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칼럼 : 방선기 목사 (직장사역연합 대표)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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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거룩함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성도로 부름받은 사람들이 거룩함에 이르기를 원합니다. (살전4:7) 하나님이 원하시는 거룩함은 아무런 실수가 없는 완벽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거룩함은 세속에서 구별되게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성도들은 거룩하게 구별되기 위해서 거룩한 곳을 찾습니다. 성도들에게 거룩한 곳은 예배당이나 기도원같은 곳을 의미합니다. 그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룩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장소가 거룩함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영국에 가보면 예배당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식폼점이나 술집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 그런 곳은 더 이상 거룩한 곳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겉모양은 예배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거룩한 곳이라고 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거룩함은 특정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떨기나무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갔을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라”고 했습니다. 그 곳은 모세가 양을 치다가 가게 된 평범한 산등성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예배당고 없고 기도원도 없었고 그가 치던 양떼들만이 무리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거룩하다고 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곳을 거룩한 땅이라고 했습니다. 그곳에 하나님이 임재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인 건물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이 임재하는 곳은 얼마든지 거룩한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룩함은 특정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하심에 있습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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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이 거룩함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성도들은 거룩하게 구별되기 위해서 거룩한 날을 지킵니다. 거룩한 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먼저 주일을 생각합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그 날은 거룩한 날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일성수 즉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말도 생겼습니다. 어느 기독교 회사에서는 “주일은 주님과 함께”라는 모토로 신앙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일 그 날 자체가 거룩함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 똑같은 날이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휴일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 날은 거룩한 날이 아니라 그냥 쉬거나 노는 날이 됩니다. 거룩한 특정한 날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일이 아닌 평일은 거룩한 날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주일은 주님과 함께” 라는 말은 맞는 말같지만 자칫 잘못하면 주일이 아닌 평일은 주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믿는 사람은 항상 하나님과 동행해야 합니다. 주일은 물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매일 매일을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주일만이 거룩한 날이 아니라 매일 매일이 거룩한 날이 될 수 있습니다. 항상 주님과 동행하는 사람은 주일만 성수할 것이 아니라 평일도 성수해야 합니다. 즉 평일도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도바울은 일터에서 맡겨진 일을 주께 하듯 하라고 격려해(골3:23)… 세속적 일터가 하나님이 임재하는 거룩한 곳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 ‘일터영성’

[이미지 출처=갓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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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성도들은 거룩하게 구별되기 위해서 세속적인 일과 구별되는 일을 주님의 일이라 생각해서 그 일을 합니다. 주님의 일을 말하면 목회자들이나 선교사들이 하는 사역들을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 성도들이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이나 전도활동도 주님의 일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종교적인 일이라고 주님의 일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 일을 인간적인 욕심이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한다면 주님의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제물을 가지고 와서 제사를 드리고 또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다 쓸데없는 짓이고 하나님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사1:11-15) 외적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종교적인 활동이지만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주님의 일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바리새인들이 기도하고 예물을 드리는 것을 보고 책망하셨습니다. 종교적인 활동 자체가 거룩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활동과 무관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주님께 하듯 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주님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노예들에게 일터에서 맡겨진 일을 주님께 하듯 하라고 격려했는데(골3:23) 이 말은 그들이 주인집에서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무슨 노동을 하든지 그것을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고 주님께 하듯 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 말은 그들이 하는 빨래나 청소나 각종 노동이 얼마든지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크리스천 신문]
[이미지 출처=크리스천 신문]

또 그 노예의 주인들에게는 정당하고 공정하게 종들을 대우하라고 하면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주인들의 주인임을 상기시켰습니다.(골4:1) 하나님이 예배당에서만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일터에서 주인이 되시며 주일에만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매 순간 주님 되심을 가르쳐준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세속의 일터에서 일주일 내내 하는 일을 그냥 밥벌이라고 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이 맡기신 일처럼 생각해서 그 일을 주님의 일로 여겨야 합니다. 이렇게 세상과 구별된 자세로 일을 하면 모든 일이 거룩한 일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주님의 뜻에 맞게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세속적인 일터가 하나님이 임재하는 거룩한 곳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모든 시간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거룩한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터의 영성입니다. 진정으로 영적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터의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필진 방선기 목사  / 현) 직장사역연합 대표

전) 도서출판 한세 대표
전) 두란노 편집부장 
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컬럼비아 대학교 교육학 박사

저서
《직업-3M》(도서출판 한세)
《크리스천@직장》(도서출판 한세)
《비전》(도서출판 한세)
《일상생활의 신학》1,2(도서출판 한세)
《평신도》(도서출판 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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