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온통 ‘애자일 전략’ 펼치는 이유는?…“위기상황 특단의 조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업 전분야에 걸쳐 '애자일 경영'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례뉴스 

최근 IT서비스 기업 민앤지는 애자일 경영 전략을 도입하고 구성원 간의 소통과 협업 강화에 나섰다. 회사측은 “애자일 경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어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며 “이번 결정은 의사결정 권한을 구성원들과 공유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민앤지는 기존 사무공간 일부를 리모델링, 공유형 오피스로 조성하고 애자일 경영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민앤지 관계자는 “공유형 오피스 구축을 통해 서로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나 아이디어를 얻는 등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라며 “구독형 모빌리티 서비스, 미니보험 서비스 등 신사업 조직들을 대상으로 애자일 전략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며, 추후 전 조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앤지가 애자일 경영 일환으로 사내 전용 공유 오피스를 오픈했다. [출처=블로터]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 전문 글로벌 기업 피보탈 소프트웨어(Pivotal Software, Inc.)는 지난 20일 KB국민은행과 애자일 데이터-디지털 혁신을 위해 상호협력 업무협약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체결은 각 사가 데이터-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혁신의 원동력인 애자일 방법론 및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역량 내재화 추진을 위해 상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약으로 여러 애자일 데이터 사이언스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적용한 양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들은 현실적인 AI기반 스마트 앱을 빠른 시간에 제공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양사는 특히 애자일 방법론 Lean, 고객중심적 철학을 디지털 사업영역, IT개발부분에 접목하고, 피보탈 고유의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활용하여 인력의 역량 내재화 추진 및 애자일 문화를 뒷받침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분석 개발 및 운영 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좌로부터 KB국민은행 구태훈 부장, 피보탈 김영태 상무, 피보탈 노경훈 대표, 피보탈 라이오넬 림 부사장, KB국민은행 허인 은행장, KB국민은행 윤진수 전무, 피보탈 이정인 매니저, KB국민은행 최종진 부장 [사진=해당사 제공]

위의 두 사례 뿐 아니라 다가오는 2020년 산업 전 분야의 기업들이 대부분 '애자일(날렵한, 민첩한)'을 경영의 화두로 꼽고있다. 애자일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왜 2020년에 기업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열광하기 시작했을까. 그 핵심은 경영자들이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 기업들이 애자일 경영을 통해 산업 변화의 적응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요 그룹들도 일제히 기존 직급 단계를 줄이고 호칭을 통일하는 등 애자일 조직 문화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직 문화 전문가인 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이러한 애자일 혁신을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고객 중심적 혁신`으로 분석했다.

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출처=동아일보]

강 파트너는 "고객과 시장 요구가 제품 기획·생산 등 단계로 올라와 반영되려면 현장과 본사가 효율적으로 직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애자일 조직 모델로 전환하는 기업들은 직급을 3단계 이하로 줄이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조직 내 업무 방식을 현장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런 기업들은 고객만족지수(NPS), 신제품 개발 속도, 조직 구성원 업무 참여도(eNPS) 등 주요 지표에서 평균 30% 이상 개선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한다.

 

애자일 경영으로 연평균 성장률 20% 이어간 이랜드 스파오의 선례…기획부터 판매까지 ‘5일’ 시스템으로 시장 트렌드 이끌어

 

이런 애자일 경영의 혁신과 성과는 이미 국내 대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로 브랜드 론칭 10년째르 맞은 이랜드월드의 제조 유통 일괄(SPA) 브랜드 스파오가 그 좋은 예다.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각축을 벌이던 지난 2009년 이랜드월드가 야심차게 론칭한 스파오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애자일 경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스파오 강남 가로수길점. [사진제공=이랜드월드]

결과적으로 론칭 이후 연평균 성장률만 20%를 달성했다. 론칭 3년 만에 1000억원, 7년 만에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35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파오는 현재 국내 93개, 중국 15개, 말레이시아 5개 등 총 1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매장들을 통해 스파오는 지난 10년간 총 1억1357만 장의 의류를 판매했다. 스파오의 이같은 성과는 애자일 경영 혁신으로 만들어낸 기존 패션업계에서는 드문 성공 스토리다.

 

스파오의 애자일 경영으로 빠르게 변하는 의류 시장의 트렌드를 흡수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 니즈를 파악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국내 의류 제조 유통 기업 중 유일하게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5일’ 걸리는 시스템으로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보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스파오 신촌 매장. [출처=한국경제매거진]

내년에는 검증된 베이직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러한 반응 생산으로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주회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6개월 전 진행하는 수주회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고객 니즈를 따라가기에 느리다는 판단이다. 스파오 관계자는 “고객 니즈를 빠르고 디테일하게 확인해 상품화하는 것이 스파오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시대 유행을 민첩하게 따라가며 출시 때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콜라보레이션 역시 스파오의 큰 장점이다. 스파오는 2015년 엑소와 코카콜라 등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2016년 포켓몬, 2017년 라인프렌즈·빙그레·위베어베어스, 2018년 세일러문과 해리포터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완판 신화를 이어 왔다. 작년 겨울에는 해리포터와의 협업으로 오픈 1시간 만에 25만 장을 팔며 화제가 됐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콜라보레이션 누적 매출만 1500억원, 장수로 무려 800만 장을 팔았다.

스파오의 '해리포터' 콜라보 상품들. [사진=이랜드 제공]

스파오의 애자일 경영 성공 비결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디테일’도 한 몫을 한다. 작년 해리포터 출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설문 조사에 7만 명이 참여해 쌓인 빅데이터를 즉시로 활용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바로 반영되는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한다. 스파오 관련 해시태그는 6만6700개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 등 각종 SNS 채널로 스파오와 연결된 고객은 약 200만 명에 달한다. 스파오 애자일 경영의 가장 큰 원동력은 고객과의 빠른 소통이다.

 

LG?삼성?SK등 주요 대기업들도 2020 애자일 혁신 위한 인적쇄신 단행…중소기업들이 요동치는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느 전략도 결국 ‘애자일’

 

국내 유명 대기업들도 이미 2020년에 애자일 경영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임원인사에서 애자일 경영을 위한 준비작업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50대 최고경영진을 대거 발탁하고 40대 임원을 전진 배치한 것. 30대 여성 임원 3명도 나왔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애자일 경영을 본격화 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혁신으로 애자일 경영의 토대를 마련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출처=한국경제]

삼성 또한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한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도로 최근 몇 년간 임원 수를 줄여왔고, 근무복장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조직문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임원 평균 연령을 40대로 낮줬으며 올해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정체 상태에 있는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몸부림은 현재 위기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통상마찰 등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세계 시장에서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 국내 대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16곳이 올해 초에 설정한 목표 대비 투자 집행률이 100% 미만이라고 답했다.

국내 대기업 30곳 중 16곳이 올해 설정한 목표 대비 투자 집행률이 100% 미만이라고 답했다. [출처=아시아타임즈]

내년에도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호전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더욱더 애자일 경영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와 각국 정부의 정책 부조화, 저금리 후유증,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가 널려 있다며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른 기관들도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빅데이터?자율주행?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며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도 변화에 굼뜬 기업들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들이 더욱더 혁신의 고삐를 당겨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시장이 요동치고 기술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국내 카테고리 챔피언(category champion) 기업 관계자들. ⓒ사례뉴스 

결국 2020년 우리 언더백(Under-100) 기업들이 카테고리 챔피언(Category Champion)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관건은 애자일 혁신을 통한 속도 향상과 과감한 변화다. 기민하게 기회를 포착하고 한발 앞서 실행해야 한다. 애자일 경영을 통해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2020년의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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