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곧 사업. 돈보다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사명이 더 중요
순환 재생이 기업 목표. 친환경 소재로 버려진 물건 살려
경력 · 신입 업무에 자율성과 효율성 강조... 개성 존중으로 개인 목표 명확

26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젠니클로젯은 '업사이클링 에코 패션'을 통해 사람과 자연,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자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다. 이 대표는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며 자원순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꾸게 됐으며 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는 단순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달리 목표가 없었다. 시골에서 자라 학원도 안 갔었고 밖에서 노는 게 일상이었다. 우연히 실과 시간 때 바느질을 한 게 엄청난 경험이 됐다. 그때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나니까 잘 안 바뀌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 중에 후회도 많이 했다. 대학 진학 때, 대학교 졸업 후 취업할 때 여러 고민들이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 있었다. 그게 꿈을 유지할 수 있었던 단순한 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 (사진=젠니클로젯)

300 원으로 창업 도전

이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창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돈을 벌려고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내 의지가 아닌 집안의 문제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게 됐다. 시간이 붕 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통장에 모아놨던 돈 300만 원이 있었다. 300만 원을 가지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서 사업 계획서를 쓰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카메라도 사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케팅을 했다.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경험에 투자했었다”며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또 이 대표는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두려웠지만 그때는 해야 된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배웠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창업은 곧 사업. 돈보다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사명이 더 중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하고 다양한 플랫폼과 여러 협업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성과 또한 거두었다. 그는 창업할 때 돈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사실 창업은 사업이다. 사업은 혼자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조직을 이끄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사명이 필요하다. 돈의 기준보다 내가 이 일을 해야 되는 목적, 비전, 이 일을 했을 때 일어나는 가치 창출. 누군가가 그것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위기는 기회

그간 젠니클로젯을 운영해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공 사례에 대해 이 대표는 “메르스가 터졌을 때 전 직원이 대구에 있었다. 피난을 왔는데 대박을 터트렸다”며 지난 2015년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이하 ‘대백 프라자’)에서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에코 디자이너 브랜드 단독 초대전’을 열었다. 젠니클로젯은 ‘젠니야, 에코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사슴을 품은 가방 사진전, 명품 업사이크링 전시, 코튼 신발 의류 특가전으로 가방, 의류, 액세서리 등을 전시, 판매했다.

“그때 당시 대구에서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열흘 만에 4천만 원을 찍었다. 대구백화점 VIP 고객분들이 상품을 사면서 좋은 평을 남겨줬고 1년 동안 매달 행사를 진행하게 됐고 1년 뒤에 입점을 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메르스라는 위기 상황 속 젠니클로젯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게 된 셈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젠니클로젯 피티백 (사진=젠니클로젯)

버려지는 물건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젠니클로젯

젠니클로젯은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에코 브랜드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해 자원 순환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한 생명이 탄생하는 기쁨처럼 모든 제품을 핸드메이트로 제작한다.

업사이클링 디자인과 친환경 소재를 씀으로써 지구 환경을 깊이 생각하는 젠니클로젯. 그만큼 소재에 대한 한계가 있을 터. 이에 이 대표는 “한계가 많다. 그래서 제품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제품은 기본으로 3~4개월 정도 걸리고 어떤 제품은 개발하다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걸 가지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화사 와는 차별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닝을 활용하여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제품 소재에 대한 퀄리티, 디자인과 상품의 우수성을 더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개발하는 시간 대비 신상품을 내거나 인력을 투자하는 부분들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젠니클로젯은 제품을 하나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 “젠니클로젯은 '순환 재생을 하는 것'이 기업 목표다. 결국에는 다시 자연으로 순환될 수 있는 것이 미션이다. 젠니클로젯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객이 안 입는 가죽 재킷 사연을 받아 필요한 가방을 만들어서 보내드린 사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저희는 방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스토리'마저도 순환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젠니클로젯 피티백 (사진=젠니클로젯)

젠니클로젯 X 마리몬드, 순백 가방 탄생 비화

젠니클로젯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와 협업해 '순백(純Bag)'을 제작했다. 순백 핸드백은 출시되자마자 품절이 났으며 2차 자체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10분 만에 완판이 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순백 탄생 비화에 대해 이 대표는 “먼저 스토리에 집중했다. 제품을 만들려면 대상이 명확해야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 인권 운동가 故김복동 할머니의 스토리. 그분의 고귀함을 키워드로 삼았다. 디자인적으로는 소재를 신경 썼는데 색상, 목련 자수. 눈으로 딱 봤을 때 강인한 인상이 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자원순환 소재인 면을 가공한 코튼 벨벳을 원단으로 만들었다. 자원 소재와 위안부 할머니 스토리 이 두 가지를 고려해서 디자인했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순백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거라 예상을 못 했다며 인기 요인에 대해 “뭐든지 한두 가지로 성공하지는 않는데 마리몬드 스토리를 좋아하셨던 고객분들과 디자인이 잘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꼽았다.

젠니클로젯 마일드크로스 제품 (사진=젠니클로젯)

끝이 아닌 시작

이 대표는 지난 2010년 세계녹색구매대회에서 에코 패션 디자인 분야 대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히 재활용과 자원순환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난 2013년 말 젠니클로젯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10년 후인 지난 2020년 ‘제25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장을 수상했다. 어떻게 보면 그간의 노력들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는데 수상 당시 소감과 기분이 궁금했다.

이에 이 대표는 “2010년 세계녹색구매대회에서 상 받았을 때 인생의 모든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 상을 받으면 꿈이 다 이뤄질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이후 생계, 사업 장비, 상품 만드는 비용 등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이 주는 의미가 컸다. 10년이 지나서 상을 받았을 때는 당시 사업을 하면서 지금도 어려움들이 많지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있었는데 상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내가 받아도 되나?’ 생각했지만 고생하고 힘들었던 부분들을 인정받는 순간이라 큰 의미가 있었던 상이었다”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사람

이 대표는 “한 사람 한 사람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만약에 사람이 빠진다고 하면 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람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창업할 때 돈이 많지 않았다. 경력이나 여러 가지 부분들이 미흡했고 그때 같이 함께 해줬던 직원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며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10년이 지나서 보니까 3,4년 차 때 직원들이 나가는 경우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했던 노력, 저랑 같이 했던 추억들이 많아서 나갈 때도 대화를 많이 한다. '여기서 전문성을 얼마큼 키웠을까'에 대한 얘기를 한다. 지금 회사 직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의 인사정책 모토에 대해 “경력자가 됐든 신입이 됐든, 주동적으로 일을 해야 된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본인 스스로가 업무에 대한 자율성과 효율성이 있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젠니클로젯은 재무적인 회계교육을 하고 있다. 모든 부서가 매출을 담당할 수 없지만 모든 부서가 통일화된 숫자로 소통할 수 있는 정도로 회계교육을 한다.”며 젠니클로젯만의 특별한 점을 꼽았다.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 (사진=젠니클로젯)

각자만의 개성과 색깔이 있는 젠니클로젯 직원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 직원들에 대해 “신입 직원이 저한테 ‘여긴 평범한 사람이 없고 다 각자 개성이 강하고 왜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일을 하면서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와 해야 될 일이 다 명확하다.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게 보통 직장인들인데 여긴 퇴근에 관념이 조금 달랐다는 게 직원의 피드백이다. 정말 색깔이 같은 사람이 없고 그만큼 젠니클로젯은 개인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곳이다”며 젠니클로젯만의 기업문화를 소개했다.

백발 할머니 때까지 즐기면서 유쾌하게 일하고파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은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하며 “나도 배우는 단계고 성장하는 단계다. 내가 좀 토닥여주고 해야 되는데 힘들게 일하는 팀원들 모습을 보면 가끔은 미안함이 크다. 나중에 백발 할머니가 됐을 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유와 여유로움을 즐기면서 일하고 싶다. 지금 즐기는 것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나중 돼서는 즐기면서 유쾌하게 일하고 싶다”며 바렘을 전했다. 또 향후 목표에 대해선 사업과 나를 분리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이젠니 대표

이 대표는 지금도 경영과 디자이너로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얘기하며 “아직 많이 부족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양쪽을 다해야 되니까 경제서적, 디자이너 인문학 서적을 보면서 스스로 아직도 성장 중이다. 전에는 무조건 잘해야 된다 생각했었는데 최근엔 그 속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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