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휴는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일의 즐거움을 주었을까?

사례, 기업을 만나다: (주)더휴

2018-02-16     강하룡

매주 화요일 점심 시간, 부산 진역에는 점심 식사를 하려는 노숙인들로 북적인다. ㈜더휴, 동아위드, 부산커피협동조합 직원들은 아침 9시부터 나와서 오후 1시반까지 노숙인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봉사한다. 그들은 각자 맡은 역할대로 쌀을 씻고, 반찬을 만든다.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노숙인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음식 준비를 마친 직원들은 배식대 앞에 서서 음식을 배식했다. 노숙인들이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하고 정리까지 하고서야 그날의 봉사를 마친다. 특이한 점은 노숙인들을 섬기는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중증장애인들이라는 점이다.
 

장애인들로 구성된 '슬로스 봉사단'은 매주 화요일, 부산진역에서 노숙자를 위한 식사봉사를 한다. (사진제공=더휴)


권영 대표와 윤정현 이사는 부부 지간이다. 이들은 2015년 7월, 장애인들에게 쉼을 주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주)더휴(이하 더휴)를 설립하였다. 부산 북구에 위치한 더휴는 현재 30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화훼, 일회용품, 작업복 유니폼, 발효식품 제조 등으로 에어부산, 미래에셋그룹, 삼정회계법인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더휴 직원들이 노숙자들의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더휴)


더휴는 전국에 10개소 이내인 ‘연계고용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100인 이상의 기업은 2.9%, 관공서는 3.2% 해당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고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나온다. 100인 이상의 기업 혹은 관공서에서 ‘연계고용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제품을 사용하면 매출금액의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다. 더휴는 현재 월 매출 380만원당 중증장애인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참고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은 10인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그들 중 50% 이상을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장애인표준 사업장은 전국에 250개소 이상이다. 

“대표님,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입니까?”

권 대표는 한 마디로 직원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답했다. “저는 장애인 직원을 슬로스(sloth, 나무늘보)로 비유합니다. 나무늘보들은 너무 늦어서 빨리 멸종할 것 같지만 지금까지도 멸종하지 않았습니다. 움직임이 지나치게 늦으니 다른 동물들이 오히려 공격을 하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 직원들은 어떤 면에서 참 느립니다. 그래서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기다림 다음으로 ‘진정성’을 권 대표는 강조했다. "아무리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말해도 그 말만으로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직원들은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어 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얘기할 때 가장 빨리 이해하고 받아줍니다."
 

더휴 직원들이 화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휴)


“저는 장애인들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주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본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장애가 있는 직원이 입사하면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면서, 함께 적합한 업무를 찾습니다. 한번은 11개월까지 기다렸던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26살에 입사한 직원이었는데 6개월 동안 매일 울었던 친구였습니다. 오늘은 이게 싫고, 내일은 저게 싫다고 울었습니다. 모두가 힘들어 했습니다만 끝내는 자기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여직원은 현재 결혼하여 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직원들의 장점을 계발해 주기 위해서 ‘슬로스 봉사단’을 만든 일을 보람된 일로 꼽았다. “어느 날 직원들에게 부산 진역에 노숙인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섬겨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너희들은 항상 받던 사람들, 집안에서 감추어졌던 사람들 아니냐? 너희들이 주면 주는 만큼 세상 사람들이 너희를 보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고 설득했습니다. 식사하러 오는 노숙인, 독거노인 300-400명이 3개월동안 이상하게 보더군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깐 그들도 우리 직원들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한번은 봉사하던 장애사원이 배식 받아가면서 국물을 흘렸습니다. 노숙인 중에 한 사람이 ‘괜찮아 천천히 걸어. 우리가 기다려줄 거야. 여러분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더군요.”
 

부산진역에서 슬로스 봉사단의 일원으로 밥퍼 봉사를 하고 있는 권영 대표. (사진제공=더휴)

  
가끔 중매도 한다며 권 대표는 웃었다. 창업 당시 엄마 심부름 갔다가 시장 바구니를 들고 면접을 왔던 지원자가 있었다. 당시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40세 여성이었다. 그 직원은 20살 때 첫 직장 면접을 갔는데 퇴짜를 받았다. 두 번째, 세 번째도 퇴짜를 맞았다. 결국 40살이 되기까지 직장을 다니지 못했다. 그 직원은 더휴에 입사해서 경리일을 배웠다.

윤정현 이사는 장례 서비스 회사 ‘창성 웰라이프’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당시 창성 직원 중에 30대 중반에 노숙인이 있었다. 대표 부부가 밥퍼 봉사하러 갔을 때 쌀을 씻으며 돕는 모습을 보았다. ‘노숙인들도 잘만 도와주면 사회생활을 회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윤 이사는 그 노숙인을 뽑아 운전면허증을 따도록 지원해 주고 배송일을 맡겼다. 그는 나중에 노숙인 출신 1호 장례지도사가 되었다.

권 대표 부부는 노숙인이었던 직원과 경리 직원을 중매했다. 그들은 결혼을 하였고, 지금은 3개월된 아이를 낳았다. 권 대표 부부는 “그 직원을 보면서 우리는 친정 아버지, 친정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고 기뻐했다.

“대표님, 자랑하고 싶은 기업 문화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슬로스 합창단’은 권 대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회사 문화이다. 권 대표는 직원들의 건강과 재활 측면에서 유익한 활동을 음악에서 찾았다. “직원 중에 자폐 1급인 어린 직원이 있습니다. 가만히 두면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자폐성 장애 1급 직원입니다. 저는 그 직원이 연습할 때 한번도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발표하는 무대 위에 섰을 때, 그 아이가 악보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얘는 노래가 안 되는가 보다. 얘는 내가 손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싶었지만 막상 가장 무대를 즐기는 친구였습니다. 나중에 그 직원 어머니에게서 ’무대에 선 오늘 하루가 너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자기 아들이 그 날 일기장에 썼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2017년 12월, 슬로스 합창단이 제2회 정기 발표회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휴)


더휴에서는 장애직원 중에서 반장을 세우고, 그 반장이 다른 장애인 직원들을 섬긴다. 반장으로 뽑힌 직원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모범을 가지고 다른 장애인을 도와준다. 더휴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람을 세우는 기업이다. 대표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원들도 이 일에 동참한다.
 

더휴 직원들이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며 친목을 다졌다. (사진제공=더휴)


권 대표는 언어장애와 정신장애를 가진 60대 직원의 이야기들 들려주었다. 그는 몸이 불편했으며, 손까지 심하게 떨었다. 식사를 할 때면 매번 가장 마지막에 마쳤다. 장애인 직원들이 모두 그 직원을 도와 주었다. 밥도 많이 챙겨주고, 식사 정리도 도와주었다.

그러던 중, 작년 말에 종무식을 할 때였다. 종무식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함께 있던 어린 아이를 불러 1만원을 용돈이라고 주었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것 같았다. 권 대표는 그 순간 전율이 일었다. 그는 집도 없이 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었고, 평생 충분한 돈을 만져본 적도 없었다. 자기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아이에게 주는 모습을 보고 권 대표는 감동을 받았다. 장애인들과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권 대표는 그 순간 ‘이 사업 시작하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더휴 직원들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제공=더휴)


“직원을 뽑을 때 일반 기업과는 다른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뽑으시나요?”

권 대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원자가 스스로 출퇴근할 수 있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으면 합격입니다. 직원들이 주위에 소개해서 많이 지원합니다. 처음에는 19살부터 58살까지 12명을 뽑았습니다. 그 중에서 8명이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부모님이 지원자와 함께 와서 면접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은 ‘우리 애가 이것 잘 해요. 저것은 못 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잘 못한다고 말했던 것을 시켜보면 특출나게 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업무를 찾아 회사에 기여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장애가 있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그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최근 권 대표는 중증 장애인에게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59살의 봉재 기술자가 지원했다. 그는 40년 경력의 전문가였고, 다리가 불편한 하지장애인이었다. 권 대표는 “정말로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자기 기술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자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40년 경력의 지원자는 그 말을 듣고 감동했다. “내 인생에서 나의 장애를 먼저 보지 않았던 첫 번째 면접이었습니다. 나의 기술이 아니라 나의 장애로 평가 받았던 40년 서러움을 풀고 싶습니다.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40년 노하우를 전수해주겠습니다.”
 

더휴 직원들이 봉재 기술을 익혀 작업복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더휴)


40년 경력의 봉재 기술자는 장애인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현재 7명의 직원들이 봉제 기술을 전수 받으면서 작업하고 있다. 권 대표는 확신했다. “내가 없는 날이 올 지라도 장애사원들이 자기가 가진 기술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기술을 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기술을 분업화해서 가르쳐 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자기 기술을 배우고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발판이 되고 싶습니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성과를 지속하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권 대표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애 사원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돼’라고 말하면 폭발합니다. 일을 잘 못한다고 ‘그거 아니잖아’ 지적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그만둡니다. 그럴 때면 ‘너는 그렇게 하구나.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스스로 수정하게 하면 자기 업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더군요. 장애 사원 중 두 명은 아무 일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거나 단순 심부름을 시켜보았습니다. 차츰 자신감을 갖더니 몇 달 뒤에는 다른 일을 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더휴 직원의 모습. (사진제공=더휴)


장애사원들의 업무를 향상하기 위해 더휴는 '칭찬저금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하기, 주변정리하기, 인사하기 등의 사소한 것이라도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며 칭찬과 격려를 한다. 하루 300원을 최대치로 하여, 매년 가장 많이 저금한 사원 3명을 뽑아 상금을 별도로 준다. 저금한 돈과 상금은 개인이 가지지 않고 봉사단체에 장애사원 이름으로 기부하여 자존감을 높히고 있다.
 

장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더휴는 칭찬저금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휴)


“1000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 비전에 대한 질문에 권 대표는 ‘매출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더휴는 매출이 많아지면 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는 구조입니다. 월 매출 380만원당 1명을 뽑는 구조입니다. 최대한 많이 고용하고 싶습니다. 매출은 장애 사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토대가 됩니다. 장애 사원 한 명을 자립시키면 주위 사람 100명의 인생이 변화됩니다. 부모님 중 한 분은 그 아이를 돌보느라 자기의 인생을 살지 못합니다. 가난이나 이혼 가정이 많습니다. 자기 시간도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아무 소망도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직원이 된 장애인의 부모는 자식을 돌보느라 평생 직장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자식이 취업하자 아르바이트 하던 어머니가 정규직으로 취직을 했던 사례가 있었다. 자식이 사회 생활을 하고, 자식이 벌어오는 월급을 생활비의 일부로 사용하며 기뻐하였다. 그 직원의 가족들 모두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온 가족이 밝아지고 행복해졌다. 무너지고 힘들었던 가정이 다시 세워지기 시작했다.
 

더휴 직원들이 납기일을 지키기 위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휴)


권 대표는 “1000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의 삶은 누가 책임지지도 않고, 책임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고,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권 대표는 이 소중한 비전을 다른 기업들과 함께 이루어 가고 있다. 인쇄업을 하는 동아위드(중증장애인 직원 23명), 커피 제조하는 부산커피협동조합(10명)도 ‘연계고용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권 대표는 그들과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영업도 같이 하고 있다. 권 대표는 다른 장애인 사업장의 매출이 많아져서 장애인을 많이 고용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거래처까지 공유하였다. 현재는 서로 영업과 봉사를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세 기업은 올해 중증 장애인만 100명 이상을 고용할 계획이다.
 

2017년 8월, 연계고용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협의회 3개사가 연합하여 워크샵 및 부모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사진제공=더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