에도 여러 장 손에 쥐게 되는 영수증에서 우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가 받아든 영수증 안에는 기업이 내부에서 쌓을 수 있는 데이터의 대부분이 담겨있는 것이다. 차 박사는 “영수증 안의 데이터만 분석해도 기업은 소비자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소비자가 보내는 이상 신호도 발견할 수 있다”며 “POS 데이터만 제대로 정리돼 있으면 다른 데이터와 연결해 풍성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비자의 마음은 ‘영수증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다?
영수증에 무슨 데이터가 담겨 있을까. 시실 소비자가 받아든 영수증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데이터 정보가 들어 있다. 이는 놀랍게도 기업이 내부에서 쌓을 수 있는 데이터의 대부분이다. 차현나 박사는 책 [데이터 읽기의 기술]에서 이 영수증 안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비밀을 아래의 ‘영수증 속 데이터의 육하원칙’을 통해 설명한다.
[누가(who): 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 고객이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인가 아닌가.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성별, 연령과 같은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번 방문한 영수증을 한 사람의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무엇을(what): 무엇을 사는가]
제품 기준 정보, 카테고리, 발주 일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이 가능하다. 구매 취향이 잘 쌓였다면 비슷한 다른 사람과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언제(when): 제품이 언제 팔리는가]
더 많이 팔리는 시간대를 활성화하거나, 적게 팔리는 시간대에 고객을 유도할 수 있다. 또 개인이 한 달에 몇 번 방문하는지 알 수 있고, 직전 방문과 이번 방문의 간격도 계산할 수 있다.
[어디서(where): 어디에서 사는가]
인구와 유행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죽어가는 상권과 살아나는 상권에 위치한 매장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이동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떻게(how): 어떤 지불 수단으로 샀는가]
현금, 신용카드, 쿠폰, 상품권 등 지불 방법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결제 수단에서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나오며, 어떤 결제 방법을 활성화해야 할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왜(why):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영수증엔 육하원칙 중 ‘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왜’는 기업이 통찰력으로 발견하는 원리다. 위의 다섯 가지 분석에서 ‘왜’를 발견해야 한다. 소비자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면 다음에도 비슷하게 행동할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차 박사는 이와 같은 육하원칙을 통해 “영수증에는 모든 데이터의 키 값,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 주고 샀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들어 있어 POS 데이터만 제대로 정리되어 있으면 다른 데이터와 연결해 풍성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리해두지 않으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표현처럼 무용 지물이다.
아무리 기술 발달해도 인간 고유 의사결정 영역은 남아…소비자의 ‘마음’ 알기위해 데이터 분석하고 인사이트 얻는 것이 ‘데이터 읽기의 기술’
“‘현실도 모르는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고서만 끄적거리고 있다‘라는 소릴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행 조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담아야한다. 분석 결과를 이해시켜야 하는 것은 조직의 의사 결정자들만이 아니다. 실제로 함께 일해야 할 조직원들에게도 분석 결과가 설득되어야 한다. 그래야 분석 결과가 문서로 된 보고서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차 박사는 현실 기업들에게 데이터마케팅에 대한 위와 같은 실제적인 조언을 주며 “아무리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발전해도 인간 고유의 의사결정 영역은 남는다”고 말한다. 즉, 인공지능이 어떤 결정을 하도록 만들지, 어떤 영역의 데이터를 학습하도록 할지 같은 것들은 인간이 부여하는 ‘데이터의 목적’이라는 뜻이다. 기업이 손에 쥐고 있는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소비자가 언제 돈을 쓰는지, 언제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지, 소비자의 필요와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기업에서 모으고 있는 ‘데이터’는 소비자의 아주 작은 부분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다. 이 단서를 데이터의 목적에 맞게 재배치하고 분석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알기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 그것이 바로 ‘데이터 읽기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