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고객이 스스로의 니즈를 알게 하는 선택지 필요해
너무 많은 선택지는 고객에게 피로감을 줘, '선택의 역설'
2015년부터 꾸준히 하락세 걷던 BBBY…2019년 선임된 마크 트리톤, 판매 품목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재기해

선택지가 많을 때와 적을 때, 소비자는 언제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는 식료품 매장 부스에 잼 샘플 24종을 진열하고 판매했을 때, 6종을 진열하고 판매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는 방문객의 60%가 맛을 봤지만 그 중 3%만 잼을 구매했고, 6종류를 진열했을 때는 40%가 맛을 봤지만 30%가 구매 결정을 내렸다.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구매에 악영향을 준다는 결론이었던 것이다. 


컬럼비아의 실험은 미국에 다양한 스파게티 소스의 지평을 열어준 하워드 모스코위츠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1970년대, 하워드는 어떤 요리든 가장 완벽한 하나의 요리법을 찾는 식품업계의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위한 다양한 메뉴를 제시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The mind does not know what the tongue wants(마음은 혀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여러 그룹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완벽한 하나의 레시피를 추구하던 식품업계를 뒤흔들었다. 하워드의 등장으로 미국인은 7종의 식초와 14종의 머스타드, 71종의 올리브유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

하워드는 소비자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지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잼 샘플 실험은 이러한 하워드 혁신의 방향을 돌리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객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그 선택지가 '너무 많을' 경우엔 실제로 판매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Less is More'의 전략으로 고객의 고민을 줄여주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거나 고속성장을 계속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가정용품 마트 'Bed Bath&Beyond(이하 BBBY)에게 2019년은 최악의 해였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연 매출이 줄었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CEO가 물러났다. 공동창업자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는데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의해 쫓겨난 것이다. 2019년 처음으로 연 매출이 줄었지만 순이익은 2015년부터 꾸준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다.

할인 쿠폰에 의존한 경영이 문제였다. BBBY의 상징이자 30년 동안 BBBY에 고객을 불러오는데에 일등공신이었던 할인쿠폰은 이젠 고객들에게 너무 익숙한 환경이 된 것이다. 경영진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쿠폰 발행을 줄이고자 했지만 쿠폰 없이 고객을 매장에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미드 '브로드시티'에는 "베드 배스 앤 비욘드 할인쿠폰은 절대 만료되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미드 '브로드시티'에는 "베드 배스 앤 비욘드 할인쿠폰은 절대 만료되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2019년 10월, 경쟁사 타깃 출신인 마크 트리톤이 새 CEO에 선임됐다. 그는 무엇보다도 판매 품목을 축소하는 데에 집중했다. BBBY는 원래 'floor to ceiling display(바닥에서 천장까지 진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열 품목과 제품이 많았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BBBY매장에 대해 '쓰레기통 진열섹션만 6개다. 쓰레기통으로 넘쳐나는 매장이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크 트리톤은 CEO로 부임하자마자 매장을 정돈했다. 천장에 닿을 만큼 쌓인 상품 더미를 없애 통로를 넓히고 계산대 동선을 개선했다. 회사의 이러한 결단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동일매장의 분기 매출이 증가했다. 2019년 연 매출 120억 달러에서 2020년 3분기까지 1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주기도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상승했다.

새 CEO가 첫 100일 동안 한 일은 매장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병따개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품목을 12개에서 3개로 줄이자 병따개 매출은 오히려 30% 증가했다.
(2020.02.18 월스트리트저널)

 고객은 너무 많은 선택지에 피로감을 느낀다. 선택에 어려움을 겪다가 아예 구매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적당한 선택지는 제공될 필요가 있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고객은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를 맞닥뜨린다. 

'선택의 역설'이 하워드의 '다양한 선택지'와 완전히 반대 방향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취향과 입맛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지를 제시하되, 무한의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피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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