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조부터 엔터테인먼트·패션?뷰티까지 디지털 기술이 많은 부가가치 창출…디지털 스킬 수요 갈수록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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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들의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사내 교육으로 코딩을 처음 접하게 된 임원진에서부터 자비로 학원을 찾는 직장인들도 있다. 급기야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코딩 교육을 수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직을 원하는 이들은 수업 수강을 위해 본업을 과감히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더넥스트스쿨’은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 교육 스타트업이다. 넥스트스쿨이 운영하는 ‘DS스쿨’은 프로그래밍(코딩),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을 입문과 실전 과정으로 나눠 강의한다. 현재까지 DS스쿨을 다녀간 수강생만 약 8000명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과정은 비전공자 수강생이 데이터 사이언스에 입문할 수 있는 입문반이다.

 

코딩 교육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DS스쿨을 향한 문의도 늘어났다. 정수덕 더넥스트스쿨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강의 문의를 남긴 사례만 무려 10만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받으러 오는 수강자의 업종도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마케터의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엔 더 심화된 지식을 원하는 개발자들도 학원을 찾는다. 크게 관련이 없다고 느껴지는 영업팀이나 인사팀 재직자들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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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패스트캠퍼스의 과목당 매출액에서도 디지털 관련 과정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통의 강자’인 외국어 강의가 23.8%로 가장 높았지만 데이터 사이언스(17.8%)와 프로그래밍(16.35%)이 외국어의 뒤를 이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강의도 4위에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A-Z 올인원 패키지’, 5위에는 데이터 분석 입문 올인원 패키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강민 패스트캠퍼스 대표는 “금융·제조·식음료의 전통적 산업부터 엔터테인먼트·패션·뷰티 등 이종 산업까지 소프트웨어 기술이 깊숙이 침투하고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디지털 스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분야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나며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딩은 데이터 분석?인공지능(AI) 적용의 첫걸음…“코딩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많아져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코딩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근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다루는 빅데이터에는 고객의 행동에 대한 여러 정보가 담겨 있는데, 이것을 분석하면 기업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선 기본 디지털 언어인 ‘코딩’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코딩은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AI) 적용 등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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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도 이유다. 예전에 컴퓨터가 보편화됐을 때는 도스를 통해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지만 지금은 ‘파이썬’이나 ‘엔트리’ 등을 통해 접근하기가 쉬워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전직까지 고려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 ‘42서울’에는 총 1만1118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가 몰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강자 수를 450명에서 600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유료 교육 뿐 아니라 코딩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무료 플랫폼도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비영리 단체 오픈튜토리얼스의 ‘생활코딩’과 구글이 운영하는 ‘코딩야학’이다. 전공자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코딩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혼자 코딩을 학습할 수 있는 구조다. 생활코딩은 온라인 수업 WEB1을 통해 HTML과 인터넷 등 코딩에 대한 이해와 교양을 넓힌다.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코딩야학은 지난 1월 운영된 7기까지 총 7만9000여 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7기를 끝으로 기수제 대신 상시 모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코딩 저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한 프로그래머는 “코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코딩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코딩인 것을 모르고 코딩을 하는 경우도 많아져 이러한 수요에 어울리는 교육들이 더욱 풍부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딩 배워 설비 불량 줄이는 프로젝트 실행하는 H그룹 공정기술 매니저…“코딩 처음 배운 사람이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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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업들은 직장인들의 코딩 교육을 사내에서 어떻게 연계해 적용할 수 있을까. H그룹의 한 공정기술팀 매니저는 3개월 전부터 서울 본사에서 코딩 관련 교육을 듣고 있다. 이 매니저가 교육을 들으며 수행 중인 과제는 설비 프로그램의 오류로 멀쩡한 부품이 불량 판정을 받는 ‘가성 불량’을 가려내는 것이다. 가성 불량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검사 시간이 증가해 생산의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매니저는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가성 불량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과정을 실습 중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이 매니저는 “대학 시절에는 소프트웨어 수업보다 하드웨어 공부를 선호했고 ‘코딩’은 싫어했다”며 “막상 수업이 시작되니 흥미 있는 커리큘럼과 함께 취약한 부분을 도와주는 조교들의 지원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진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가 듣고 있는 교육은 H그룹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AIM 프로젝트’다. 실무 중심의 AI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개발한 전문 교육 과정이다.

 

일단 AIM 프로젝트에 차출되면 5개월간 기존 업무에서 떠나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다. 코딩을 시작으로 AI 알고리즘 이론, 데이터 처리와 분석 실습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2개월간 외부 전문 교육 기관에서 지식을 익히고 3개월은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물론 차출된 모든 직원들이 ‘능력자’는 아니다. 코딩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접한 직원도 있고 문과 출신 직원들도 수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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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진행 관계자는 “실제 코딩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들도 약 30%의 비율을 차지한다”며 “학습 진도에 차이가 생길 것이란 초기의 우려와 달리 다들 습득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과정인 AIM OJT는 내년까지 60명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부서마다 AI 준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사내에서 AI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도 코딩 교육 집중하며 ‘디지털 전쟁’ 준비…“어떤 업무 하더라도 코딩 지식 통해 언제든 디지털 부서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이뤄질 수 있어야”

 

각 산업 분야 중 특히 금융권도 코딩 교육에 집중하며 ‘디지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해 정보기술(IT) 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오랫동안 지켜오던 금융업의 장벽도 없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데이터 기반의 정보 회사’로 탈바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직원들의 디지털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다. 특히 코딩 교육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코딩 잘하는 직원’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직원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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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코딩 교육 담당자는 “더 이상 디지털 전문가들과 금융 전문가들이 따로따로 각자의 업무를 잘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기본적으로는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디지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춰 언제든 디지털 부서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딩 교육은 바로 ‘IT와 금융 업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주춧돌이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 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 공통 소양(디지털 트렌드, 4차 산업혁명,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의 중요성 등)을 기본으로디지털 비즈니스 분야, IT 분야, 혁신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공통 프로그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IT 신기술 사관학교’고,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머신러닝 등 현업과 핵심 기술을 융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둔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DxP)’ 과정이다. 이 밖에 은행·금융투자·카드사별로 각 3~4개 정도의 독자적인 프로그램들도 마련돼 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 직원의 디지털 환경 적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통합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을 포함해 디지털 기본 소양을 공통 프로그램으로 교육한다. 또한 IT 전문가, 비즈 전문가, 혁신 기술 전문가가 되기 위한 세부 트랙을 밟아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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