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 “중소기업들이 제품 잘 만들어도 고객들이 어떻게 좋아보이게 느끼게 하는지 몰라 도움 주고 싶어”

지난 11일 강남 본사 사무실에서 사례뉴스와 인터뷰 진행후 사진 촬영중인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 ⓒ사례뉴스

“‘브랜딩’의 관점에서 한 회사가 상품을 배열한 위치만 봐도 그 회사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공간이 결국은 브랜드의 ‘생각이 담기는 그릇’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처음에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 생각을 상품 배열을 통해 담을 수도 있고, 공간에 담을 수 있고 있고, 향기에도 담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담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죠.”

 

대한민국 최고의 ‘비주얼 전략가’로 불리는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는 지난 11일 사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브랜딩에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이랑주 대표는 “사실 ‘좋다’는 것은 다 기획된 것이고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며 “‘예쁘다’, ‘맛있다’도 다 기획된 것이다. 그래서 VMD(Visual Merchandiser)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외국의 경우는 VMD가 백화점 사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4개 회사의 협동조합 형태인 위박스브랜딩을 이끌고 있는 이랑주 대표는 처음에 백화점에서 직원으로 오랫동안 VMD 업무로 근무했었다. 그러다가 회사 CSR관련 프로젝트 팀에 가면서 중소? 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와 관련된 1인 창업을 지난 2005년도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름은 이랑주 VMD연구소였다.

사례뉴스와 인터뷰 중 첫 창업시절을 회고하며 이야기 중인 이랑주 대표. ⓒ사례뉴스

“창업 후 처음 했던 건 두 가지 일이었는데, 하나는 대기업 백화점에서 VMD 표준화 작업을 아웃소싱 받아서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부에서 입찰을 받아 진행하는 전통시장 개발 프로젝트 였어요.”

 

이미 업계에서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었던 이 대표는 점차 사업이 커지고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직원들을 많이 뽑기 시작했다. 회사를 꽤 키웠다. 디자인 회사로는 꽤 큰 규모의 매출과 2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했지만 갈수록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자리가 너무 힘들더라”며 “잘 될 때는 좋지만 안 될 때는 월말에 직원 월급을 못 줄 상황에 하루에 혼자 강의 2시간짜리 4개씩을 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심정지가 2번이나 왔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도 중소기업 대표들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잘 안다.

직접 중소기업 CEO로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랑주 대표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일마나 힘든지를 잘 이해한다. ⓒ사례뉴스

결국 그녀는 멈춰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창업한지 6년차 였다. 이 대표는 “‘10년~100년간 사업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과 함께 다니던 직장을 다 그만두고 전 세계의 100년 이상 살아남은 회사와 시장들을 1년간 세계일주로 다 돌면서 비결을 배웠다”며 “저는 단순히 중소기업을 도와야 겠다는 신념과 감동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사업에 대한 개념 정리가 명확히 안 된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그녀는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인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과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이란 책을 쓰게 됐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제품은 잘 만들었는데 고객들이 어떻게 좋아보이게 느끼게 하는지를 모르더라”며 “제조업은 오히려 제품을 너무 잘 알아서 고객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모른다. 제품 전시 등을 통해 3~5초 안에 잘 알아채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내용들을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현실화 위해 VMD?건축?디자인?인테리어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협업…“분명한 ‘의미’가지고, 스스로 ‘정직’하게, 마음에 ‘사람’품고 일해야”

 

“위박스 브랜딩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브랜드를 만들어 주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마지막 한 장의 이미지까지 만드는 역할이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것을 도와 줍니다. 이를 위해 VMD,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브랜딩 4개 회사가 함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의 외부 강연 모습.[사진=위박스브랜딩 제공]

이랑주 대표의 개념정의에 따르면 위박스 브랜딩은 ‘공유형 컨소시엄 브랜드’다. 이 대표는 “쉽게 말하면 프로젝트가 있을 때만 모이는 회사”라며 “각자의 회사가 있고, 제 회사인 이랑주 VMD연구소가 총괄해서 다른 위박스브랜딩 회사들과 다른 기업의 일을 함께 한다”고 사업 형태를 설명했다. 4개 회사의 멤버들은 이랑주 대표와 20여년 동안 같이 해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4개 회사지만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인다.

 

이 대표가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의미, 정직, 사람’ 세 가지다. 그녀는 “일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어야 하고, 그 일의 진행 과정에서 스스로 ‘정직’하게 일해야 하며. 늘 그 마음에 ‘사람’을 품고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걸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로 다시 해석하면 결국 ‘시간’과 ‘에너지’ 2가지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의미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건지를 결정하는 거죠. 나랑 에너지가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저는 ‘이 사람은 10년 이상은 볼 것 같다’라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과만 만납니다. 이건 욕심이 없을때 판단이 됩니다. 사실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가는 건, 내가 저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거나 필요할 것 같아서 만나죠. 그런데 내가 줄게 더 많은 사람이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되요.”

이랑주 대표(가운데 파란색)가 외부 강연 중 청중들과 사진 촬영중인 모습. [사진제공=위박스브랜딩]

이런 마인드를 가진 이랑주 대표는 ‘술, 골프, TV시청’ 3가지를 전혀 안 한다. 그래서 매일 저녁약속이 전혀 없다. 저녁에는 주로 책을 많이 본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 전에는 멋도 모르고 많이 돌아다녔지만 의미없는 일이었다”며 “어떤 회사나 사람과 일을 정할때도 내 시간을 써서 이 일이 시너지가 날 것인지를 판단해서 그렇지 않으면 90%는 거절한다. 보통 요청하는 100명 중에 제 질문에 답이 잘 된 사람 10명 정도와 일하게 되는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짧게는 6개월~1년 정도를 제대로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회적 위치나 규모가 있는 기업이나 인물과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많이 돕고 있다. 대신 그녀가 제시하는 핵심질문 6가지(VISUAL)인 1. 우리는 어떤 곳입니까?(Vocation) 2. 우리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Illuminating) 3. 우리 고객은 무엇을 불편해합니까?(Sounding) 4.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Upgrading) 5. 그 불편함을 해결하는,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요?(Aiming) 6.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나요?(Lingking)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땅이 굳어져야 건물을 세울수가 있어요. 자갈밭이라면 땅이 먼저 정제돼야 합니다. 자갈밭에 건물을 지으려 하니 계속 넘어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핵심질문 6가지 뽑게 됐고 답할 수 있는 창업가?기업가 대표님들을 만나면 바로 함께 실행에 들어가고 결과도 나게 됩니다. 매출이 몇십배로 올라간 경우도 많습니다.”

 

VMD 중심의 경영 컨설팅과 매뉴얼화 통해 기업들 성공적 변신 도와…“일만 잘하는 ‘기능인’ 아닌 ‘온기 품은 전문가’이길 원하죠”

이랑주 대표(가운데 파란색)가 한 기업 워크샵에서 강의 중 단체촬영 중인 모습. [사진제공=위박스브랜딩]

최근 위박스브랜딩이 컨설팅한 한 프랜차이즈 뷰티 기업의 경우 이랑주 대표와 직원들의 도움을 통해 매출 향상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이뤄냈다. 처음에 이곳은 한 매장에서 10개의 베드를 관리하는 직원 10명이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하는 시스템 이었다. 수치적으로는 1회 서비스에 10만원씩 받게 되어 8시간이면 1일 매장이 총 800만원, 1년이면 약 20억의 매출이 나와야 했어다. 그런데 실제 매출은 5억 정도 밖에 안 됐다고 한다. 이유는 서비스 직원들이 직접 수건을 개고 청소하고 하는 등에 시간을 다 잡아먹어 손님을 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곧바로 비주얼을 통한 경영 컨설팅에 들어갔다. 일단 먼저 수건 세탁과 청소등을 세탁소와 외주업체에 맞기도록 했다. 그래서 직원 10명이 하루에 8명 직원을 온전히 받도록 했다. 그래서 세탁기가 차지하던 공간을 비우고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베드수도 13개로 더 늘렸다. 이런 비주얼 컨설팅 과정을 통해 매장수가 전국 15개에서 20개로 늘어나고, 호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작업도구 등의 서랍배치 등도 다 ‘메뉴얼화’ 해서 국내나 호주지점 어디를 가더라도 어느 제품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알 게 만들었다.

 

“눈감고도 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거죠.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면 깨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VMD 매뉴얼화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샤넬이 전 세계에 어떤 신제품을 출시하면 현지 매장 직원들이 다 배치를 할 수가 있어요. VMD가 기획을 통해 매뉴얼을 이미 만들어서 공유하기 때문이죠.“

 

이랑주 대표는 더 나가가 “사실 제품을 만들 때 어디에 놓을 것인지까지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의 경우는 이런 부분들을 놓치기 쉽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이런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개발 단계에서부터 ‘비주얼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랑주 대표는 자신의 지식으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온기품은 전문가'다. ⓒ사례뉴스

창업가나 기업가 고객들이 이 대표를 찾아오는 이유는 이런 실력과 더불어 뛰어난 공감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자기 마음을 잘 이해애줄 것 같아서 오는 것 같다”며 “저는 사람들에게 항상 ‘온기 품은 전문가’가 되라고 이야기 한다. 전문가가 교만해지면 세상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와 ‘기능인’이 있는데 사실 한끝 차이다. 기능적으로 그 일만 잘하는 사람은 기능인, 그 기능인이 ‘사람이 가진 따뜻함’을 가질 때 온기 품은 전문가가 된다. 20년 경력에 온기가 없으면 단순 기능인일 수도 있다”고 그녀만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 대표에게도 그럼 ‘기능인’ 이었던 시절이 있었냐고 물으니 그녀도 백화점에 직원으로 근무할때는 기능인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혼자 독립해서 창업한 후부터 누군가의 아픔이 가슴에 팍 꽂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깊은 통찰이 담긴 한마디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흔들리는 ‘진통’이 흔들리지 않는 ‘정통’을 낳습니다. 중소기업은 하다보면 그만두고 싶은 때가 반드시 오는데, 성장하기 때문에 진통이 오는 것이죠. 그 진통을 견뎌내면 결국 정통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니 뽑히지만 맙시다. 진통이 있다면 지금 잘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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