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답을 제시하는 수동적인 독서모임에서 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는 '주도적인 독서경영'으로 변신하기!

[현장수첩] : 김지한 가인지캠퍼스 컨설턴트(사례뉴스 기자)

[이미지 출처=이코노미 조선]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CEO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독서경영'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적용점을 찾아 도입하고 성과를 내는 조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언더백(U-100, 100인 이하의 조직) 기업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직원들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서경영을 도입했지만, 그 효과를 보기 전에 직원들이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경영자는 어떻게든 직원의 독서를 독려하기 위해 보상이나 포상을 내걸기도 하고, 평가 항목에 필독서 완독수를 포함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통해 효과를 보는 기업도 분명 있겠지만, 수많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원들이 ‘독서’라는 행위에 어려움을 느껴 결국 독서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독서경영 도입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의 독서경영 관련 한 영상 컨텐츠의 썸내일 모습. [출처=가인지캠퍼스]

약 20년간 국내 언더백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진행해 온 (주)가인지캠퍼스의 김경민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책’이 가진 무게가 독서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간 우리는 정규 교육을 거치며 책 속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고 책이 정답이라는 프레임 속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좋은 시험 성적을 위해 책으로 공부 하는 문화가 책이라는 매개체를 더욱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도서를 읽은 성인의 비율은 59.9%였지만, 동일한 조건의 학생 비율은 9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책은 단지 저자의 생각과 표현이 담긴 매개체지만, ‘정답’이라는 프레임과 함께 이해해야만 하는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아닌 직장인들이 모인 기업에서도 독서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경영은 본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 확률이 희박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독서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독서경영을 시행하고 있는 여러 언더백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독서'가 없는 독서경영? '내용 이해'가 아니라 '생각 나눔'에 초점을 두라!

빌리브네이처의 독서경영 모임 현장 모습. [출처=빌리브네이처 블로그]

천연유기농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회사인 빌리브네이처는 분기마다 한 권씩 필독서를 선정해 독서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필독서지만 독서가 ‘필수’는 아니다. 독서를 통해서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체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우선 한 달에 한 번씩 ‘책첵(check)’ 시간을 통해 외부 컨설턴트가 분기 필독서를 요약해주는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북토크’ 시간을 통해 실제 독서를 하거나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 때 사회자가 던지는 질문은 책에 관련된 질문이 아닌, 단지 책의 주제와 관련된 질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충분히 답할 수 있으며, 사회자가 책의 내용과 답변의 주제를 이어나가 준다.

가인지캠퍼스의 사내 독서경영 모임 현장 모습. [사진제공=가인지캠퍼스] 

언더백 전문 경영 컨설팅 회사인 가인지캠퍼스도 창립 때부터 독서경영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필독서’ 자체가 없다. 다만 ‘추천서’가 있을 뿐이다. 컨설턴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독서는 피할 수 없지만, 각 컨설턴트가 돕는 기업의 현장에 따라 ‘추천’하는 도서가 있을 뿐이다. 일괄적으로 특정 도서를 선정해 다같이 ‘필독’하지는 않는다.

 

현직 가인지캠퍼스의 직원 중 한 명은 이러한 회사 정책에 대해 "필독서의 프레임을 벗어나니, 내가 읽고 싶은 책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을 주도적으로 찾아 읽게 된다"며 "추천서가 가지는 의미가 실제 독서경영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답을 제시하는 '수동적인 독서모임'에서 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는 '주도적인 독서경영'으로 변모하기

모범적인 독서경영으로 알려진 대기업 'E그룹' 계열사 중 한곳의 독서경영 현장 모습. [이미지 출처=서울경제신문]

위 두 언더백 기업의 사례뿐 아니라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영상과 토크시트를 활용하여 독서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 책을 리뷰해주는 영상이나 카드뉴스를 공유하고, 소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구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 등이다. 특히, 영상을 통한 도서 요약은 오늘날 글보다 영상에 더 익숙한 직원들에게쉽게 바로 적용이 가능해 효과적인 독서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 토크시트의 경우 사회자가 없는 모임에서 책에 대한 나눔이 더욱 쉽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책이 가지는 무게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방법의 독서경영이 가능해진다. 이제는 경영자가 답을 제시하는 수동적인 독서모임에서 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는 '주도적인 독서경영'으로 변모하고 있는 시기다. 

국내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들. [이미지 출처=각사 홈페이지]

보다 근본적으로 추천할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고민이 있는 기업이라면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도 추천한다. 특히 해당 월의 도서로 선정된 책과 관련된 전문적인 콘텐츠와 여러 자료까지 제공하는 (주)가인지북스와 같은 상품들은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비즈니스 트렌드 파악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플라이북이나 커넥츠북과 같은 인문도서가 포함된 정기배송 서비스 또한 직원들에게 인문학적 배경과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서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인 경영자라면, 이제 직원들을 '책 읽기'에서 '삶 나눔'으로 직접 솔선수범 해 이끌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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