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신의, 가장 비싼, 가장 힙한’ 기술들은 이제 다 자동차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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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등 단순한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기계들에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개념인 모빌리티(mobility)가 주목받고 있다. 모빌리티의 핵심은 전통적인 교통 수단에 IT 기술 등을 결합해 효율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부각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의 발달에 따른 사업 기회와 전략들을 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대기업은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선제공격에 나섰다. ‘국대대표’ 자동차 기어인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새 비전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장기 혁신 계획 ‘2025 전략’을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 구조를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Smart Mobility Device)’ 위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현대차는 하늘을 달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 Urban Air MobilitY)’ 구현을 위한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 등이 연구?개발중이다. 또 플랫폼 기반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인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Smart Mobility Service)’를 신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 Urban Air MobilitY)’ 구현을 위한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의 가상 모습들. [출처=탑라이더]

현대차의 과거의 경영전략들은 사실 ‘자동차’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로 선두 업체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새롭게 발전시키거나 재해석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지금 현대차는 이제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으로의 전환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현대차가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공개한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항공기 전문가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PAV를 활용한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Urban Air Mobility) 을 구축해 ‘하늘길’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UAM이 상용화되면 대도시에서 매일 수백 번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항공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현대차에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행기만 만드는 항공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어렵다. 반면 항공기를 만드는데 필요한전동화와 빅데이터·내비게이션 등의 기술은 자동차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유리하다.

 

자동차와 정비·관리·금융·보험·충전 등 주요 서비스 함께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활성화 될 것

[이미지 출처=KT블로그]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으로 고객들에게 자동차와 정비·관리·금융·보험·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함께 결합해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 사업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등이 트렌드로 떠 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기업들은 차량 내·외부와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이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지난해 9월 BMW그룹·다임러그룹·폭스바겐그룹·포드모터 등 완성차 4개 업체도유럽에 공동 설립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업체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말 세계 최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기업 ‘앱티브’와2022년까지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현지 합작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따라 기존에 다순히 기름?가스만 넣던 주유소도 ‘모빌리티 스테이션’으로 변신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국내 주유소는 이미 공급 과잉 상태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주유소 수는 약 1만 1511개로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된 후 점차 하락세에 있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서울 시내와 시골 동네를 중심으로 주유소가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GS칼텍스가 LG전자와 협업으로 추진한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개념도. [출처=오토타임즈]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대체 에너지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주유소는 일단 유류 비중을 점차 낮추고 대체 사업을 늘려야 한다. 카페, 패스트푸드 전문점, 편의점 등에 공간을 내주고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굳이 주목하지 않았던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해 짐 보관 서비스 등도 실시하고 있다.

 

장기적인 과제는 결국 에너지 전환에 따른 ‘미래형 주유소’로의 변신이다. 지난 2019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큰 관심을 보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주유소들은 ‘급속 충전’을 통한 ‘가격 차등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에너지원이 바뀌더라도 ‘스테이션’의 기능은 여전히 강하다는 게 정유 미래형 주유소의 핵심이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가 주요 기반인 유통업·금융업 등과의 협업이 다양한 형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빌리티는 이동 수단을 ‘제2의 삶의 공간’으로 변화시켜…운전자?탑승객에게 즐거움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모빌리티는 또한 기존의 이동 수단을 ‘제2의 삶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일례로 도요타는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도시 이동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개발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 후지산 주변 지역의 실증을 통해 추진할 전략이다. 규모는 175 에이크(약 71만 ㎡)다. 실제로 공모를 거쳐 2000명 정도의 주민을 여기에 살게 할 계획이다.

도요타의 자율주행차 유튜브 설명 영상 중 화면캡쳐. 

무엇보다 자율주행차 안에서 탑승객을 포함해 운전자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에는 운전석이 필요 없고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즐거움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례로 벤츠는 콘셉카인 ‘비전AVRT’를 선보였는데, AVRT는 아바타(Avart)의 약어다.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았다.

 

AVRT는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한다. 내부는 조종 장치가 없는 것이 특징인데 운전자가 손을 올려놓으면 자동차가 이를 인식해 시동이 자동으로 걸린다. 그리고 자동차 후면의 작은 33개의 덮개는 아바타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또한 AVRT는 사용자의 감각 요소뿐만 아니라 친환경 측면도 우수하다. 비동물성 소재인 다이나미카(DINAICA)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비료로 재활용 할 수 있게 했다. 배터리는 그래핀 소재를 사용해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혼다도 독특한 방식으로 자율주행차 시대의 경험을 선사한다. 바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혼다는 레이싱 게임을 즐기듯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전망해 ‘증강된 운전(augmented driving)’이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8단계 모드로 자율주행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플랫폼 장악 했듯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선점에 열 올리는 글로벌 기업들

글로벌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관계도 [출처=비즈니스 워치]

글로벌 기업들의 이러한 모빌리티 산업 경쟁은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스마트폰 기기들을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OS) 안에서 살게 함으로써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게 만들었다. 어떤 회사가 개발한 어떤 스마트폰 기기를 선택해도 그 안의 소프트웨어 OS는 안드로이드가 되게 해 매출과 영향력을 지배했다,

 

폭스바겐은 이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다른 업체에 판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임러, BMW, 폭스바겐, 포드가 공동 투자해 출범한 ‘아이오니티(Ionity)’는 평균 150~350킬로와트(kW)급의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은 ‘고전압 충전 용량’을 다른 업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임러, BMW, 폭스바겐, 포드가 공동 투자해 출범한 ‘아이오니티(Ionity)’ 충전기 모습. [출처=탑라이더]

아이오니티의 고전압 충전은 경쟁사인 테슬라의 충전기가 제공하는 145kW보다 높다. 게다가 아이오니티는 여러 기업들이 연합한 만큼 수요 확보와 판로 개척에 유리하다. 현재는 유럽에 400개 이상의 테슬라 충전기가 구축돼 있지만, 앞으로는 어느 쪽이 유리할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2020년,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니다. 가장 최신의, 가장 비싼, 가장 힙한 기술은 다 자동차에 들어가고 있다. 우리 언더백 기업들도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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