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1 10:16 (수)
존슨&존슨이 3,000억 원 규모의 리콜을 단행하고 얻은 것
존슨&존슨이 3,000억 원 규모의 리콜을 단행하고 얻은 것
  • 한주원 기자
  • 승인 2020.10.0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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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넣은 청산가리를 먹고 일곱 명이 사망한 사건... 존슨&존슨, 즉각적인 전량 수거 및 폐기 결정, 세계 최초의 대규모 리콜로 기록돼
'소비자, 종업원, 지역사회, 주주에 대한 책임'이라는 원칙으로 회사에 대한 신뢰 지켜낸 사례
'윤리경영', 경영효율화 방법 중 하나가 아닌 기업 경영의 중심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시장경제의 흐름이 바뀌면서 위대하다고 여겨지던 기업들이 쇠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시장의 중심을 잡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윤리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윤리를 중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착한 기업들이 혼란의 시기 속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존슨&존슨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타이레놀, 베이비로션, 밴드에이드 등을 판매하는 미국 종합 제약회사다. 출처:Johnson&Johnson
존슨&존슨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타이레놀, 베이비로션, 밴드에이드 등을 판매하는 미국 종합 제약회사다. 출처:Johnson&Johnson

존슨&존슨의 'Our Credo'

윤리경영으로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존슨&존슨이다. 존슨&존슨은 윤리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로 유명하다. 존슨 &존슨은 창업 초기 단계부터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존슨&존슨은 1886년 존슨가 형제들이 창립한 미국 종합 제약회사다. 본사는 뉴저지주 뉴브런주에 있다. 초기 수술용 붕대를 제조해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다양한 의약품을 개발해 성장하면서 오늘날의 세계적인 글로벌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57개국에 250여 지사 및 자회사가 있으며, 175여 개국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진통제 타이레놀, 존슨즈 베이비로션, 벤드에이드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대부분 장수제품이다. 그만큼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30년 가까이 무디스 신용평가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많은 기업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존슨&존슨의 창립자 2세 로버트 우드 존슨이 1943년에 발표한 ‘Credo’(우리의 신조)는 이들의 경영철학이자 기업윤리를 나타낸다. 이들은 소비자, 직원, 세계공동체, 그리고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기업의 첫 번째 책임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 책임은 기업의 종업원들에 대한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임은 우리 주주들에 대한 것이다.”

1943년에 문서화된 이 ‘원칙’은 로버트 W. 존슨과 그의 후임자들이 반드시 준수하는 절대적인 원칙이 되었다. 그들은 기업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책임을 지키면 주주들에 대한 책임은 자연스럽게 완수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존슨&존슨의 Our Credo. 출처:Johnson&Johnson

존슨&존슨이 타이레놀 사건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

존슨&존슨의 이러한 신조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타이레놀’ 사건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먹고 무려 일곱 명이 사망했다. 누군가 고의로 타이레놀 병 속에 청산가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때 존슨&존슨은 기업의 신조대로 고객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즉각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해 전량 폐기했다. 그 비용만 총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에 달했으며, 세계 최초의 대규모 리콜이었다.

사건의 진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전인 그해 9월 30일부터 존슨&존슨은 차례차례 필요한 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타이레놀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언론에 사건의 진상을 솔직히 알렸으며, 범인 검거에 10만 달러(약 1억2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전국의 병원과 약국에는 급전을 보내 타이레놀을 처방하거나 판매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공장에서는 타이레놀 캡슐 제조를 중단했다.

경찰과 식품의약국(FDA) 등 관계 당국과 연락 채널을 구축해 긴밀히 협력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역 경찰은 담당구역 구석구석을 돌면서 경찰차의 방송시설을 이용해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하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 덕분에 독극물이 주입된 타이레놀 병이 몇 개 더 발견되었지만 사상자는 더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존슨&존슨이 우리의 신조대로 주주보다 고객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건 발생 직후 3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급감했던 매출은 신속한 대처 이후 다시 진통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회복된다. 일사불란한 처리로 존슨&존슨은 소비자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받을 수 있었으며 더욱더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반세기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이 신조는 존슨&존슨을 세계 최고의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어 준 살아 있는 지침서이자 영혼과도 같은 핵심가치다.

윤리경영의 대명사 존슨&존슨의 성장은 많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윤리경영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로는 신뢰받는 기업으로서 거듭나기가 불가능하며, 그 책임과 결과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온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다.

저명한 경영학자 톰 모리스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 뒤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출처:Johnson&Johnson
저명한 경영학자 톰 모리스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 뒤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출처:Johnson&Johnson

'윤리경영'과 '이윤 추구'라는 기업 목적의 동행 

현재 글로벌기업의 윤리적 민감성은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기업의 핵심가치를 경쟁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윤리문제에 철저한 점검과 핵심가치 전반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 기업들은 핵심 가치를 재설정하고 윤리와 경쟁력 강화를 포괄하는 사업들이 늘어나야 한다.

저명한 경영학자 톰 모리스는 현대 비즈니스의 효율, 경영전략, 새로운 기법과 데이터 등 모든 비즈니스 활동 뒤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윤리경영이란 한때 유행처럼 번지다가 사라져간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등 경영효율화 방법 중 하나가 아니다.

윤리경영은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래 목적 수행과 동시에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고객, 협력회사, 주주, 종업원 등이 공존하고 공영할 수 있도록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즉 기업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윤리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한 존슨&존슨의 경영에는 인간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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