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복명복창'이라고 불리는 'Debriefing' 은 주로 부하가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관해서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한번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리, 창고에 가서 선풍기를 가지고 오게" 라고 한다면, "네! 부장님, 지금 창고에서 선풍기 가져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부하는 상사의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했음을 알려 주고 자신이 할 일이 상사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한편 부하 입장에서는 상사의 지시가 애매할 경우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기회를 가져서 공연한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열심히 해서 결과를 가져갔는데 상사가 "이거 시킨 거 아닌데…" 라고 말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는 그런 경험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상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지시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인지하고 제대로 일을 시킬 수 있다.
 

서로에게 디브리핑하고 있습니까? (출처=Pixabay)


하지만 디브리핑이 상사와 부하 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코칭에서는 피코치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가 안된 형태로 늘어 놓을 때 그것을 적절하게 정리해서 말 해 주는 것을 '코치의 요약반응' 이라고 한다. 피코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하더라도 코치는 그것을 논리적/정서적으로 정리해서 "그래서 지금 이렇다는 말씀이시군요" 라고 말해 주어서 피코치가 자신의 생각을 바로 놓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상담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 가면서 함께 파도를 타듯이 함께 하고 그것을 마치 자신을 보는 것 처럼 반응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을 상담에서는 '거울효과' 라고 한다. 내담자가 상담자가 반응 해 주는 언어적/비언어적 반응을 통해 마치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진출처=Pixabay)


이런 디브리핑의 원리는 코칭이나 상담에 머무르지 않는다. 탁월한 영업자 또는 판매사는 고객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그것을 정리된 형태로 "네, 고객님. 그래서 지금은 가격보다는 제대로 된 물건을 고르고 싶으신 거군요!" 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네, 맞아요!" 라고 고객이 응대해 준다면 아마 그 날 판매는 성공적이 될 것이다. 협상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협상을 할 때도 경청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노사협상이나 M&A협상, 비즈니스 협상 등 다양한 협상을 통해 경청과 디브리핑의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됨을 알았다. 아무리 힘든 협상이라 하더라도 협상 내내 상대의 말을 잘 듣고 "네, 그래서 이런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라고 반응해 줄 때 적대적으로 나오는 상대를 보지 못했다.

온라인소통에서 디브리핑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한다. (그림출처=Pixabay)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을 만날 때 마음공명이 울린다. 하물며 늘 마주보며 일하는 일터의 동료들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터에서 상사와 부하, 혹은 위아래를 따지지 말고 상대의 말에 디브리핑 해 주는 것은 일종의 경청과 섬김의 행위이다. 한편으로는 사랑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브리핑은 '내가 당신의 말을 경청했고, 제대로 이해했음을 알려 주어서 상대방이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이다.

요즘처럼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소통하는 경우, 디브리핑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한다. 나도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맴버들과 소통할 때가 많다. 맴버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 디브리핑 하기도 하고, 맴버들이 디브리핑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반드시 다시 한번 "맞아요!" 라고 회신한다. 그래서 메신저 상에서 대화는 대부분 나의 '오케이' , 혹은 '맞아요' 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말해 주면 꼭 만나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마무리 된다.

'오케이!'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있습니까? (사진출처=Pixabay)


디브리핑을 맨처음 접한 것은 의외로 '데일 카네기 강사 훈련 프로그램' 에서였다. 미국에서 온 노년의 마스터 트레이너인 로렌은 4일간의 집중 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권위와 탁월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나는 로렌의 정제된 열정에 감동했다. 특히 그녀와 대화 할 때 그녀의 디브리핑에 깊이 탄복했다. 그녀는 내가 말할 때마다 내가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I see, You need…" 혹은 "You are feeling…" 이라고 해 주었다. 그녀는 내가 한 말을 정확히 이해했을 뿐 아니라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그녀가 보여준 태도와 행동은 나에게 좋은 이미지 모델이 된다.

의사소통의 오류를 해결할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디브리핑을 지금부터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글. 김경민 대표 (가인지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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