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 플레이어’아닌 10% ‘팀 플레이어’들로 성공한 '와디즈'…10명 미만 조직이 각 사업 최종 의사결정하고 서비스 바로 변경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와디즈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토스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이승건 비바퍼블리카 대표, 와디즈 신혜성 대표. ⓒ사례뉴스

대기업에 비해 적은 인재들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조직을 위해 동료들과 협력해서 헌신할 줄 아는 팀 플레이어들이 조직 구성원으로 배치 돼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팀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유연한 팀단위 조직문화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구조도 또한 중요하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창업한 신혜성 대표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존 기업문화의 한계를 명확히 체험한 그는 몇 명의 스타 플레이어보다 최적의 팀워크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래서 와디즈의 인재상은 상위 1%가 아닌 ‘팀 플레이어’다. 신혜성 대표는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창업한 이유”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인적자원개발(HRD)을 할 여력은 없다. 그런만큼 채용에서 조직 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면 안 된다. 기능상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계속 비워 두고 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와디즈는 ‘상위 10%의 ‘팀 플레이어’들이 1%의 스타 플레이어만 모인 집단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상위 10%의 ‘팀 플레이어’들이 1%의 스타 플레이어만 모인 집단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유튜브 '기업가정신을 말한다' 동영상 화면 캡쳐]

그렇다면 와디즈가 말하는 ‘팀 플레이어’는 어떤 사람들일까. 신혜성 대표는 “회사 전체의 목표가 자신 또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목표보다 우선인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와디즈 인재상의 핵심 3요소는 겸손(Humble)·갈망(Hungry)·영리함(Smart)인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겸손하고 일의 성취욕이 있으며, 스마트한 관계를 맺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신혜성 대표는 “그중 겸손이 팀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팀 플레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동료가 피드백을 주더라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다. 겸손함은 회사에서 가르칠 수 없다.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 성장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 또 성장이 정체됐을 때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를 잘 평가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와디즈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잘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보상하고 있다. CEO가 없어도 그 사람과 같이 일하면 와디즈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신 대표는 “리더십의 시작은 사람을 알아보고 발굴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그가 운동장이 아닌 경기장에서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람을 키우지 못하면 리더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팀 플레이어들 모였더라도 기민성 있는 기업문화가 받춰줘야…사내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회사 전체가 시장과 경쟁하게 만드는 인사평가 제도 구축이 중요

비바퍼블리카의 앱 송금 서비스인 ‘토스’ 운영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와디즈처럼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겸손한 팀플레이어들이 모였더라도 그들이 소신껏 일할 있는 기민성(agility)있는 기업문화가 잘 받춰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작고 빠르게 변동 가능한 유연한 조직이면서 실패의 비용도 최소화되는 구조를 잘 만들어 둬야 한다.

 

월 이용자수 1000만명, 누적 송금액만 60조원이 넘는 앱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빠른 실험과 결단을 위해 △작은 팀의 규모를 유지하고 △각 팀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위임하고 △사일로 효과를 막고 무임 승차자를 걸러낼 수 있는 인사 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실제로 이러한 제도를 통해 조직이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만큼 토스의 서비스도 자주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의 원칙은 간단하다. ‘업무는 각자, 목표는 하나(Loosely coupled, highly aligned)’, 즉 애자일(agile) 조직의 원칙이다. 20~30개로 쪼개져 있는 팀들이 같은 서버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개별 팀이 다른 팀의 활동과 관계없이 마음대로 서비스를 변경하고 마음껏 제품을 배포할 수 있는 구조다. 제품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다 분리 돼 있다.

비바퍼블리카의 토스 한 사일로(팀단위)의 모습.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이런 식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우선 조직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 실제로 송금·조회·보험 등 각 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스의 ‘사일로’는 팀원이 10명을 넘지 않는다. 10명 미만의 조직이 각 사업의 의사결정을 모두 내린다. 각 사일로가 해당 서비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대표에게 공유하는 등의 통상적인 절차 없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면 되는 파격적인 구조다. 각 단위 인원도 적기 때문에 합의 비용이 적게 들고 의사결정을 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토스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품에 반영해 시장에 출시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거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면 논의해 공감대를 이루고 바로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앱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까지 몇 시간이면 되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세 번씩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건 비바퍼블리카 대표.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예를 들면 토스의 인슈어런스(보험) 사일로에서 ‘보험금 간편 청구’란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토스에서 작년에만 40여 개의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고 그중 절반은 실패했지만 절반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어떤 서비스들은 일반 대중에게 배포되기도 전에 사라지기도 한다. 2만~3만 명에게만 배포됐다가 반응이 좋지 않아 팀에서 스스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하고 반대로 반응이 좋으면 빠르게 모든 이용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물론 이러한 작고 빠른 ‘사일로’ 조직 구조로 각 팀에서 이기주의가 생기고, 이 때문에 회사 전체의 이익을 갉아먹는 정치가 생기는 ‘사일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상 평가 시스템에서 평가 기준을 개인과 팀 단위가 아니라 회사 전체 목표 달성에 두고 다른 팀과 경쟁보다는 오히려 협업을 통해 서로 인센티브를 키워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승건 대표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개인과 팀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오직 회사 전체의 목표만 있고 그걸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모든 구성원의 인센티브와 인사고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별 팀들은 ‘어떻게 하면 저 팀을 더 잘하게 하고 나도 잘해서 회사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센티브를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연봉을 기준으로 동일한 비율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런 인센티브만 있고 개인 혹은 개별 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내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시장과 경쟁하게 하는 구도가 훨씬 더 잘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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