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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 아닙니다."…결국 고객도 웃었다
"고객은 왕이 아닙니다."…결국 고객도 웃었다
  • 한주원 기자
  • 승인 2020.10.13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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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국 1만 1천여 개의 매장 가진 월마트…웨그먼스는 미국에 93개 매장 가져
회사에 만족하는 직원 비율 98%, 이직 비율이 6%에 불과
직원의 만족이 손님에 대한 친절로 이어져, 오븐이 필요한 고객 위해 칠면조를 대신 구워주기도

'손님은 왕이다'가 마케팅으로 먹히던 시절은 지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손님은 왕이다' 열풍이 불며 매장마다 누가누가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냐로 경쟁을 붙이며 마케팅을 시도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했던가. '반말'부터 시작해서 알바생에 대한 갖가지 갑질이 논란이 되면서 '손님은 왕이다'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2018년에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개정되어 폭언, 욕설로 시달리던 콜센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전화를 받기 전에 상담사 역시 누군가의 가족임을 알려주는 '마음연결음'을 대기신호음으로 적용되었다.

알바생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다.

웨그먼스의 작지만 큰 비밀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가 기업의 핵심경쟁력이 된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미 동부에 93개 지점을 둔 식료품 체인점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직원 우선‘의 기업문화를 자랑한다. 웨그먼스는 내외부 고객에게 극찬 받고 있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대상으로 보는 기업문화가 단연 돋보인다.

미국처럼 넓은 나라에서 매장 수라고 해봐야 93개다. 28개국 1만 1천 개 매장이 있는 월마트에 비하면 초라한 개수다. 그럼에도 연 매출은 2016년 기준 80억 달러(약 9조 원)으로 업계 평균 매출보다 훨씬 높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4만 명 직원들 가운데 회사에 만족한다는 직원들의 비율이 무려 98퍼센트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직률은 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직원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직에 수반되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웨그먼스는 직원의 만족도만 높은 기업이 아니다. 종업원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트라는 사실이다.

미국 내 고작 93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나 연매출은 약 80억 달러(2016년 기준)에 달한다. 출처:Wegmans

임금이 낮기로 유명한 월마트보다 생산성이 높고, 직원과 소비자들 모두 최고라고 여기는 이 마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마트 본사에 걸려 있는 문구 때문이다. 

‘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

월급부터 직원들과의 유대감까지 챙긴다.

‘고객이 왕, 고객이 먼저’라는 말이 더 익숙한 우리에게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 다음’은 파격적인 문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부 고객의 행복이 외부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철학에 공감한 직원들이 더욱 몰입해 최고로 친절한 기업을 만들었다. 직원들의 헌신이 끊임없이 고객을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혁신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웨그먼스는 내부 고객 만족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외부 고객의 만족도까지 올라가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 철학으로 웨그먼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주고 있다. 미국 마트 업계 평균보다 25퍼센트가 높다. 또한 1916년 창업 이래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다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부 득이하게 직원이 나가야 할 경우는 회사가 반드시 새 일자리까지 찾 아준다고 한다. 대학교 진학도 독려하며 지원금을 지급해왔는데, 대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직원 3만3천 명을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쓴 돈이 1억500 만 달러(1,200억 원)이라고 한다.

웨그먼스는 미국 마트 업계 평균보다 25% 높은 월급을 주고 있다. 출처:Wegmans

웨그먼스는 가족과 같은 유대감도 중요시한다. 직원들끼리 기념할 일이 있으면 작은 파티를 자주 열도록 한다. 누가 생일이거나 입양했으면 축하하러 모인 직원들에게 1인당 5달러 쿠폰을 준다. 2016년 발행한 쿠폰만 5만여 개다.

이외에도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꾀한다. 직원들에게 “일하라”보다 “공부하라”고 강조하는 회사다. 연간 직원들의 자기계발 지원비만 5천만 달러(560억 원)을 투자한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직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치즈 담당은 스위스 낙농업에 견학을 시키고, 와인 담당은 프랑스로 보내 와인을 배우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웨그먼스는 가족 같은 유대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기계발에도 힘쓰고 있다.

웨그먼스의 정책 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웨그먼스가 직원들에게 고객 만족을 위해 매뉴얼에 얽매이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직원에게 고객서비스 권한을 충분히 부여해 매뉴얼에 연연해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제빵사는 CEO인 대니 웨그먼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라며 초콜릿 미트볼 쿠키를 자랑했는데, 웨그먼은 제품을 팔아볼 것을 제안해 이 매장의 인기상품이 되었다. 이런 문화가 직원들의 자부심과 창조성을 높여 예상하지 못한 멋진 일들을 이루어내고 있다.

직원의 만족이 손님에 대한 친절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돌아온다. 출처:Wegmans

칠면조를 구워주고 우산을 씌워주는 마켓

객관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밝힌 일화 역시 유명하다. 칠면조를 굽기에는 집에 있는 오븐이 작다는 고객에게 마트에 있는 오븐으로 직접 요리를 해주었다거나, 치즈와 와인 담당 매장 직원은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을 상세히 조언해주며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을 때 고객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등의 일화는 ‘직원 우선‘ 철학이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손님이 왕이다‘라는 문구가 변질되어 도 넘은 ‘갑질‘이 생겨나는 현실에서 직원의 만족도가 친절도 상승, 기업의 생산성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웨그먼스 효과’가 주목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멋진 기업문화는 기업의 노력과 직원의 노력이 함께 할 때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제 웨그먼스는 더 이상 식료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솔루션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이 되었다. 웨그먼스의 직원 중심의 원칙으로 지역사회의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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