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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도 제 부캐입니다"…현대인들은 모두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배민라이더도 제 부캐입니다"…현대인들은 모두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 편집국
  • 승인 2020.11.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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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예가 베스트 트렌드는 '부캐'… 유산슬, 유두레곤부터 다비이모, 영순이까지
'우리도 부캐를 가지고 있다' 직장과 집에서의 페르소나가 다르고 인스타그램 본계정과 가계정에서의 페르소나가 달라
코로나19로 경제적 불안감 커져가… 본업 외에도 원하는 시간마다 일 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의 확산, 또 하나의 페르소나

과거 '다중인격'이라는 말은 우리 전통적 사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대쪽같은 선비'의 인품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된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어필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하나의 SNS에서도 한 사람이 부계정/가계정 등 여러 개의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필요에 따라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라고 한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인간은 페르소나를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주변 세계와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많은 트렌드는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2020년 연예계에서는 '부캐 문화'가 유행을 이끌었다. 출처: 놀면뭐하니 인스타그램

유산슬, 유두레곤, 다비이모, 린다.G, 비룡까지 …

위 인물들의 공통점은 2020년에 등장한 '부캐(副캐릭터)'라는 점이다. 8개의 부캐를 가진 유재석을 포함하여 2020년,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본래 정체성 대신 부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연예인은 마치 정말 다른 사람인 것마냥 태연하게 부캐로 활동하고, 대중들도 알면서 모르는 척, 누가 또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 등장할지 궁금해하며 방송가의 캐릭터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부캐 현상은 2020년 연예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였다. 

한 명의 사람이 여러 개의 정체성, '멀티 페르소나'를 가진 것을 극적으로 가시화한 '부캐 문화'. 사실, 멀티 페르소나는 유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장인들도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학생들도 일상생활을 할 때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최근 회사에 유행하는 말 중에 '무선이어폰을 낀 직원을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아는 채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자리에 와 이어폰을 빼기 전까지는 '사적인 페르소나'를 쓰고 있으니 '내 직원이다'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직장에서의 정체성과 일상에서의 자아가 점점 더 분리되고 있으며, 개인이 삶에서 취향 정체성이 직업 정체성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있다.  

다양해진 정체성의 가면들 - 직업의 멀티 페르소나 

일과 삶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개로 분리하는 모습이 직장인들에게서 뚜렷이 나타났다. 2020년 3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599명을 대상으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에서 87.8%가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77.6%는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답변은 40대 이상(71.2%)에 비해 20대(80.3%)와 30대(78%)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와 젊은 층에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젊은 세대의 정체성 전환은 생활 속에서 매우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회사원이라는 가면을 언제 쓰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회사 건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라는 답변이 40.6%로 가장 많았다. 물리적 경계를 넘는 순간 심리적 구별 짓기를 수행하며 빠르게 정체성을 전환하는 것이다. 

두 개 이상의 직업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 'N잡러'도 늘어나고 있다. N잡러의 유행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그 원인을 두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고용 불안이 커지고 퇴사 시기가 빨라진 것 역시 N잡러의 유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투잡족을 가리켜 '해가 지고 달빛이 비칠 때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문라이터'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경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추가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외부의 경제적 요인에 의한 직업적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게다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비정규 임시 계약직 등의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긱 이코노미'가 부상하면서 필요할 때 부업을 하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적극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오토바이가 없어도 자전거, 킥보드, 도보 등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배민 라이더스'가 유행이다. 출처: 배달의 민족
최근 한국에서는 오토바이가 없어도 자전거, 킥보드, 도보 등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배민 라이더스'가 유행이다. 출처: 배달의 민족

'긱 이코노미도 멀티 페르소나다'

'긱 이코노미'는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자 즉흥적으로 단기적인 공연팀(gig)들이 생겨난 데서 유래한 말로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가장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의 사례로는 미국의 '우버'가 있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우버에 등록된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승객을 태울 수 있게 연결한다. 우버에 등록된 개인 운전자는 자신의 여가 시간에 자가용을 사용하여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운전자에게는 소득을, 승객에게는 빠른 차량 매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우버가 진출한 모든 도시에서 택시 기사들과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우버와 같은 '긱 이코노미'의 고용은 그 절차가 정규직에 비해 간단하다는 점에서 일자리가 필요한 종업원과 고용인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긱 이코노미의 확산이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득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인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긱 이코노미의 일종인 '배민커넥트'가 핫하다. '배민커넥트'는 배달의 민족에서 운영하는 배달 아르바이트로, 라이더로 등록하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의 배달을 선택할 수 있다. 자동차, 자전거, 킥보드, 오토바이, 도보 등 라이더가 원하는 이동수단으로 배달할 수 있다는 특징도 다양한 라이더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다수의 라이더들이 본업 외의 시간에 배민커넥트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이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페르소나, 여유시간에 배민라이더스로 활동하는 페르소나, 직업에 있어서도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현상의 예시가 된다. 

<트렌드 코리아 2021>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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