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계경제포럼,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를 가득 채울 것이라 예측
2015년 기준 영국에서 생산한 플라스틱의 40%는 포장재... 그 중 절반은 식/음료 포장에 사용
플라스틱 플래닛&에코플라자, 2017년부터 모든 제품에 포장재를 쓰되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 방법 채택

"오렌지 껍질 위에 또 껍질, 망고 껍질 위에 또 껍질. 포장 뜯을 때마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 배우 류준열이 그린피스와 함께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용기내(고객이 직접 용기를 가져가 포장 되지 않은 제품을 담아오는 방식으로 구매하여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자는 캠페인)를 진행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와 함께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용기내'를 진행하는 배우 류준열. 출처:그린피스서울사무소youtube채널

세계는 현재 '과잉 포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포장 위에 포장. 비닐 위에 플라스틱. 택배를 시키거나 마트에서 이중 포장 된 제품을 구매하면 가끔은 '이렇게까지 포장이 견고하고 아름다울 필요가 있나'하는 회의감이 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면서 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 폐기물이 급증했지만 늘어난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은 예비되지 않은 상황에 환경부의 시름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한 번 장을 보면 어느새 플라스틱 쓰레기만 한 가득이다. 출처: 류준열인스타그램

플라스틱 폐기물, 특히 비닐 쓰레기 문제는 단지 분리수거와 매립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닐 쓰레기를 삼키다 목숨을 잃는 고래나 바다거북 같은 해양동물의 참혹한 현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엘렌 맥 아더 재단과 함께 〈신 플라스틱 경제: 플라스틱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이 전 세계적으로 14퍼센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를 가득 채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런 재앙을 피하려면 지금 재활용, 재사용, 디자인 혁신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답이 되지 못한다. 재활용을 거쳤든 아니든 버려진 플라스틱들은 분해되지 않고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동물과 인간의 몸에 스며들고 있다. 생물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플라스틱 제조와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된다.

CNN에서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를 지적했다. 출처:iMBC

'Plastic Free Aisle', 세계 최초 플라스틱 없는 슈퍼마켓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등장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없는 슈퍼마켓 ‘플라스틱 프리 매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플라스틱 프리 매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항하는 영국의 캠페인 집단 플라스틱 플래닛이 유기농식품 유통업체 에코플라자와 함께 만든 팝업스토어다.

플라스틱 플래닛은 2015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생산한 플라스틱의 40퍼센트가 포장재이며 그 중 절반 가까이가 식품과 음료 포장에 사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플라스틱의 활용 범위는 상당히 넓고 의료나 교통 등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무조건 다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일시적으로 쓰고 버리는 식음료 포장재만이라도 바꾼다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에 캠페인을 시작한 플라스틱 플래닛은 여러 유통업체들에 캠페인 참여를 요청했는데, 네덜란드의 에코플라자가 여기에 응했다. 암스테르담에서 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코플라자는 플라스틱 플래닛과 협업해 기존 매장의 일부를 플라스틱 프리 매대로 변경해 오픈했다.

이 매대에서는 보통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는 진열대를 나무와 금속 재질로 만들고, 용기는 유리를 쓰되 뚜껑 부분에 흔히 두르는 플라스틱 띠를 두르지 않는다. 부득이 비닐이 필요한 경우는 석 달 정 도 지나면 자연 분해되는 포장재를 사용한다. 약 700여 종의 제품이 이 방식으로 포장/진열된다.

플라스틱 프리 매대에서는 진열대부터 용기, 포장재에까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 출처:Treehugger

그린피스가 배우 류준열과 손 잡고 홍보하는 '플라스틱 프리' 운동처럼 포장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고객이 빈 용기를 가져가면 식재료를 소량으로 담아갈 수 있는 매장은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다. 이 방식은 미리 식재료를 담을 용기를 챙겨 다녀야 하는만큼 아무래도 번거롭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 프리 매대는 그와 달리 모든 제품에 포장재를 쓰되 플라스틱만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캠페인을 추진하는 플라스틱 플래닛은 2017년 창립했으며, 기존 환경단체들과는 달리 상당히 간명하고 도전적인 활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플라스틱 플래닛은 환경이나 생태 같은 단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게다가 스스로를 ‘친산업적’인 집단이라고 칭한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 영역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협업할 의향이 있다면 어떤 이해관계자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계, 유통 업계, 포장재 공급자, 학교, 언론, 비정부기구, 정부, 국제연합까지 아우른다. 까다로운 선이나 복잡한 전략보다는 한 가지 목표를 최대한 빨리, 25년도 5년도 아닌 지금 당장 실현하기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에코플라자와 진행한 이번 작업은 수많은 언론, 특히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화려하고 튼튼한 포장이 일종의 마케팅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정책과 운동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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