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관 신축 위해 교수진이 설계사·시공사와 함께 8박9일간 미국 전역 선진 경영대 돌아다녀
‘스타트업연구원’ 개설해 학내 창업 위한 공간 지원?컨설팅?투자자 직접 매칭도 꾸준하게 진행
경영大탐방 : 국내?외 주요 경영대학들의 트렌드와 사례들을 소개?분석하면서 경영자들과 직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연구력 강화를 위해 ‘인간 중심 투자’를 이어왔다. 그 결과 경영대 전임교수만 79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교수진 중 고려대 출신 교수는 40% 정도고,이외 하버드대·와튼스쿨·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석학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한국 대학 중 최초로 생긴 경영대학이다. 역사만큼 대외적 위상도 뛰어나다. 2019년 국내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단일 학과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한 경제매체가 지난 2008년부터 실시한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고려대는 12년 동안 국내 최고 경영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김재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교육 커리큘럼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오릴고 있다. 내년에는 경영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도 신설할 예정이다. 김재욱 경영대학장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교육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경영대는 고려대 역사상 건물에 가장 많이 투자한 단과대다. 특히 LG-포스코 경영관 준공을 위해 당시 교수진과 설계사·시공사가 함께 8박 9일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미국 선진 경영대를 벤치마킹해 질 좋은 경영학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공간에 따라 수업 방식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그간 대학원 과정에만 있었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커리큘럼을 올해 학부에도 도입했고, 내년부터는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 경영 커리큘럼’, ‘기업가 정신과 혁신’ 등 3가지 커리큘럼이 신설된다.
경영대에서 제공하는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와 함께 체계를 잡아 일정 수 이상의 과목을 들으면 전공으로 인정하는 ‘마이크로 디그리’ 커리큘럼도 운영한다. 졸업 시 학위에 이 커리큘럼을 전공했다고 증명할 예정이다. 향후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와 헬스케어 매니지먼트 등 특정 전문성을 조합할 수 있는 커리큘럼도 기획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비도 경영 교육에 도입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새로운 경영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 안에 ‘센터 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비즈니스(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한마디로 교육 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과의 협력도 이뤄 나가고 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가치 공유를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의 투자를 받아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교과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김재욱 경영대학장은 “경영학 교육은 단순히 뛰어난 개인을 길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내 스타트업 플랫폼 만들어 3년반 만에 졸업 기업가치 410억원 이르러…“자연과학·공학·의학과도 접목해 세상 이롭게 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 나갈 것”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는 ‘스타트업 연구원’(KUBS Startup Station)이란 학내 창업지원 부서가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기업가들이 공유와 협업을 통해 창업가정신과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타트업 플랫폼이다.
치열한 경쟁율을 뚫고 선발된 입주사들은 실질적인 보육지원시스템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개설된 지 3년 반 정도가 지난 현 시점에서 졸업 기업 가치 평가 금액은 무려 약 410억원에 달한다.
경영대학 차원에서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 지원, 컨설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직접 매칭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츄츄데이(데모데이)에는 투자자 146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스타트업연구원 입주 신청 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년에 총 12팀을 뽑는데 2016년 처음 모집 당시엔 10팀이 지원했다면 지금은 40여 팀이 지원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대학생 창업을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지원이 늘어야 한다. 고려대가 위치한 성북구의 경우 고려대뿐 아니라 카이스트 경영대학 등 여러 대학이 밀집돼 있어 연구·교육 클러스터는 이미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김재욱 학장은 “정부 차원에서 이 클러스터를 잘 활용해 연구 중심 대학들에 창업 붐이 일 수 있는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밝혔다.
국내 경영학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대학생 창업 지원과 함께 연구 중심 대학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투자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는 경영대에서도 스템(STEM : 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이지만 다른 학문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국내 사립대들이 훌륭한 인재를 교수진으로 선발하기는 힘들다. 일례로 최근 국내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대학원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AI 인재들의 높은 연봉을 맞추기 힘들어 제대로 된 교수진을 모셔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머물러 있지 않고 시대의 요구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대 경영대도 디지털 전환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욱 학장은 “내년부터는 스템 인증을 받은 외국 대학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라며 “자연과학·공학·의학과도 같이 접목할 수 있도록, 또 그런 융합 학문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