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덴티티'는 브랜드의 네임과 로고만을 의미하는 것 아니야…'기업이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무엇인가'
BI의 세 가지 의미, '네임,로고 개발'부터 '브랜드이미지의 요소'까지
브랜드 공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념의 혼재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에 브랜딩을 할 때 항상 세심히 살펴야 할 용어입니다.
아이덴티티 개념을 정립한 사람은 프로이트의 사위였던 '에릭 에릭슨'이라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였습니다.
그는 심리사회적 발달이론(1968)에서 청소년기의 Identity crisis를 언급하며 '자기동일성에 대한 자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이 브랜드분야로 넘어와서 브랜드다움으로 정착된 것이 지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전략의 기초가 된 것입니다.
에릭 에릭슨은 아이덴티티를 '자기동일성'의 개념으로 자기의 연속성, 단일성, 독자성, 불변성을 얘기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덴티티는 '자기동일성에 대한 의식적 감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아이덴티티는 '자기동일성에 대한 자각인 동시에 자기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각'에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정체성이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부브랜딩은 자각과 관련된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의미가 상황에 따라 바뀌게 됩니다. 아이덴티티는 크게 3가지 부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협의의 의미로 사용되는 '네임과 로고개발'의 의미입니다. 디자인업계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이름과 로고개발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초기부터 이렇게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CIP(Corporate Identity Program)라 불리는 아이덴티티 개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80년경인데, 이때 일본식 CIP와 미국식 CIP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CI를 MI(Mind Identity), BI(Behavior Identity), VI(Visual Identity)로 접근한 반면, 미국은 주로 VI위주로 접근했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식 CIP가 대세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네임과 로고 개발이 주업무였던 VI가 CI로 지칭되면서 아이덴티티의 의미가 잘못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두번째는 에릭 에릭슨이 주장한 '자기동일성의 본질적 의미'입니다. 우리말로 'OO다움'이라는 개념이지요. 엘지다운 것, 볼보다운 것을 정의하는 일을 말합니다.
한 단어나 짧은 구문형태가 많습니다. 엘지의 '사랑', 볼보의 '안전'과 같은 정체성 단어나 컨셉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호학 관점에서 기의의 핵심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세번째는 '지향하는 브랜드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브랜드 요소 기획'을 의미합니다. 주로 데이비드 아커, 쟝 노엘 케퍼러교수님이 주장한 이론들입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이라고 많이들 부릅니다. 브랜드의 주체가 대상의 마음 속에 바람직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보여주고 싶은 정보의 조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논의할 때는 위에서 말한 3가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살펴서 사용해야 합니다.
같은 단어를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불편한 일입니다.
쓸데없는 커뮤니케이션 비효율이 발생하고 이런 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용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글. 메타브랜딩 CBO 사장 박항기
*본 기사는 ’박항기의 브랜드 칼럼’ 글입니다. 본 글은 박항기 대표의 순수 지적 산물이므로 인용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