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펭수처럼, 고객들을 '대리만족' 시켜라
'시대 앞서간' 양준일처럼, 당장 인정 못 받아도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캐릭터와 인물인 펭수(왼쪽)과 양준일(오른쪽). ⓒ사례뉴스

바야흐로 ‘열풍’이다. 2019년 직장인들의 통쾌한 속풀이를 담당하며 가장 뜨겁게 부상한 인물이 아닌 동물, 펭귄 ‘펭수’와 시대를 30년나 앞서갔다고 평가받으며 현 10대들에게까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90년대 소환’ 아티스트 ‘양준일’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 들 줄 모르고 있다.

 

이에 사례뉴스는 그들의 어떤 점들이 미디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과 인기를 끌게 했는지를 분석하고 우리 중소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인사이트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펭수,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다

 

먼저 직장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캐릭터 ‘펭수’는 사실 EBS 경영 악화 속에서 등장한 구원투수다. KBS에 비해 수신료 배분이 낮았던 EBS는 오랜 시간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한 채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면 방송 매출에 비해 제작비에 투자하는 비율은 다른 지상파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어린이 시청자들은 유튜브 등 뉴 미디어로 눈을 돌렸고 교육방송 특성상 새로운 수익모델이 부족했던 EBS는 3년째 적자를 내고 있었다.

펭수의 자기소개서. [출처=EBS]

악화 일로를 걷던 EBS는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펭수’를 등장시켰다. 7년 차 베테랑 PD가 직접 연출한 이 프로그램은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펭수를 제작한 PD는 성인 시청자들을 단숨에 주목시킨 ‘EBS 아이돌 육상 대회(이하 이육대)’를 만들어 내며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도 한 인물로 알려진다.

 

펭수는 이육대 이전에도 이미 충성도를 보유한 코어 팬덤이 구축돼 있었다. 이육대 전에 실시한 1차 펭수 팬 사인회에서 번호표를 받지 못해 우는 초등학생부터 아침에 침 맞고 온 직장인까지 다양한 팬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콘텐츠는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었다. 어떤 시도를 할까 고민하던 중 EBS는 펭수가 연습생 신분인 만큼 아이돌 육상대회를 본떠 이육대를 기획했다. 이미 EBS에 많은 선배 캐릭터들이 있어 어린이들과 2030 혹은 그 이상 세대까지 향수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펭수 TV와 유튜브 등 뉴 미디어를 동시에 공략하고 확산성을 가지고 움직이길 바라며 기획한 콘텐츠였다. 제작진은 기획 당시부터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습생’이라는 신분과 B급 병맛 코드로 기획했다. 세트도 필요 없고 적은 제작비를 활용해 뉴 미디어 시장에 딱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B급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펭수는 B급 코드를 선보인다. [사진='자이언트 펭TV' 화면캡처]

결국 펭수를 통해 성인들이 EBS 콘텐츠를 챙겨 보게 됐다. 교육방송인 EBS에 창사 이래 2030 팬덤이 생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EBS뿐만 아니라 방송사가 마치 한 캐릭터나 출연자의 소속사처럼 여겨지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EBS를 보는 어린이 시청자들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펭수가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준 것이다.

 

펭수가 이처럼 성인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은 무엇보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기 때문이다. 펭수는 무조건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자기 욕구에도 충실한 돌발적인 캐릭터다.

 

언론이나 사회에서는 마치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에서 할 말 다하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자기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거나 윗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펭수는 이런 점에서 사회생활에 지친 어른들에게 대리 만족을 가져다준다. 또 펭수가 건네는 따뜻한 말들이 성인 소비자들에게 위로를 준다. 이들은 어릴 때 보던 EBS를 다시 보면서 잠시나마 잊었던 동심을 되찾게 된다.

펭수가 건네는 따뜻한 말들이 성인 소비자들에게 위로를 준다. [출처=유튜브 채널 ‘마다가스카의 펭수’]

펭수의 사례에서 중소기업들은 고객들을 ‘대리만족’ 시키는 전략과 성인 소비자들의 추억과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 해 볼 수 있다. 이제 고객들은 단순히 좋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 소비를 통해 현실과 다르고 내가 평소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또한 아무리 큰 어른 소비자들이라 하더라도 어렸을때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가지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해 주요 소비층의 동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쳐본다면 펭수처럼 대박 사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해외 진출설까지 나돌고 있는 펭수에 대해 담당 PD는 “갑자기 올라온 인기를 너무 막 확산시킨다는 느낌보다 탄탄하고 건강하게 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국내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콘텐츠를 착실하게 만들어 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은 자막을 다는 작업부터 시작한 후 차차 고려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대 앞서간 아티스트 양준일, 당장 인정 못 받아도 진정성 가진 ‘자기다움’을 보여주다

 

“기약 없이 떠나버린 나의 사랑 리베카아~”

과거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25년 만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90년대 가수 양준일. [이미지=유튜브 영상 캡쳐]

지드래곤이 아니다. 누구지? 요즘 유튜브와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강제 소환되고 있는 남자, 바로 양준일이다. 1991년에 데뷔해 92년까지 잠깐 활동한 가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과거 무대 영상이 돌면서 ‘뒤늦은 입덕자’가 줄을 잇고 있다. “91년에 태어난 내가 91년에 데뷔한 가수한테 빠질 줄이야” “이 모습 이대로 딱 한 번만 보고 싶다” 등등 25년 전 남자한테 반해버렸다는 입덕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절대 만날 수 없는 ‘90년대 양준일’을 그리워하며 안타까움에 영상만 무한 반복 재생 중이다.

 

“지디(지드래곤 줄임말)인 줄 알고 클릭했다가, 양준일 덕후가 됐다”는 어느 팬의 말처럼 ‘25년 전 지디’라는 별명을 얻으며 처음에는 지드래곤과 닮았다는 해시태그에 호기심에 찾아온 미디어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아래위로 하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리베카~”를 찾으며 싱긋 웃는 모습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런데, 보다 보니 웬걸 노래도 너무 좋은 거다. 1991년 나온 ‘리베카’는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뉴잭스윙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것이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양준일의 활동 당시 모습들. [이미지=유튜브 영상 화면캡쳐]

다른 건 어떤가 싶어 ‘가나다라마바사’(1992년)를 찾았다가 놀라고, 또다시 ‘댄스 위드 미 아가씨’(1992)를 찾았다가 홀딱 빠져드는 순서다. 90년대에 정말 이런 노래가 나왔다고? 잘 짜인 군무가 아니라, ‘삘’대로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신선하기 짝이 없다. 카메라 워킹은 ‘1’도 신경 안 쓰는 듯 마음껏 무대를 휘젓는 자유분방함이 파격적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렸죠”라는 게 당시 한 음악 관계자의 증언이다. ‘25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그는 당시엔 재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양준일은 지난 6일 한 방송에 직접 출연해 온?오프라인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방송 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더니, 방송 이후 유튜브 검색량이 급증했다. 양준일은 독특했다. 유튜브에 익숙한 10대 들이 그를 먼저 알아봤다. 그는 유튜브에서 유행한 과거 음악방송 다시보기를 통해 '탑골GD'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지상파에서 별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준일의 무대와 예능 등 출연 영상을 특집으로 모아 제작해 따로 올릴 정도로 요청이 쏟아지기도 했다.

양준일(오른쪽)이 6일 출연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 [출처=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방송 화면캡쳐]

유튜브 트렌드를 분석하는 인플루언서 사이트에 따르면 방송 이후인 7~8일간 양준일은 유튜브 검색어 톱10에 올랐다. 다른 키워드들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양준일만큼은 연일 순위권을 지키며 높은 화제성 지수를 유지했다. 특히 7일 밤엔 인기 캐릭터인 펭수나 주요 연예 이슈를 모두 제치고 많이 본 영상에 등극하기도 했다. 양준일을 주제로 리뷰하는 영상들도 비슷한 시기 다수 올라왔다. 음악 관련 크리에이터들은 양준일의 패션, 춤, 노래 등 전반에 걸쳐 세련됐다고 봤다. 히피펌, 헤어밴드, 단추를 두 개 풀어헤친 화이트 셔츠 등 지금 입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을 소화하는 그에게 팬들은 '시간여행자'라는 별명도 붙였다.

 

무엇보다 노래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뜨겁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 싱글 '리베카'부터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 케이블 방송은 음악프로램에 출연한 유명한 뮤지션은 양준일의 '판타지'를 이별 댄스곡으로 추천하고 가사에 주목했다. '빨래를 걷어야 한다며 기차타고 떠났어'라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참신하다고 평했다. 당시 양준일은 "이별하는 순간엔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래 이야기를 넣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고 한다. 이밖에도 자작곡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 교포인 그는 미국 팝계의 뉴 잭 스윙이나 하우스 등 최신 트렌드를 접목해 세련된 감각으로 앞서갔다.

 

특히 '댄스 위드 미 아가씨'는 영어와 한국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사인데, 당시엔 '바른 언어 사용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양준일은 보수적인 당시의 문화 속에 심한 차별을 겪어야 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양준일은 일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6일 방송에 출연한 양준일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가수를 좋아할 수 있을 텐데, 나의 과거 모습만으로 모여주신 팬들에게 무대를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51세의 나이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여전한 트렌디한 무대 매너는 시청자들의 맘을 사로잡았다.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무대를 선보인 양준일은 51세의 나이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여전한 트렌디한 무대 매너로 시청자들의 맘을 사로잡았다. [출처=해당방송 화면캡쳐]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대를 앞서간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3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아티스트 면모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족 앞에 겸손한 아빠로 남겠다는 삶의 자세까지 대중을 사로잡을 요인이 충분했다"며 양준일의 인기를 분석했다. 이어 "물론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새로운 뉴트로 현상이 기여한 바가 있지만, 훌륭한 아티스트는 당대에 인정을 못받아도 언젠가 인정받을 거라는 대중들의 믿음과 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양준일의 사례처럼 당장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혁신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가수 양준일도 30년 후에야 빛을 봤고 인고와 시련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당장 조금의 성공을 맛보며 그저 그런 기업으로 남을 것이냐,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시대의 이정표가 되어 비즈니스 세계와 시장을 바꿔가는 위대한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냐는 결국 경영자와 직원들 스스로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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