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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에 가치를 한 스쿱 더하다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에 가치를 한 스쿱 더하다
  • 한주원 기자
  • 승인 2020.10.07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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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러짜리 아이스크림 제조 강의 듣고 무작정 부딪힌 창업
성장촉진호르몬, 합성향료, 인공색소 없는 건강한 아이스크림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라는 타이틀로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바야흐로 가치소비, 소신소비의 시대가 왔다. 소비자는 구매 결정 시 제품력만큼이나 기업의 가치활동과 윤리성에 주목한다. 최근 국내 1534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내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의 가치관에 맞지 않다면, 제품 구입의 불편도 감수할 수 있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6개월 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생활습관을 변화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역시 거의 절반인 48.7%에 달했다.

이러한 ‘올바른 기업’ 선호는 젊은 소비자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노재팬(NO JAPAN)’ 운동이 보여주듯 전 연령층에서 소비는 단순 구매 이상의 ‘가치 투영’ 행위가 되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 어느 때보다 기업의 올바름이 중시되고 있는 요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적극 앞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 '벤앤제리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벤앤제리스 창업자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 출처:Ben&Jerry's페이스북

벤앤제리스 '착한경영'의 두 가지 목표

벤앤제리스는 미국 내 판매 1위는 물론 사회적 가치와 공정무역을 중시하는 기업이자 평등과 환경보존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착한’ 경영으로 유명하다.

1978년 절친한 친구였던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가 설립한 미국의 아이스크림 제조회사 벤앤제리스는 버몬주 남벌링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워터버리에 주공장을 두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프로즌 요구르트, 셔벗 등을 생산한다.

당시 두 창업주는 5달러짜리 아이스크림 제조 관련 온라인 강의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1만2,000만 달러(약 1,470만 원)로 버몬트 주 벌링턴에 있는 오래된 주유소를 개조해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이 작은 가게가 어떻게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으로거듭났을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두 초짜 창업주가 차별점도 없는 아이스크림을 정량 기준도 없이 파는 탓에 가게를 오픈한 지 2개월 만에 문을 닫는 상황도 있었다. 벤앤제리스는 회사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좋은 품질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성장촉진호르몬(rBGH)을 사용하지 않고 키운 젖소 우유를 활용해 합성향료나 인공색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넣지 않은 내추럴 아이스크림을 개발해냈다.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만의 특징인 여러 초콜릿 시럽을 배합하는 방식도 이때 고안했다. 화이트 초콜릿과 브라운 초콜릿, 아몬드와 호두 등 견과류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특히 초콜릿이 덩어리째 넣는 등 재료를 후하게 쓴 덕에 미국 동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퍼지는 입소문으로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라는 타이틀로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벤앤제리스는 고객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사회정의와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출처:Ben&Jerry's페이스북

‘착한 경영’을 실천하는 벤앤제리스의 사업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고객들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사업으로 세상에 더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정의와 환경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을 한다는 미션을 밝힌다. 벤앤제리스는 아이스크림을 즐기면서도 사회정의, 환경, 윤리적 소비에 신경 쓰는 고객들에게 아이스크림 정보와 더불어 사회적, 윤리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벤앤제리스는 미션을 토대로 지역 환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먼저, 사용되는 우유는 전부 버몬트 산이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낙농지대인 버몬트주에서 성장촉진호르몬을 주입하지 않고 자란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사용하며, 합성향료와 인공색소는 쓰지 않는다. 가격이 급락해도 정상가를 지불할 정도로 팬들에게 큰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물가를 토대로 임금을 책정한다. 이는 모두를 위한 ‘적정이윤’을 찾기 위함이다.

이런 친환경 아이스크림 뒤에는 경영철학도 뒷받침된다. 1980년 대부터 지속가능한 제품 생산 방식과 공급자, 농부, 가맹점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2년 버몬트 제조시설 내 탄소 절감 프로그램 도입과 2006년 본격화한 공정거래 방침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는 제품에 쓰이는 원료에 GMO를 배제하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벤앤제리스는  탄소절감, GMO반대 등의 환경문제에도 집중하고 있다. 출처:Ben&Jerry's페이스북

버몬트에서는 농장 보호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 내 소규모 가족 농장을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으로는 지구 온난화 방지와 에너지효율 증대, 탄소출량 감소 등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벤앤제리스 팜’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다 먹은 파인트를 화분으로 재활용, 모종을 심은 뒤 집으로 가져감으로써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제조시설 내 탄소 절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앞장서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 보호 캠페인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공정하게 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중 눈의 띄는 항목은 공정무역이다. 벤앤제리스는 ‘모두가 공정하게 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를 외치며 공정성을 강조한다.

국제 공정무역기구와 제휴하고, 커피, 바닐라, 코코아, 설탕, 바나나 등 다섯 가지 주요 재료를 공정무역 제품으로만 수급한다.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은 2014년부터 전부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다.

공정무역 운동의 뿌리는 경제정의이며,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부들이 피 말리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애쓰며 세계 경제 속에서 경쟁하고 번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평화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 ‘벤앤제리스 기금’으로 사회문제 해결에도 앞장선다. 1985년에 설립된 이 재단에 힘입어 매년 이익의 7.5퍼센트는 인종차별, 성차 별, 빈곤 등을 해결하는 데 쓰이며, 1988년부터는 수익의 1퍼센트를 평화를 위해 사용하는 ‘평화를 위한 1퍼센트’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2000년에는 영국계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인수되면서 벤앤제리스의 기업가치가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유니레버가 인수한 금액은 23억 달러, 한화로 약 2조8,18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인수만 했을 뿐 벤앤제리스의 철학과 경영방식은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금까지도 벤앤제리스는 ‘착한 기업‘으로 남아 있다.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고 아이스크림이라는 찬사를 받고 《타임》지 커버스토리에도 실리며 연 매출 12억 달러를 달성한, 빙과시장의 강자 벤앤제리스. 착한 경영으로 팬들의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일관된 경영철학을 보이며 의리를 지킨 이들의 성공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아이스크림 그 이상을 자처하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벤앤제리스의 앞으로의 활동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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