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연결을 깨고 충전ㆍ공감ㆍ자극하라! 그래야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된다!”

[책만나] 조이 오브 워크

[이미지 출처=현대엠엔소프트]

창업과 프리랜서, 긱 워커(gig worker)와 같은 노동 방식이 각광 받는 시대라지만, 우리 대부분은 어딘가의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으로 긴 인생을 살아간다. ‘퇴사’와 ‘워라밸 사수’가 직장생활의 트렌드로 떠오른 지도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의 직장인들은 ‘좋은 직장에서 성공하는 삶’을 꿈꾼다. 문제는 직장생활이 갈수록 괴로워진다는 점이다.

 

매년 퇴사율과 이직율이 상승하고, 사람들은 회사 밖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 바쁘다. ‘꿈의 직장’에서라면 좀 다를까? 트위터 유럽지사의 부사장으로 일했던 브루스 데이즐리(Bruce Daisley)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기업이라는 트위터로 이직했을 때 이토록 많은 퇴사자가 있을 줄 몰랐다.

 

대체 기업은 왜 이토록 퇴사자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이제 요원해진 것일까? 무엇보다 직장인들이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던 시절은 지난 것일까? 영국 전체 직장인 중 92%가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갤럽의 조사 결과는 우리 시대 직장생활의 의미와 가치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브루스 데이즐리는 이러한 지독한 고민 끝에 한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트위터의 전 유럽지부 부사장 브루스 데이즐리. [사진 출처=인플루엔셜]

“오랫동안 기업문화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제대로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회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직원이 예전처럼 일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퇴사자도 속출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해결할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심 끝에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팟캐스트 〈먹고 자고 일하고 반복하라(Eat Sleep Work Repeat)〉를 시작했다. 직장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잘 아는 조직심리 전문가를 초대해 제대로 된 조언을 얻기 위해서였다.”

 

브루스 데이즐리는 이후 수많은 조직심리학 연구와 세계 최강의 회사들이라 일컬어지는 다채로운 글로벌 기업의 사례들을 분석한 프로젝트를 통해 “놀랍게도 기업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많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책, [조이 오브 워크- 최강의 기업들에서 발견한 일의 기쁨을 되찾는 30가지 방법]을 통해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영국 휴직자의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를 사유로 휴직을 택했다!”…지구상의 직장생활이 끔찍해진 원인은 ‘끊임없는 연결’과 ‘인공지능’

 

“현대인은 하루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1986년에서 2011년 사이 미국인이 하루 동안 소화하는 정보의 양은 5배로 늘었다. 무려 신문 175부에 해당하는 양이다. 업무시간 외 쉬는 시간에 처리하는 정보만 34기가바이트, 즉 10만 단어에 이른다... 직장인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연구기관은 회사와 오랜 시간 연결돼 있는 사람일수록 불안 수준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영국 휴직자의 무려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를 사유로 휴직을 택했다.”

[이미지 출처=뉴욕일보]
[이미지 출처=뉴욕일보]

지구상의 직장생활이 이토록 끔찍해진 까닭으로 저자 브루스 데이즐리가 꼽는 두 가지 ‘메가 트렌드’는 ‘끊임없는 연결’과 ‘인공지능’이다. 이 두 트렌드가 과거의 직장생활과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직장인들을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이메일과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든 회사 일과 연결되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됐다. 이제 회사에 앉아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퇴근을 해서도 메일과 ‘톡’이 쏟아진다. 결국 긴 시간의 근무는 과로를 유발하고, 많은 직장인들이 ‘부정적 정서’ 상태에 빠지게 됐다.

 

“방해금지 챌린지는 겨우 하루 동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이 끝나고 2년 후 추적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알림 기능을 끈 상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알림 설정을 바꾼 후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작은 변화를 통해 직장에서 ‘마이크로바운더리(microboundary)’를 구축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운더리는 상황에 맞게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통제권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건 휴대전화건 모든 장치에서 이메일 알림 기능을 완전히 꺼버려라.”

 

인공지능의 등장이 초래한 업무 공정의 자동화는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는 중이다. 그에 대한 논의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결국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창의적 노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러나 각 개인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할 맛’이 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결국 직원들이 신이 나야 혁신적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이 신이 나야 혁신적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이미지 투데이]

구글과 유튜브, 트위터를 거친 ‘프로직장러’ 브루스가 수많은 전문가들과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의외로 직장생활을 바꾸는 방법들은 다양했다. 크게 3가지 키워드로 나뉜다. 첫째는 충전(recharge), 둘째는 공감(sync), 셋째는 자극(buzz)이다. 최근 조직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면서도, 실제 최강의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방법들이다. 브루수는 “이 방법들과 함께라면 그토록 괴롭기만 했던 출근길이 한결 상쾌해질 수 있다”며 “당연히 조직의 효율성과 성과가 함께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충전-짧고 일하고 충분히 쉬기’?‘공감-소속감 높이기’?‘자극-직원들에게 유쾌하게 창의성을 높여주기’를 통해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자!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몇 시간일 때 생산성이 가장 높을까? 스탠퍼드 대학의 존 펜카벨 교수는 2014년에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이상적인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50시간이었다. 펜카벨 교수는 ‘50시간까지는 단위시간당 생산량이 일정했으나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당 근로시간이 55~56시간에 이르자 노동자는 극심한 피로를 호 소했으며 이는 총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첫 번째, 시작은 ‘충전’부터다. ‘짧고 일하고 충분히 쉬어라’는 기업용 메신저를 개발한 스타트업 슬랙(Slack)이 이미 적용한 방법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을 넘어서는 순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을 할 때도 충전을 꾀하며 일하는 편이 더 낫다. 산책과 회의를 결합한 ‘걷기 회의’를 비롯하여, ‘딥 워크’를 위한 ‘이어폰 사용’, 개방형 사무실이 보편화된 지금 더욱 유의미해진 ‘오전시간엔 수도승 모드로!’와 같은 방법들로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스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성취감을 얻어야 직원들의 행복감이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일하는 기쁨’을 얻는 일은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짧고 일하고 충분히 쉬는' 기업문화를 가진 스타트업 슬랙의 지난 2019년 NYSE 상장식 장면 [출처=NYSE]

“직장 내 교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펜틀랜드 교수는 직원 간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디에 커피머신을 둬야 할까? 커피머신 위치는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커피머신이 부서 내에 있다면 부서원의 유대가 끈끈해져 단합이 훨씬 잘 될 것이다. 두 부서 사이에 커피머신을 배치하면 타 부서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원하는 목적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면 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공감’, 다른 말로 하자면 ‘소속감 높이기’다. 직장 동료와 나누는 우정, 소속감, 애정, 실없는 농담, 유쾌한 수다 등이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기여를 하는지 이해한다면 두 번째 키워드의 방법들에 주목해볼 만 하다. ‘커피머신 위치를 옮겨라’는 MIT의 경제학자 알렉스 펜틀랜드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다. 연구팀이 직장인들의 교류 활동을 추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커피머신이나 탕비실과 같은 위치가 직원 간 의사소통과 유대감, 나아가 업무 효율성 증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스 데이즐리는 이와 같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조직내 공감은 높이기 위해 ‘회의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라’, ‘사교활동을 만들어라’,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신경 써라’, ‘악질 상사 짓을 그만둬라’ 등의 방법들을 조언한다.

'공감'을 위해서는 악질 상사 짓은 그만둬야 한다. [이미지 출처=브런치] 

“클라우디아 월리스는 매주 ‘바삭바삭 목요일’ 행사를 주최한다. 고객응대를 담당하고 있는 질리언이 매주 목요일 4시 25분에 전 직원에게 ‘일주일 중 가장 즐거운 시간, 바삭바삭 목요일이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내면, 다들 사무실 중앙에 마련된 기다란 테이블에 모여 바삭바삭한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와인과 맥주도 실컷 마실 수 있다. 또한 바삭바삭 목요일의 전통을 지키면서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매주 다른 테마를 적용한다. 몇 주 전 바삭바삭 목요일의 테마는 프링글스였는데, 질리언이 프링글스 통 모양 옷을 입고 나타나서 실컷 웃었다.”

 

세 번째는 충전도 하고 소속감도 올린 직원들에게 유쾌하게 창의성을 높여주는 ‘자극’의 기술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면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가 먼저 반응한다. 토론토 대학의 앨리스 아이센 교수는 “긍정적 정서가 연상능력, 주의전환력, 그리고 인지유연성을 높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번뜩이게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브루스 데이즐리는 ‘팀 규모를 줄여라’, ‘해크위크(HackWeek,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인 해커톤에서 유래,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자유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는 기간)를 도입하라’, ‘PPT 대신 글을 써라’와 같은 긍정적 자극 방법들을 조언한다.

 

‘일하는 기쁨’과 ‘긍정적 에너지’가 기업의 성공을 떠받치는 튼튼한 뿌리 역할을 한다!

[이미지 출처=이코노미 조선]
[이미지 출처=이코노미 조선]

스티브 잡스는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극한 경쟁에 놓인 기업들은 더욱 악독해져가고, 고도화된 기술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번아웃 증후군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일하는 즐거움을 되찾는 일은 어렵고, 그래서 더 절실하다.

 

이미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증명했듯, 어쩌면 생각보다 간단한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시선과 일을 향한 열정을 되찾을 수 있다. 뻔한 조직문화 이론을 탈피한 아주 현실적인 방법들과 함께라면 말이다. 책, [조이 오브 워크]의 저자 브루스 데이즐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직원들 개개인이 품은 ‘일하는 기쁨’과 긍정적 에너지가 기업의 성공을 떠받치는 튼튼한 뿌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조직은 과연 직원들에게 일하는 기쁨을 제공해서 성공으로 가고 있는 조직인가. 한번쯤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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