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스타트업 한 올버즈, 기업 규모 1조 9000억 규모로 성장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흥행 성공해
살아남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이제 '환경'을 무시하고는 불가능, 올버즈 성공사례로 급부상
실리콘밸리의 시그니처 아이템, 올버즈 양털 신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어떤 운동화를 신을까? 2017년 7월 캘리포니아 멘로 카프에서 주최한 행사에 1,000명의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모였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올버즈의 양털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실리콘밸리에 어울리려면 이 양털 신발을 신어라〉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냈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전설적인 벤처 투자가벤 호로비츠 등 실리콘밸리의 아이콘과 같은 사람들도 올버즈의 팬으로 유명하다.
올버즈는 어떻게 운동화 하나로 실리콘 밸리를 장악했을까? 현재 신발업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친환경 신발회사 올버즈다. 올버즈는 전 뉴질랜드 프로 축구선수 팀 브라운과 친환경 해조류 제조 기업 대표이자 재생 가능 재료 전문가인 조이 즈위링거에의해 2015년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 팀 브라운은 뉴질랜드 축구팀의 부주장 출신으로, 폴리에스터 같은 화학 소재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든 신발을 고민하다가 자신의 고향에서 뛰노는 양 떼를 보고 뉴질랜드의 양털로 신발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2014년 뉴질랜드 양모협회에서 연구 지원금을 받아 양모 신발을 디자인했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올려 5일 만에 약 1억 3,000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이어 2016년 3월에 드디어 양털로 만든 올버즈 브랜드를 론칭했다.
올버즈는 대표적인 친환경주의자 영화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 투자 받으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이 브랜드의 가치는 17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올랐다.
친환경 제품, 이제 기성품보다 좋다!
팀 브라운은 매우 가벼운 메리노 울로 신발을 만들었다. 올버즈는 양털 중에서도 메리노 울을 사용하는데, 메리노 울은 보온성은 물론 통기성도 좋다. 메리노 울은 온도에 따라 반응하는 활성 섬유로 더울 때는 시원하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주어 사시사철 땀과 냄새를 줄이는 데 탁월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었지만 그동안은 아무도 매일 신는 운동화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팀 브라운은 시도했다. 그는 신발을 만들 때 일부 소재만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신발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신발 표면은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로, 신발 밑창은 사탕수수로 만들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신발을 제작했는데, 이는 올버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임팩트를 확산하기 위해 사탕수수 밑창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많은 신발 업체가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올버즈의 친환경 가치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올버즈는 양모를 이용한 신발 제작은 기존 합성섬유를 이용한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60퍼센트나 적다는 점에 주목하고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이러한 친환경 스토리는 양모 신발에 이어 2018년 3 월 유칼립투스 나무 섬유를 원료로 한 신발을 만들어 더욱 강화되었다. 유칼립투스 나무를 통째로 베어 펄프로 만들지 않고 일부만 잘라 나무가 계속 자랄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제품은 따라 하기 쉬워도 소재는 따라 하기 어렵다. 소재를 혁신하는 데는 독자적인 기술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해 모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버즈도 메리노 울이라는 소재를 혁신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울버즈만의 시그니처로 만들었다. 하지만 운동화의 몸체에 쓰이는 소재를 혁신하는 것으로, 또 한 가지 제품만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올버즈는 울에서 그치지 않고, 소재를 혁신해 편한 운동화를 만드는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며 계속 진화 중이다.
실리콘밸리 거장들을 장악한 가치 ‘지속 가능성’
올버즈는 소재를 혁신하는 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다. 올버즈가 메리노 울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양털이 합성섬유보다 섬유 가공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양이 60퍼센 트 정도 적기 때문이다.
올버즈는 운동화 몸체뿐만 아니라 운동화의 다른 요소를 제작할 때도 소재를 개발해 환경을 배려한다. 보통 운동화의 밑창은 가볍고 가공이 쉬운 화학소재로 만드는데, 올버즈는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사탕수수를 가공해 밑창을 만든다. 신발끈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녹여 만들고, 신발 상자조차 이미 사용된 판지를 재활용한다. 소재의 혁신의 결과가 제품의 품질을 넘어 제품의 사회적 가치로 이어진다.
이처럼 소재의 혁신은 더 나은 세상을 이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뉴욕, 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진출한 신발 브랜드 올버즈도 소재를 혁신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를 만들었다. 이 슬로건은 올버즈가 스스로 자칭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로 인정받으며 실리콘밸리 사람들 사이에서 유니폼으로 불릴 정도다.
살아남는 기업은 ‘환경’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3.0》을 쓴 피터 반스는 자본주의에서 지금까지도 생산에 따른 혜택보다는 환경과 사회적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만약 국내총생산(GDP)에서 환경의 비용을 뺀다면 순 GDP는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환경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환경오염은 앞으로 우리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접어들었다. 환경을 함부로 착취하는 대가로 많은 돈을 버는 기업들은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시민들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모두 힘을 합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50년 뒤, 100년 뒤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우리의 자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올버즈는 친환경의 가치만을 내세우는 대신, 제품에 적용된 친환경적인 혁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개선을 이끌어냈는지 세상에 알리고 있다.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의 사례로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연과 함께 공존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을 무시하는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환경을 생각한 지속 가능성은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며 경쟁의 우위가 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이해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올버즈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환경문제와 기업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