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전략과 선택에는 ‘맥락’이 있다!”

[책만나] 멀티팩터

성공한 창업가들로 불리는 이들의 성공요인은 과연 단순할까.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만호 무신사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병기 프릳츠커피 대표. 김여진 공차 창업자. ⓒ사례뉴스

“미디어가 주목한 포인트는 30대 초반, 평범한 주부 등이었다. 즉, 30대 초반의 평범한 주부가 거둔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야깃거리로 삼은 것이다. 당시 지분 65%를 매각한 금액만 340억 원이었다. 경영자인 김 대표가 해외 브랜드인 공차를 한국에 안착시키는 데 많은 노력과 공이 들어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평범한 가정주부의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

 

30대 초반 평범한 주부의 340억 대박 신화(공차), 해직기자가 막걸리 집으로 거둔 대박 신화(월향), 마포구 도화동 빌딩숲 사이의 단독주택 카페 신화(프리츠 커피 컴퍼니), 억대 연봉을 버리고 불편을 사업 기회로 만든 30대 초반 맞벌이주부의 신화(마켓컬리), 재능이 시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스타일난다), 남고생이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신화(무신사) 등등, 요즘 핫한 기업들의 알려진 성공 요인은 과연 진짜 핵심 성공 요인이 맞을까.

 

지난 2017년 소비시장과 자영업을 경제이론을 통해 분석한 베스트셀러 『골목의 전쟁』을 출간했던 ‘경제전문가들이 믿고 읽는’ 젊은 경제·경영 칼럼니스트, 김영준 작가는 그의 올해 신간 『멀티팩터-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을 통해 위와 같은 의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에는 수많은 선택들이 존재하고, 그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며 “선택은 백지 상태에서가 아니라 특정 맥락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선택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멀티팩터』의 저자 김영준 작가(사진)는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선택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미지 출처=AVEC G]

“성공의 원인을 ‘무엇을 했는지’에서 찾는다면, 프리츠는 그 ‘무엇’을 발견하기가 참 쉬운 기업이다. 훌륭한 커피와 빵, 멋진 입지, 이제는 프리츠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멋진 디자인,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한 인테리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페셜티 시장을 내다본 혜안, 직원들에 대한 훌륭한 처우와 교육, 조직문화 등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인다. 하지만 프리츠가 다른 카페들과 비교해서 출발점에서 가장 우위에 있었던 자원은 다름 아닌 인적자본이었다.”

 

김영준 작가는 ‘프리츠 커피 컴퍼니’와 같은 사례들을 예시로 들어가며 성공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에 대해 지적한다. 흔히 세간에 알려진 성공 요인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혹은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 작가는 “심지어는 인과관계가 뒤집어진 분석들도 많은 실정”이라며 “당연히 이를 교훈으로 삼아 내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망한다”고 경고한다.

 

사실 수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성공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들인 노력을 빠뜨리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의외로 재능을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자신의 ‘평범성’과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강조한다. 또한 금기시되는 주제가 바로 자신의 ‘출발점’에 대한 것이다. 김 작가는 “기회의 평등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종종 내세우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성립하기가 매우 힘든 것 중의 하나”라며 “특히나 비즈니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일갈한다.

 

마켓컬리의 성공은 ‘새벽배송’이 아니다?…환상속의 성공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성공을 생각하고 추구하라!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CF중 한 장면. [출처=마켓컬리]

“많은 사람들이 샛별 배송이 마치 마켓컬리의 정체성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샛별 배송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마켓컬리가 특별했던 것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상품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상품들이 왜 특별한지를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흔히 마켓컬리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불편을 사업기회로 만든 것’과 ‘억대 연봉 직장을 버리고 창업한 점’을 화제로 삼지만, 사실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보다 누가, 누구와 함께 실행했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김 작가는 마켓컬리와 같은 사례를 들어가며 “정말로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노력과 열정에 대한 과대평가부터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경쟁 요소들은 무척 다양한데, 다른 요소들을 모두 지우면 노력이나 열정이 그만큼 과대평가 된다는 것. 특히 이러한 접근의 문제점은 다른 요소를 활용한 경쟁을 부정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경쟁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쟁에서 재능과 노력이 아닌 다른 요소가 개입되면 불공정한 것처럼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부분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우위를 잡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자본의 힘으로 경쟁하는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에서 출발점이 다른 것을 우위로 받아들이지 않고, 반칙이나 불법 혹은 편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 자가는 “이러한 것들은 잘못된 시각”이라며 “우리는 환상 속의 성공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성공을 생각하고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스타일난다'의 창업자 김소희 대표는 성공의 비결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뉴스웨이TV]

“20대 초반 여성이 창업한 스타일난다의 성공이 특이한 점은 다른 성공 사례에 흔히 등장하는 전략, 목표, 비법 같은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김 대표 본인이 성공의 비결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또 ‘스타일난다’와 같은 기업 성공 사례를 예시로 들어가며 ‘성공을 가로막는’ 기존의 잘못된 조언들을 뒤집는다. 그는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들은 대중강연에서 고난과 고생을 이겨낸 스토리를 들려주고, 절박해야 성공한다며 노력을 강조한다”며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노력이라고 하더라도,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명제가 참이 되지는 않는다. 노력했는데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고 일갈한다.

 

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성공에서 노력의 영향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실패한 사람들’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즉, 성공한 사람의 노력을 기준으로 삼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것. 결국 결과를 바탕으로 그에 어울리는 과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영준 작가(사진)는 성공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에 어울리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기적한다. 사진은 김 작가가 지난 2017년 10월, ㅍㅍㅅㅅ에서 강연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AVEC G]

계속해서 김 작가는 “또한 성공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조언도 아무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매우 경쟁력 있는 사업가에게나 유용한 조언이다. 성공에서 리스크 감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이전에 남들보다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더라도 우위에 서는 것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리스크의 감수는 우위가 기반이 되었을 때에야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책 『멀티팩터-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노력이나 재능은 성공에서 변수적 요소가 아니라 상수적 요소에 가깝다. 매출이 열 배가 되었다고 노력이나 재능이 열 배로 투입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런 요소들은 최대 한계가 정해져 있기에 보통은 변하지 않으며 아주 미미하게 증가할 뿐이다. 김 작가는 “마찬가지로 우리가 재능이라고 부르는 요소도 어느 정도 한계가 정해져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노력이나 재능은 사실상 상수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의 수많은 선택은 ‘백지’가 아닌 ‘특정 맥락’ 아래서 이뤄져…맥락 고려 없이 선택 그 자체만으로 성공 분석해서는 안 돼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성공적인 전략으로 선불카드와 스타벅스 앱, 사이렌 오더를 꼽지만, 이는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이용빈도가 낮은 사람들은 굳이 스타벅스 선불카드를 충전할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 앱도 마찬가지다. 사이렌 오더야말로 결과가 만든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애초에 사람들이 매장마다 줄을 설 정도가 아니라면 등장할 이유가 없다. 즉,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이다. 성공 요인이라기보다는 스타벅스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요인이다.”

스타벅스의 '세이렌 오더' 서비스 소개 사진. [이미지 출처=1boon]

김 작가는 스타벅스와 같은 성공 사례를 예로 들어가며 “경영에는 수많은 선택들이 존재하고, 그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며 “하지만 선택은 백지 상태에서가 아니라 특정 맥락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선택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 요인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수많은 잡음을 제거해야 한다”며 “승자의 ‘전략과 선택에는 맥락이 있다.’ 이 맥락과 환경을 제거하면 승자의 선택과 결정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맥락을 제거한 접근으로는 성공한 기업과 기업가를 떠받드는 결과만 낳을 뿐,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경계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 하는 1위 기업들의 결정이 이상해 보이고, 반면 과감하게 움직이는 기업들의 결정은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가지고 있는 자원의 영향력이 약화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짐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선발주자가 과거와 같은 자원의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후발주자가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선발주자가 과거와 같은 자원의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후발주자가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일간스포츠]

결론적으로 현실에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성공에 영향을 주며, 운이 결과를 만든다. 노력도, 실력 혹은 재능도, 자본과 인적 네트워크도, 외모 등도 모두 경쟁에 필요한 자원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위를 모두 쏟아부어 총력전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김 작가는 “그렇다고 자본도 인맥도 없는 사람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새롭게 떠오르고 시장의 지형을 뒤바꾸고 있는 변화에 주목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하듯, 결국 언제든 시장의 지형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더 많은 자원을 축적하고 활용하여 성공의 축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확률 높은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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