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주제를 만나다: 핵심가치 기반 핵심습관

어느 날 꼴뚜기 별에서 지구로 조사단을 보냈다. 그리고 당신의 회사를 조사대상으로 하여 한 달간 관찰 조사를 했다고 가정하자. 꼴뚜기별의 조사단은 당신의 회사를 관찰하고 직원들의 행동을 모두 관찰한 결과 돌아가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단, 꼴뚜기별의 조사단은 이 지구인들이 하는 언어는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관찰된 행동을 통해서만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조직은 무엇을 하는 조직이고 왜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구성원들은 어떤 행동을 자주하는지, 무엇을 할 때 박수를 받는지 보고할 것이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어떠할까?

지구를 관찰하고 있는 꼴뚜기 (이미지출처=KBS)

보고 판단하는 조직 정체성

우리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행동하고 있는것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개인의 정체성은 그가 말하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정체성은 리더와 구성원들이 무엇이라고 말하느냐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규정된다. 그러므로 조직 정체성은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설계회사의 대표로 3D 모형을 점검하고 있는 하형록 대표 (사진출처=연합뉴스)

주차건물 설계 전문 회사로 유명한 “P31”의 저자이자 미국의 한인 기업가인 하형록 회장은 조직의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3가지 습관을 매일 점검한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당일 리턴콜이다. 

고객으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든 당일에 회신을 해 주는 것이다. 고객이 다음주까지 어떤 자료를 달라고 했다면 일단 요청 받은 당일에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회신을 해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엑스트라 마일이다. 성경에 ‘오리를 가자고 하는 사람에게 십리를 가 주어라’는 교훈을 본 받아 고객이 요청한 것이 설계도라고 한다면 3D모형을 제공해 준다든지, 고객이 주말까지 해 달라고 한 것을 주중에 처리를 해 준다든지 고객이 기대한 것 이상의 그 무엇을 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보고를 자주 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설계와 건축의 모든 과정에서 고객사의 담당자에게 요청하지 않은 시기에도 자주 보고를 해줌으로써 실수와 오차를 줄이는 것이다. 

“팀하스”는 미국건축가협회의 상을 받고 정부 백악관의 건축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이다. 이처럼 단순하고 강력한 조직의 핵심습관은 액자 속에 머물러 있는 화려한 핵심가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조직 정체성이 된다.

만약 당신의 회사를 꼴뚜기 별의 기자단이 찾아와서 관찰된 사실을 보고한다면 당신의 회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라고 보도할 것인가. 

경영자는 핵심가치를 정하는 것으로 멈춰서는 안되고 그 핵심가치가 액자와 홈페이지에서 나와서 직원들의 삶에 묻어 나오게 해야 한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병원의 간호사 (사진출처=Google)

미국의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병원은 연간 투약실수에 의한 사고가 0.3% 수준으로 발생했다.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는 너무 높은 수치였다. 이 병원은 투약을 하는 간호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투약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그 노력은 번번히 헛수고로 돌아갔다. 

간호사 교육이나 징계, 혹은 포상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한 가지의 방법으로 투약 실수를 6개월간 50% 이상 절감한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투약조끼”를 입는 것이었다. 

오픈된 공간에서 투약을 하는 간호사들의 업무 특성상 투약 중에 의사나 환자의 요청에 응해야 하는 환경에 집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장애인용 조끼라며 착용을 거부하던 간호사들도 자신들의 업무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병원 전체로 확산되었으며 이 “투약조끼”는 병원의 핵심습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알코아의 생산공장 (사진출처=http://www.cvinf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5)

세계 최대규모의 알루미늄 생산회사인 알코아는 1980년대 초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그 후 새로 CEO로 취임한 폴오닐은 노동조합의 요구 대부분을 들어 주면서 한가지만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24시간 이내 보고 체계였다. 직원들의 안전은 경영자인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이므로 전세계 어디에서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 24시간 이내에 최고경영자에게 보고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큰 이견이 없이 받아들여진 이 요청은 이 후 알코아의 경영 혁신에 가장 중요한 혈관 역할을 하게 된다. 전세계에서 24시간 이내 보고 체계가 정립되었다. 그만큼 빠른 보고를 하기 위한 본사와 각 공장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그 채널은 결국 경영진의 철학과 가치가 전달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현장에서 발생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해율이 감소하고 안전율이 증가했다. 

더불어서 본사와 소통을 잘 한 관리자들이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하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이 회사는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폴오닐이 재직하는 기간 동안 순이익이 5배나 상승했다.

무인양품 매장 (사진출처=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ha_04)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으로 시작하여 패션과 카페, 서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사하기”를 조직의 핵심습관으로 강조하고 있다. 부서장은 매일 ‘인사 잘하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부서원들에게 확인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인양품의 경쟁력은 조직 구성원 모두의 핵심습관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부서장이 직원들을 찾아 다니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과 큰소리로 인사를 했습니까?’라고 물어 본다고 상상해보자. 무인양품이 조직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고자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핵심습관을 형성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진출처=Pexels)

핵심가치가 내재화되는 방법

조직의 리더는 핵심가치가 구성원들 모두에게 전수되고 그들에게 내재화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문화로 정착되어 누가 보더라도 조직의 정체성이 우리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리더와 구성원들간에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새 처음 의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조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핵심가치가 실현되는 조직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먼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구성원을 채용하는 확보에서 시작하고, 직원 교육이나 사내의 모든 의사소통 과정에서 핵심가치가 자주 언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내의 주요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핵심가치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내에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한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금방 죽어 버리는 것이다.

핵심가치 기반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아스팔트 위의 씨앗처럼 금방 죽어 버리고 만다. (사진출처=Pexels)

시스템과 환경을 재설계하다

조직의 핵심습관을 강화하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아니라 환경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환경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할 뿐이다. 핵심습관은 사람을 바꾸겠다는 결심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대신에 시스템과 환경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핵심가치가 실현되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여전히 똑 같다. 

하지만 동일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골터미널 화장실에 갔을 때의 행동과 고급 백화점 화장실에 가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핵심습관을 설계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습관은 그 사람, 그 조직의 정체성이다. (사진출처=Pexels)

어떤 습관을 가졌는가? 그 습관이 정체성을 규정한다.

군인은 상사에 대하여 거수경례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요리사들은 늘 손을 씻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비즈니스맨들은 악수하는 습관이 있고, 코치들은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천이 된 사람은 성경을 읽고 일요일이 되면 교회에 가는 것을 핵심습관으로 여긴다. 그런 핵심습관이 그를 크리스천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떤 습관을 가졌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의 표현이다.

우리 조직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생각 해보자. 우리 조직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습관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시간에 어떤 모습인가, 고객을 만났을 때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는가, 리더와 직원이 만났을 때, 구성원 상호 간에 대화를 통해서 어떤 습관이 발견되는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소통할 때는 어떤 습관들이 있는가 살펴 보는 것은 진실한 작업이다. 

우리는 이미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직습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 못한 사이에 조직 내에 뿌리내린 습관을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암묵적인 상호간에 합의가 되어 일하는 방식이 되어 있다. 

이런 조직습관이 경영자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은 매우 진지한 작업이다. 결국 우리가 버려야 할 습관이 무엇이고 새롭게 가져야 할 습관이 무엇인지 정리 해 보아야 한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개인도 그러하거니와 조직은 더더욱 그렇다. 습관을 없애는 것도 힘들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무인양품’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한 가지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한번에 한가지씩 3개월 이상을 집중해서 핵심습관 프로젝트를 해 보기를 권한다.

핵심습관이 경쟁력이 된다. (이미지출처=Pexels)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기회를 발견하고 돈을 벌어서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존재로 핵심가치를 정하고 시작한 경영자라고 한다면 그 핵심가치가 구성원들 모두에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핵심습관을 정하고 한가지씩 실행해 간다면 결국 그 핵심습관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꼴뚜기별의 기자단이 우리 조직을 조사한다면 어떤 습관들이 있을 것인가 생각 해 보자. 사무실에서, 회의실에서, 고객을 만나는 현장에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우리는 어떤 습관들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그런 습관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와 견주어서 무엇을 제거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할지 토론하는 미팅을 해 보기를 권한다. 

미래의 어느 날 다시 꼴뚜기별의 기자단이 찾아 왔을 때 그들의 보고서가 우리가 말하는 핵심가치와 일치한다면 우리의 핵심가치는 이미 실현되고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우리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우리를 판단한다.

글.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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