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숙 이사장,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인문학은 느리지만 바르게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8년 만에 돌아온 서울인문포럼2024, 사회 어른 배양숙 이사장이 청년세대에 전하는 사람의 가치 “사람이 세상이고,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들어 가는 중심이다“ 물건이 사랑받고 사람이 이용되는 세상에서 잊혀가는 가치를 일깨우다
7월 1일 사단법인서울인문포럼 배양숙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단법인서울인문포럼은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 지도자, 초기 창업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하게 비영리로 운영해 왔으며 지난 6월 26일 ‘청년, 대한민국 리더에게 융합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2016년 서울인문포럼이 열린 지 8년 만에 개최됐다.
올해 개최한 서울인문포럼은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초기 창업가, 대학생, 취업 준비생 등 청년세대에 인문 정신을 기반으로 융합적인 통찰력을 전달할 수 있는 강연과 집중토론으로 구성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청년과 융합’에 걸맞은 국내 주요 지도자 19인을 초청했으며 유영만 한양대 교수를 시작으로 이한우 교장, 이상욱 한양대 교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노희영 대표와 니키리 영화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이 강연을 이어갔다.
배양숙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박노해 시 '다시'를 낭독하며, 청년세대에 희망과 용기, 자존감을 전했다.
다음은 사단법인서울인문포럼 배양숙이사장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Q1. 지난 6월 26일 ‘서울인문포럼2024’을 개최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행사가 잘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A. 기대 이상이었다. " 청년! 대한민국의 리더에게 융합의 길을 묻다. " 주제로 청년세대를 위해 기획을 했다. 300여 명의 청년들이 이른 아침부터 참가하여 13시간의 마라톤 포럼에서 열정적으로 집중했다.
'기억의 휘발성'을 염려하고 '기록의 힘'이 '행동하는 용기'로 연결이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이번에는 베스트리뷰상을 만들었다. 지원자들의 진정성 있는 세세한 후기를 읽으며 준비기간의 고단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Q2. 2016년 이후 8년 만에 서울인문포럼이 진행됐는데 그동안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A. 삶의 체계가 많이 달라졌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개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론이 다양해졌다. 팬데믹 동안 강제로 길든 '비대면' 현상이 팬데믹 이후에도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엔데믹 이후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중 속의 개인과 대중 밖의 개인은 온 오프모드로 전환하듯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있다.
2016년 큰 쟁점 중 하나로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 인공지능 시대 눈앞'이라는 기사 표제가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여 4대 1로 승리를 거두며 전 세계 언론은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서울발 기사를 쏟아냈다.
2024년 현재는 오픈AI의 'GPT-4', 구글의' 제미나이'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에너지가 있어 하는 인공지능 시대는 온실가스배출 급증으로 "AI가 미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어려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구글조차 염려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시간과 인건비를 절약하게 해주지만 지구의 '안전한 지속가능성'을 깊게 고민하는 것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새로운 문제이다.
Q3. 처음 서울인문포럼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울인문포럼은 어떤 사명과 가치로 세웠으며 창출한 성과는 무엇인가?
A. 2015년 서울인문포럼을 처음 개최하게 된 이유는 당시 내가 개인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진행하던 1년 과정 인문학프로그램인 ' 수요포럼인문의숲'과 스타트업창업가, 2세 경영인이 모여 집중토론을 하는 과정인 YEF(Young Entrepreneur Friend) 멤버십에 참석하고 싶다는 수많은 청년 지도자의 요청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 동안 한 공간에서 인문학 잔치를 열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나의 업무를 하면서 진행했던 1년간의 인문학 과정은 물리적으로 더 늘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년간 국내외 연사를 직접 섭외하면서 애를 쓰며 준비했던 첫 번째 서울인문포럼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참석했던 청년 지도자들에게 유의미한 통찰력과 용기를 주었음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2011년부터 청년 지도자, 스타트업 창업가, 2세 경영인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을 모아서 1년 과정 인문학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지도자의 '결정'은 조직의 고용유지와 확장에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때나 지금에도 '지도자의 결정'에는 인문학적 통찰이 큰 영향을 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평소 수입의 10%를 기부처 아름다운재단 등을 통해 직접 기부하며 살아왔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입의 10%를 인문학 교육에 투입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컸다.
한 사람을 살리기도 했고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성장하여 고용 창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간접적이지만 사회를 이롭게 하는 여러 모습의 결과를 보는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Q4. 서울인문포럼 강연자 선발 기준은 뭔가?
A. 서울인문포럼이 열리는 해마다 세계적인 쟁점과 국내 여건 등을 감안하고 참석 대상자에게 어떤 통찰력이 필요한가를 깊이 생각해서 주제를 정한다. 정해진 주제에 맞는 전문 분야의 연사분들을 섭외한다.
당연히 해당 분야를 깊게 연구하시고 인격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분들을 찾는다. 서울인문포럼의 연사는 사회의 스승이라고 여긴다. 참석자들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올해는 청년, 융합이 핵심어였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대한민국 지도자분들을 초빙했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학자, 경영자, 정치가, 전문가로 스무 분을 강연자와 사회자로 모셔서 입체적인 이해를 도출하고자 했다.
Q5. 서울인문포럼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다양한 문학, 인문, 철학 사상 중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함께 이롭게, 더불어 행복하게"가 서울인문포럼의 구호이다. 홍익인간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먼저 걸어간 선배나,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토론을 통해 소통하면서 서로 손잡아 이끌어주고,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서울인문포럼은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별 융합과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Q6.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울인문포럼 활동 외에 하고 싶으신 활동이나 계획이 있나?
A. 2019년부터 글로벌인사이트포럼을 창업하여 젊은 기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기업가 멤버십인 코스모스앤비와 글로벌비즈니스 진입과 확장을 위한 Insight 36h 멤버십 2개 과정이다. 팬데믹을 극복하며 멈추지 않고 진행해 왔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해지도록 잘 운영해 가려고 한다.
2025년에는 '세 번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5번째 책(공저 포함)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전 인생을 아우르며 중요했던 '세 번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2년 이상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온 얘기들과 극복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생생한 나의 이야기들이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는 청년세대에 위로와 극복, 용기를 선물할 수 있다면 '세 번의 선택'이 세상에 나온 의미가 새겨지리라 생각된다.
Q7. 서울인문포럼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의미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
A. 서울인문포럼2024를 준비하면서 뭉클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8년 전에 참석했던 당시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여러 가지 문제로 멈춤 중이었는데 서울인문포럼에 참석하면서 방향을 바꾸어 지금은 양자역학과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며 감사의 뜻과 함께 소식을 전했을 때이다.
그리고 2016년에는 학생 신분으로 참석하였는데 지금은 상장을 준비하는 창업가로 성장하여 선뜻 후원금을 주면서 청년들을 초대하는 데 보태달라고 했던 순간이다.
2015년, 2016년에는 나의 기획과 인맥, 개인 자금으로 연사 섭외를 하고 모든 준비를 했는데 올해는 성장한 선배들의 십시일반 마음과 나의 뜻을 모아 개최를 하니 더 가치 있는 포럼으로 승화가 된 것 같다. 내가 늘 그려왔던 아름다운 선순환이 증명된 서울인문포럼2024이다.
Q8. 반대로 서울인문포럼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A. 나의 개인 자금만으로 준비할 때는 몰랐던 것이 있다. 8년 동안 성장한 창업가 선배들이 주는 돈은 너무 소중하기도 하고 한정된 예산이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1인 6역을 했다. 말 그대로 수작업하듯이 한 땀 한 땀 준비를 하면서 물리적으로는 꽤 힘들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좋은 가격으로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개최 장소였던 파라스파라서울 그랜드볼룸도 청년을 위한 좋은 뜻에 기꺼이 손을 잡아주셔서 대관할 수 있었다. 북한산자락의 청량한 공기로 호흡하며 사유한, 인문학적 소양이 움트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Q9. 인공지능의 발전과 다가오는 4차 혁명 시대에 흔히 ‘도파민’이라고 불리는 자극만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를 차지하며 오래전부터 인류의 토대가 되었던 인문학의 뿌리가 썩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4차 혁명 시대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A. 2016년의 서울인문포럼 주제가 '인본주의와 과학'이었다. 그때도 이 질문의 동일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인류역사상 언제나 기술은 다양한 이름으로 태어나고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며 잉여를 만들고 잉여로 인한 전쟁의 역사를 만들었다. 어떤 이름의 기술이든 인간이 사용하는 것임이 자명하기에 인간과 자연이 이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에 대한 사유는 인문 정신이 근간이 되어야 하므로 기술과 인간, 과학과 인문학의 균형추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크고 작은 또 넓고 협소한 모습의 인문 정신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하루에 한 번, 시간을 정해놓고 휴대전화를 격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주변이 고요해진다.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순간'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인문 정신의 첫걸음이다.
더 나아가 독서와 토론, 전문가의 연구, 학자와의 대화 등으로 다양한 확장이 가능해지겠다. 서울인문포럼도 인문학이 살아남게 하는 것의 작은 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Q10. 인문학과 독서는 원래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사이로, 인문학을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인문학을 위한 전제조건이 반드시 독서가 되어야 하는지, 맞다면 영상매체, 만화에 비해 독서가 가지는 강점이 무엇인지, 아니라면 책 못지않게 영상매체, 만화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지, 그 이유와 생각이 궁금하다.
A. 인문학의 첫걸음은 사유와 독서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기술의 발전만큼 여러 매체가 다양하게 있다. 독서가 꼭 종이책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도구로 여건에 맞게 차곡차곡 쌓아 가면 되는 것이다.
종이책이 가진 힘은, 첫 장을 열고 집중해서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에서 큰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나는 여행도 독서라고 여긴다. 걸어 다니며 낯선 자연과 문명, 사람들을 만나는 살아있는 독서이다. 좋은 독서, 나쁜 독서로 규정짓지 말고 여러 매체의 다양성을 열린 마음으로 접하고, 치우치지만 않으면 된다.
Q11. 인문학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A. 많은 철학자가 인문학을 정의했다. 많은 정의를 접하며 내가 생각하게 된 인문학은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잊지 않게 해주는 중심축. 즉, 디딤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크고 작게 누구나 흔들리며 살아간다. 세상을 이끄는 리더거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이라도 인간 본연의 심성을 놓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애를 쓰면서 자연과 사람에게 해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인문 정신이다.
Q12. 많은 석학을 만났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A. 국내외 석학들과 다양한 만남이 있었다.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석 교수님, 장하준 교수님, 옥스포드대학교 김민형 교수님, UCLA 데니스 홍 교수, 짐 블록총장님 스탠포드대학교 폴 김 부학장님, MIT에 계실때의 노엄 촘스키 교수, 예일대학교 셜리케이건 교수,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 이안 밀러 교수, 니얼 퍼거선 교수, 소르본대학교 프랑수와 슈네 교수님, 홈볼트대학교 토마스 슈미트 교수, 독일자유대학 한병철 교수, 칭화대학교 팡차오후이 교수, 쳉강 교수, 차우펑 교수 등을 만났다.
현지에서 만났던 글로벌 석학분들께선 다양한 모습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지난 하고 깊은 연구 여정의 끝에 닿아본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롭지만, 묵직한 에너지, 겸손이 장착된 에티튜드, 철저한 약속이행이다. 그리고 약한 사람들과 미래세대를 위한 마음 씀이 있다. 당연히 국내의 석학분들도 대부분은 그런 성정과 매너를 가지셨다. 특히 서울인문포럼 연사분들은 오랫동안 뵈었지만 변함이 없으시다.
Q13.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하는 건 뭔가?
A. 배려와 매너, 그리고 신뢰 자산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심이 있지만 관계 속에서는 그 이기심을 잘 조절해서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 자산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말이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은 행동과 실천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어가다 보면 타인에게도 신뢰 자산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을 알게 된다.
Q14. 앞으로 불리고 싶은 호칭이 있나?
A.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불러주는 호칭이 '배맘'이다. 배양숙 맘을 줄여 사회의 엄마라는 뜻이다. 2011년부터 엄마의 마음으로 청년 지도자들을 살펴주고 돌봐준다고 여기는 듯하다. 배맘으로 불리는 동안은 나도 엄마의 사랑을 담아 젊은 세대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갈 수 있겠다고 여긴다.
Q15. 나다움이 중요해진 시대인데 배양숙답다는 건 뭔가. 사람으로서 배양숙과 이사장으로서 배양숙은 어떤 사람인가?
A. 개인 배양숙은 고요하게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 책 읽고, 산책하며 상상하고, 영화 보고, 음악 들으며 에너지를 모으는 편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믿으며 속으로 지금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애쓴다. 도자기와 사랑에 빠진 딸아이를 조금이라도 지원해 주고 싶은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방학이어서 한국에 오자마자 서울인문포럼에서 무거운 토론 의자를 옮기고 등록접수대에서 이름표를 나누어주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엄마를 돕는 마음이 기특해서 다음날엔 장을 잔뜩 봐와서 맛있는 엄마표 집밥을 해주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인문포럼이사장 배양숙도 개인 배양숙의 연장선이다. 창업가들과 젊은 지도자들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한다.
고요하게 응축한 에너지를 무한 발산한다. "왜 힘들게 서울인문포럼을 계속하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다. 나의 답은 "할 수 있으니까요!"이다.
우리 사회에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의 합(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더 나은 사회로 지탱해 나가는 이유라고 믿는다.
Q16. 배양숙에게 출퇴근의 의미가 궁금하다.
A. 팬데믹 이후 출퇴근의 의미가 희석된 것 같다. 주로 집에서 기획하고 서류 준비를 한다. 외부 일정은 공적인 미팅, 세미나, 포럼 등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졌다. 지금의 나에게 출퇴근은 시공간적 분류가 아닌 일을 시작하느냐, 마치느냐로 정해졌다.
Q17. 좋은 어른이란 뭘까. 바라던 어른의 모습이 됐나?
A. 좋은 어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던 모습의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집이 파산하는 경험을 했다. 성장하는 동안 청소년기부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같이 해야만 했고, 내가 가고 싶은 길보다는 가족들을 돕는 길을 선택해야 했다.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좋은 어른의 조언과 작은 도움이 큰 힘이 되기도 했었다.
나도 그런 모습의 어른이 되어 어려운 시기의 청년들에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손을 잡아주면 힘을 내어 극복하고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겠다.
Q18. 인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나는 몇 년 전, 2년이 넘는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하며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짧지 않았던 시간 동안 축적된 나만의 인문 정신으로 극복한 후 자신과 주변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인문 정신의 씨앗을 잘 키워서 신뢰 자산을 성장시키고 우리 사회가 함께 좋아질 수 있도록 마음을 보태길 바란다.
Q19. 비즈니스 일터에서 힘쓰고 계신 경영자와 지도자분들께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린다.
A. 날마다 고독한 결정을 앞두고 두려운 순간을 보내고 계시 지도자분께 전한다. 수많은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이 사회를 지탱해 주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전사의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해 주는 영웅들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Q20. 마지막으로 성장과 성공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A. 성장과 성공으로 가는 길은 굽이굽이에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놓여 있다. 큰 돌덩이는 깨어 부수어야만 전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예기치 않았던 큰 변수는 생각보다 긴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묵묵히 감내하며 천천히 멈추지 않고 전진한다면 다시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원했던 성공의 모습이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괜찮다. 묵묵히 멈추지 않고 전진했던 시공간이 주는 선물,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한편, 배양숙 이사장은 인생에서 진실한 선택을 하고 고통스러운 순간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순간은 찾아온다. 그때마다 내 마음 안에 인문학이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인문학은 느리지만 바르게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힘든 순간 내가 무너지지 않게 해준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