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 나가는 ‘배달의 민족’과 신세계그룹 혁신경영의 성공비결은 모두 ‘애자일’이다!
올해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애자일(Agile)’ 전략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2020년에도 애자일 전략이 국내 기업들의 성공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경영에서 애자일 전략이란 계획을 짧은 단위로 세우고 실행의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경영 방법론이다.
세계시장 진출하게 된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요인도 ‘애자일 전략’…“‘고객들은 늘 이런 형태일거야’라는 생각은 제일 위험한 생각”
지난 13일 한국은 40억 달러(4조7천500억 원)의 한국 토종 스마트업 인수합병(M&A) 소식으로 뜨거웠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넘기는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는 국내 인터넷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경쟁이 치열한 한국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배민' 창업자들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DH가 독일의 상장기업이어서 '배민'은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를 얻었다. 양측은 50 대 50 비율로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차후 DH 경영진 중 개인최대 주주가 될 김봉진 배민 대표가 아시아 사업을 전담하기로 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경영철학을 이제 세계 무대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게 된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요인도 ‘애자일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들이 많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의 고객 접점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개발팀은 항상 업데이트를 마치자마자 고객이 버그를 신고하는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객의 한마디 한마디가 쓸데없는 의견이거나 잘못된 사용에 의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피드백하며 정말 말도 안되게 버그를 찾아내는 것이 고객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또한 배달 앱은 일반적으로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이 최대치를 가지는데, 배민은 대략 한 시간 정도되는 이 시간만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았다. 가령, 축구 등의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트래픽의 최대치가 몇시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상황등에 대비했다. 이벤트 등을 개시하는 순간 접속자 수가 몰려서 트래픽이 하루 종일 최대치를 얻게 되는 경우도 고려했다. 배민의 프로그램 관계자는 “늘 고객들은 이런 형태일거야 라는 생각은 제일 위험한 생각”이라며 “소위 예측불허인 고객들에게 애자일 전략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배민은 서비스 개선, 우선순위 조정, 팀 리듬 파악을 통해 ‘애자일’하게 대응했다. 다시 표현하면 애자일(Agile)의 법칙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취향에 맞춘 대응을 통해 시시각각 진행해 나가는 것이 우아한 형제들에서 적용하는 것이 우아한 형제의 ‘Agile’이다.
일례로 트래픽이 엄청나게 높아져서 고객들이 접속을 못하게 되면 자동 로그인이 풀리는데 이때 고객들이 다른 사이트를 찾아 가는게 아니라 비밀번호 찾기로 이동해 해당 URL도 트래픽이 차오르게 된다. 이처럼 고객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예측하기 보다는 고객들의 변하는 취향에 바로바로 대응을 하는 형태가 배민이 이야기 하는 진정한 애자일이다.
직원 100인 이하의 조직인 언더백(Under-100)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는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에 대해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스스로를 칭하면서 독특하고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했다”며 “철학을 기술력과 문화로 풀어낸 ‘배민’의 리더십이 토대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대표는 “배민이 아시아의 경영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초저가?소비자 만족도?유통강자 이점 활용?시장 재정의’가 신세계그룹의 ‘애자일 전략’…매출 1위 기록한 노브랜드버거 등 성공사례 만들어 내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언급한 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 말처럼 ‘애자일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대기업치고는 빠른 혁신경영을 선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 기업이 위기에 부딪힌 배경 중 하나는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e-commerce)의 부상 때문이다. 손가락만 클릭해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사는 소비자 비중이 갈수록 확대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위기가 닥쳤다. 이에 정 부회장은 애자일한 ‘노브랜드’ 전략으로 나갔다. 지난 8월 첫 매장을 개점한 ‘노브랜드 버거’에는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용진 부회장의 애자일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첫째, 초저가다. 노브랜드버거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가격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브랜드버거를 검색하면 ‘가격이 착하다(‘가성비가 좋다’는 의미)’는 평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불고기버거 단품은 1900원, 대표메뉴인 시그니처버거 단품은 3500원에 불과하다. 같은 제품의 세트메뉴(감자튀김·음료 포함)를 주문하더라도 5000원 미만(3900~4700원)이다.
둘째, 소비자 만족도다. 가격을 낮추면서 품질을 높인다는 건 모순이다. 때문에 정 부회장은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가치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만족도가 크지 않은 분야에서 과감하게 원가를 낮췄다. 햄버거 패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노브랜드버거의 NBB시그니처버거 패티가 상대적으로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승하는 비용은 소비자 선호 차이가 크지 않은 부분에서 만회했다. 예컨대 햄버거빵(번·bun)은 경쟁사의 번(12mm)보다 14% 작다,
셋째, 유통 강자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이마트는 다양한 식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유통 기업이다. 전문성을 보유한 공장에 일부 제조 공정을 맡겼다. 실제로 노브랜드버거 토마토·양배추 등 야채의 신선도는 경쟁 제품보다 돋보였다. 경쟁 제품 대비 노브랜드버거가 사용한 야채는 보다 신선하고 순이 살아있었다. 이는 신세계푸드 이천공장이 햄버거용 채소를 제조·관리·가공한 덕분이다. 햄버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장에서 야채를 납품받기 때문에 야채 신선도 관리 노하우를 차용할 수 있었다.
넷째, 시장 재정의다. 기존 햄버거 시장은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중간 가격대 시장을 중심으로 수제버거 등 고가 시장이 확대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중간 가격대 시장이 점차 축소한다고 본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유통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가지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 산업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려면 밀레니얼(Millennials)의 소비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햄버거 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주로 20·30대다. 그가 초저가 실험을 진행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햄버거를 선택한 배경이다.
지금까지 정 부회장의 애자일 전략은 성공적이다. 2호점(부천점)은 스타필드시티에 입주한 모든 식음료매장 중에서 노브랜드버거가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또 9월 30일 개장한 노브랜드버거 3호점(코엑스점)은 햄버거가 하루에 1200(평일)~1500개(주말)씩 팔린다. 경쟁 기업은 통상 일일 햄버거 판매량이 1000개 이상이면 특A급 매장으로 분류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브랜드버거는 단순한 햄버거 시장 진출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유통 산업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유통기업이 자체브랜드(private brand)로 수익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저성장이 표준이 되는 시대에 기업생존 위해 대두된 ‘애자일’ 전략…“조직에 제대로 이식시키기 위해선 방법론보다 기본 철학 이해하는 게 우선”
앞서 언급한 배달의 민족과 신세계그룹 뿐만 아니라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애자일 전략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애자일 전략이 많은 기업들의 주요한 경영 전략으로 대두되고 실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생소하던 ‘애자일’ 개념을 동아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처음 소개하고 애자일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사례를 수차례 다루며 현재 애자일 강사로도 활동중인 장재웅 동아일보 기자와 경영연구집단인 상효이재가 올해 11월 펴낸 책, ‘네이키드 애자일’에서는 애자일 전략에 대해 “방법론이 아니라 문화이며 철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저성장이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아 기업이 생존을 위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하면서 ‘애자일’전략은 국내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과 그들을 컨설팅하는 기업, 미디어 모두가 애자일과 관련해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때로는 본질과 어긋난 오류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애자일이 애먼 조직과 조직 구성원을 귀찮게 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키드 애자일’의 저자들은 애자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책은 “애자일을 조직에 제대로 이식시키기 위해서는 애자일 방법론보다는 애자일이 가진 기본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애자일을 독립된 실체라기보다는 테일러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경영 철학, 사고, 개념과 도구의 연결을 상징하는 ‘포스트 테일러리즘’의 메타포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그러면서 책은 애자일 자율경영 조직이 가지는 핵심적인 특징 5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계획 세우기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다. 둘째, 고객과 접점에 있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셋째, 민첩하면서도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넷째, 정보가 모두에게 높은 수준으로 공유된다. 다섯째, 애자일 경영은 빠른 속도나 저렴한 비용을 뜻하지 않는다.
한편 국내 언더백 경영자들의 월간지식모임인 CC클래스 내년 1월 모임에서는 이러한 애자일 전략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진행된다. 특히 PART 강연에서는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가 [우리 조직이 산업의 혁신을 일으키는 ‘애자일’ 조직문화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앞서 소개된 책 ‘네이키드 애자일’을 토대로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PART1 강연에서는 [고객이 ‘상품’을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전략]이라는 주제로 이랑주VMD연구소 대표도 강연한다. CC클래스 1월 모임은 오는 1월16일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