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를 몇 번 노출시키고 동물을 그리라 하면 십중팔구는 고양이를 그려...'스키마 이론'
먼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키마는 무엇인가' 돌아봐야 해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3~4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TV 정규방송이 끝나 지직거리는 소리만 나는 화면을 틀어놨더니 그때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놀랍게도 모두 조용해져서 그 화면을 들여다봤다는 것이었다.

유아 전문가에 의하면 그 소리가 엄마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진공청소기 소리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한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TV에서 나는 백색소음에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TV에서 나는 백색소음에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스키마 이론'은 과거 기억과 경험 등의 선험 지식이 새로운 내용을 습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를 여러 번 보여준 다음 동물을 그리라는 과제를 주면 십중팔구 고양이를 그리게 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현재 경험하는 것들이 내면화될 때는 그 정보가 있는 그대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유사한 기억들, 가치관, 문화, 언어 등과 연관되어 습득된다. 한자문화권인 한국인이 중국어를 학습할 때 서양 사람들보다 이해가 쉬운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1981년 언어학자 존슨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어휘나 문법보다 내용에 대한 선험적 지식이 그 언어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제한할 때

우리 전통 인문학의 특징은 요즘처럼 자기계발을 독려하는 '입신立身'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주로 '수신修身', 즉 내면의 성숙을 위한 공부라는 점이다.

서양처럼 '관학官學'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벼슬을 멀리한 사림士林 또는 관직에서 물러나 초야에 묻혀 살았거나 유배된 선비들의 정신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사회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자는 ≪논어≫의 위정爲政편에서 "50이 되어야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말했다.  출처: 직업상점
공자는 ≪논어≫의 위정爲政편에서 "50이 되어야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말했다. 출처: 직업상점

공자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성된 스키마가 자신을 사로잡지 못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논어≫의 <위정爲政>편을 보면 "마흔에 미혹됨이 없게 되었고不惑, 쉰에 이르러 천명을 알게 되었다知天命"라는 구절이 있다. 사실 공자도 알고 보면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야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50이 넘어서야 겨우 비중이 별로 없던 노나라에 등용된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40대를 "성숙하지 못한 스키마에 지배당하지 않고 무엇에도 미혹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겨내고 50세가 넘어 등용되자 "이제야 천명을 알았노라"고 하는 그의 독백에서 현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관계의 오답노트

스키마가 한 번 잘못 형성된다면 우리는 평생 그 지배를 받으며 살아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든지 부정적인 스키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스키마를 형성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극복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평생 발목 잡으려는 부정적인 스키마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오답노트를 쓰며 이전에 틀렸던 문제를 또 틀리게 된다고 말한다. 바로 그 부분이 자신의 취약점이기 때문이다. 같은 패턴의 문제를 두세 번쯤 틀리고 나면 자기한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고, 그 부분을 공부함으로써 같은 문제를 또 틀리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과거의 스키마를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저 사람은 왜 저렇지?', '세상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이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스키마에 의한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긍정적인 스키마는 계속 발전시키고 부정적인 스키마와는 작별을 고하자. 그리고 자신도 늘 변화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내가 변하면 세상도 함께 변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주형 (후성그룹 HR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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