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때부터 오프라인 매장이 없었던 영국 최대 규모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
1초에 4m를 가는 피킹picking로봇이 주문서를 처리한다... 기존 마트의 4.6배의 효율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 식료품 마켓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밤 11시 주문을 하면 익일 아침 7시까지 신선한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시스템(샛별배송)을 내세운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마켓컬리' 역시 코로나19의 수혜자 중 하나다.

2020년 한해 중소상공인 파트너사와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올해 240여개의 중소상공인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켓컬리 입점 업체 중 중소상공인의 비중은 95%에 달한다.

샛별배송을 이용하면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밤 익일 오전 7시 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출처: 마켓컬리
샛별배송을 이용하면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밤 익일 오전 7시 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출처: 마켓컬리

영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에서도 역시 팬데믹 영향으로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다. 오카도는 스스로를 기술 기업이라 소개하는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이다.

보통의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해 온라인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오카도는 단 하나의 오프라인 매장도 없이 설립 10여년만에 영국 대형마트 1위 테스코Tesco를 넘어섰다.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을 거쳐 가정으로 배송하는 다른 온라인 슈퍼마켓과 달리 오카도는 모든 물품이 창고에서 가정으로 바로 배송된다. 매장 없이 영국 전역에 식료품을 배송하는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원천은 바로 '혁신 기술'이다.

2000년 4월 문을 연 오카도는 슈퍼마켓 업무에 AI, 로봇공학,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기술을 결합해 물류/배송서비스의 자동화를 이뤄 소비자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물품을 전달한다.

유통회사 오카도 성장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출처: 오카도
유통회사 오카도 성장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출처: 오카도

오카도의 시작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세 친구들이 함께했다. 막 30대에 진입한 이들은 이미 채권중개인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좀 더 흥미로운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점차 익숙해지리라는 것은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이를 전제로 온라인 식품 쇼핑 플랫폼을 발전시킨 것이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만 해도 영국에는 '온라인에서는 이익을 못 낸다' 혹은 '영국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안 산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세 사람은 1년간 봉급 한 푼 받지 못하며 사업을 키웠다.

오카도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무려 창업 11년 만(2011년)이었다. 그러다 2017년에는 24억 3,200만 파운드(약 2조 1,000억 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8400만 파운드(약 1,200억 원)를 거뒀다. 이 기록으로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Tesco를 앞섰다.

기술 기업 오카도의 유통 시스템

2001년 오카도가 설립된 지 1년이 지난 해, 오카도는 처음으로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고객주문작업창고)를 설립했다. CFC는 '조달→입하→입고→판매→출고→출하→배송'으로 구성된 유통업의 가치 사슬 전체를 한 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물류센터다. 오카도는 CFC 내 출고 공정을 로봇 전용 시스템으로 대체해 혁신을 이뤘다.

대부분의 온라인 유통 기업들은 출고 작업을 인력과 컨베이어 벨트가 해결한다. 하지만 오카도의 최신 CFC는 수천 대의 피킹picking(선별)로봇이 출고를 전담한다. 

창고 내에서는 벌집 그리드grid(격자) 구조 위에서 오카도가 독점적으로 설계한 피킹 로봇이 돌아다니며 상품을 골라낸다.

로봇은 단 몇 분 안에 50개의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 덕분에 오카도는 기존 마트에 비해 그 효율이 4.6배에 이른다. 격자형 레일 위를 움직이는 로봇들은 초속 4m로 빠르게 이동하며 작업을 수행한다. CFC는 모듈 형식으로 비즈니스 크기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오카도의 CFC 시스템. 피킹 로봇이 출고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출처: Tech Insider 유튜브 채널
오카도의 CFC 시스템. 피킹 로봇이 출고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출처: Tech Insider 유튜브 채널

이로써 2002년 1년동안 10만 가정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오카도는 2010년에는 일주일 기준 10만 건 주문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10억 파운드(약 1조 5,000억 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대형 슈퍼마켓 모리슨Morrisons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0년 오카도는 식료품만을 배송하는 기업이 아니라 슈퍼마켓을 고객으로 삼는 기술 기업으로 발전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50개 이상의 CFC를 운영하며, 오카도 솔루션 파트너는 카지노Casino, 소베이Sobey, ICA, 크로거Kroger, 콜스Coles, 이온Aeon 등 9개가 넘는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오카도는 성장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하던 2020 3월부터 2개월간 소매 매출이 40.4%까지 증가했다.

자체 플랫폼 'OSP'로 유통 과정에 혁신을 일으키다

자체적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구축, 창고 직원과 배달 기사 간 유기적인 통합 시스템 확보 등 오카도는 다방면에서 혁신을 진행했다. 오카도는 '주문 접수→주문 처리→라스트 마일 서비스'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에 독자적인 솔루션을 구축했다.

상품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프로세스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하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Ocado Smart Platform'을 통해 전통적인 온라인 마켓의 절차들을 깬 것이다.

소비자는 OSP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OSP 프로그램은 재고가 떨어지면 공급 업체에 자동으로 재주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소비자 행동 및 재고 예측을 개선하고 폐기물 수준을 판매량의 0.4%로 감소시켰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유통, 물류 환경의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배송을 빨리(하루 혹은 몇 시간)하거나 시간대를 이동(한밤중, 새벽)하는 정도다.

유통과 물류 환경의 혁신이라기보다 새로운 방법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오카도는 유통 기업에서 ICT 기업으로 변화에 성공한 사례다. 우리나라 유통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동화 로봇을 활요한 혁신적 물류 플랫폼 개발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본기사는 ‘2021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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