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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그룹, 고령농부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다'
'이온그룹, 고령농부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다'
  • 한주원 기자
  • 승인 2020.10.2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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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현 39가지 특산품을 '푸드 아르티장'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방법
이온그룹을 통해 젊은 초보농부와 마을 주민을 연결시켜…농사 노하우와 IT기술을 접목

대한민국 국민 6명 중 한 명이 고령인구(65세 이상 인구)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만큼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어 유소년(14세 이하) 인구 100명 당 고령인구가 129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노인복지', '노인재취업' 등의 정계에서, 그리고 우리 삶에 주변에서 늘 뜨거운 감자다. 고정 지출은 여전한데 돈이 들어올 곳은 점점 없어지는 것이 현실에 정부도 개인도 감당하기 버거운 고령화시대를 맞이했다.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여기 ‘상생’으로 고령화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글로벌 유통기업 이온그룹이 그곳이다. 

이온그룹은 고령농부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젊은 세대에 전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출처: 1boon kakao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맡긴 이온

이온이 주목한 곳은 노인들만 남은 농촌지역이었다. 이온은 농산물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다른 유통회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농촌마다 특산물이 있지만 문제는 후계자가 없어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이온은 노인들이 잘하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할 수 없는 일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통 특산물은 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온은 세 가지의 큰 활동을 진행했다.

첫째, 29개현 39가지 특산품을 ‘푸드 아르티장(Food Artisan)’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푸드 아르티장으로 선정되면 이온그룹이 책임지고 확실하게 팔아주는 시스템이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 특산물을 재료로 전통 요리법을 계승한 향토요리, 재배에서 가공까지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특산품들이 그 대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오키나와 북부 모토부 마을의 특산물인 아세로라가 있다. 열대과일인 아세로라는 오키나와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아세로라는 수확 후 2~3일이면 상해서 상품성이 약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냉동 아세로라, 젤리, 에이드, 맥주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비타민C가 레몬의 34배이며 미백효과가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이온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오키나와 북부 모토부 마을의 특산물인 아세로라. 출처:フードアルチザン

관광을 온 여행자들에게는 상품 설명만이 아니라 아세로라의 역사나 오키나와현에 들어온 경위, 모토부마을을 소개하면서 아세로라를 설명한다. 모토부 마을 소개로 시작해 아세로라를 실제로 맛보게 하고 그 효능을 설명하면서 판매로 연결시킨다. 이렇게 지역 특산품이 지역의 스토리와 연결되면서 가치가 높아진다.

아세로라 스토리의 핵심은 아세로라를 발전시킨 나미사토 부부의 사명과 사랑의 역사가 들어간다. 이것이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상품만이 아니라 리얼한 스토리로 말을 건네는 것이 관심과 감동을 만들어내어 그것이 사람들과 이어지도록 만든다. 자신의 일(이야기)이 모두의 일, 세상의 일을 만드는 것이다. 푸드 아리티장에는 많은 이들의 스토리가 있다.

둘째, 이온은 특정 농촌을 콕 찍어 돕는 적립카드를 발행했다. 이는 소비자가 돕고 싶은 마을 프로젝트의 카드를 구매한 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현금을 충전하는 것이다. 이 카드로 전국 이온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사용금액의 0.1퍼센트가 해당 마을에 기부된다. 현재 130개 종류의 카드가 출시되었고, 지금까지 총 기부금액만 9억 8,400만 엔(95억7천만 원 정도)이라고 하니 꽤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는 이온 적립카드를 통해 자신이 돕고 싶은 마을을 지원할 수 있다. 출처: Nikkei Asia
소비자는 이온 적립카드를 통해 자신이 돕고 싶은 마을을 지원할 수 있다. 출처: Nikkei Asia

셋째, 이온은 젊은 신입 농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농촌마을의 남는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도록 했다. 고령의 농촌 인력만으로는 농촌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설립해 2010년부터 ‘이온농장’을 만들기 시작한 이온은 현재 홋카이도, 큐슈, 치바현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양배추나 토마토, 호박, 완두콩 같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 엄청났는데, 2015년 처음 채용을 실시했을 때는 47명 모집에 1만여 명이 지원했다.

2016년 기준 이 농장의 정규직 농부 126명의 평균연령은 30세이다. 도시에서 온 초보농부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때는 마을 주민들이 경험을 나누어주고, 반대로 젊은 농부들은 IT기술을 농사에 접목하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전수한다. 이렇게 더불어 농사를 짓다 보니 농촌에는 활력이 생겼고, 덕분에 일손을 놓았던 노인들이 다시 농사 짓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이온그룹은 단지 농산물을 대신 팔아주는 것을 넘어 노인들과 특산물을 더 특산물답게 만들어 수요를 창출하고, 농촌을 돕고 싶은 도시인들이 가치소비를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도시 젊은이들이 농촌의 노인들과 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이온그룹의 방식이다. 이온그룹의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방식이 고령화시대 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리고 있고 덕분에 농촌사회가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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